전생에 꿩 내외
대종사 득도하신 이듬해 어느 날, 김성섭(八山)을 데리시고 영광읍에 장 구경을 나가시었다.
어느 집에 들러 잠깐 쉬시는 동안 그 주인에게 물으셨다.
"이 집에는 안 주인이 없는가."
주인 남자가 대답하였다.
"소시 이후로 여자만 얻으면 몇 달도 못 살고 나가 버리기 때문에 이렇게 혼자 몸으로 곤궁하게 지냅니다."
대종사 들으시고 웃으시면서 "내가 좋은 여자를 하나 골라 줄테니 살아 보려는가?" 말씀하셨다.
그 주인이 반가이 대답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대종사 그 집에서 한참 동안 쉬어 앉아 계시면서 수많은 남녀가 장을 보러 가다가 그 집에 들어와 쉬어 앉았다가 가곤 했다.
대종사 그 가운데 한 여자를 부르시더니 말씀하시었다.
"그대가 바깥 주인이 있는가." 그 여자가 대답하였다.
"생이별하고 혼자 지냅니다."
"이 집 주인하고 같이 살면 어떠하겠는가."
그 여자가 처음에는 대경 실색하고 거절하더니, 나중에 그 남자 주인을 대면하고 나서는 살아볼 뜻을 보였다.
대종사 그 남녀를 한자리에 불러 앉히시고 말씀하시었다.
"내가 두 분에게 옛 이야기를 하나 해 줄테니 잘 들어 보시오. 옛날에 아주 깊은 산속에서 숫꿩과 암꿩이 재미있게 살다가 죽었는데 그 후로 두 꿩은 차차 좋은 몸을 받아 나오게 되어서 마침내는 둘 다 사람 몸을 받게 되었오. 그러나, 둘은 다 서로 좋은 인연을 얼른 만나지 못하고 반평생을 아들 딸도 두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면서 갖은 고생을 다 하였오. 그러다가, 우연히 전생 인연을 만나 다시 부부가 되어가지고 재미있게 살게 되었오."
두 사람은 대종사의 그 말씀을 끝까지 다 듣고는 마치 부모님 상을 당한 것처럼 함께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대종사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러기 때문에 사람이 인연을 잘 지어야 하는 것이니 이 말을 깊이 새겨서 들어 두라." 하시었다.
대종사 그 집을 나와 장을 보시고 돌아가시는 길에 김성섭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대는 오늘 내가 이야기한 뜻을 알고 있는가. 그 두 사람이 전생에 꿩 내외라, 자기들 전생 일을 말해 주었더니 그렇게 흐느껴 울더라. 사람의 영생에 인연 작복이 제일 큰 일이 되는 것이다."
<대종경 선외록 인연과보장 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