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손*은 약손
지구는 너무 좁아서
문 두드리는 소리를 비켜갈 수가 없다네
마지막 소원이 남았지
죽은 자만이 볼 수 있는 방향이 있어
난롯가에서 손만 남은 좋은생각**이 타고 있어
손이 타는 게 아니야
어머니가 다 부르지 못한 이름이 타고 있을 뿐
너무 큰 선물은 포장지에 담을 수 없어
사진 속 아들이 액자보다 커서 가슴에서 잘렸네
숲은 길을 잃으면 자꾸 깊어지지
행복해서 펑펑 울던 생일날을 지옥도에 그려 넣을까
잠든 자와의 대화는 벽처럼 감싸야 한다네
손가락 잃은 반지에는 기념일을 새겨 넣을 거야
어제 빌었던 소원은 다 녹아서 미담 코너에 실리겠지
기쁜 소식이 바람 속에 붐비는군
식사 시간에 늦은 아들은 오늘 말고 내일 죽을 예정이지
당신은 날마다 내일이 오지 말라고 빌 텐가?
여긴 어디죠
어머니를 삼킨 불꽃이 반짝이며 서성이네
복권의 숫자와 부고장의 개수가 같아질 때
우리는 밥그릇과 작명소가 같은 열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실종된 사람을 48시간 안에 못 찾으면 신발장을 비워야 하네
이석증 같은 사랑 되살아 오는 사랑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사랑이 원인이지
소원을 비는 자들이 눈을 내리뜨는군
웃음도 박자에 맞춰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하네
당신은 늘 한 박자 뒤에 웃었는데 그건 한 박자 빠른 템포이기도 하지
얻은 것보다 많이 뱉어야 하는 기도를 당신은 아시는지
혼잣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참고 있는 스토리텔러라네
자주 화를 내는 당신은 환한 뼈 더미를 다 읽었는가
난롯가에 둔 손이 다 탔는지 호기심을 누를 길 없네
자, 이제 세 번째 소원을 말해 보게나
눈바람을 등에 걸친 설인이
안구 없는 신의 머리통을 한 움큼 쥐고 오고 있다네
*William Wymark Jacobs의 단편 소설
**잡지 이름
남은 방은 1개인데
# 24시간 내에 10명이 이 방을 조회했습니다
# 점 보는 고양이 포모*
놓치기 싫어서 전화 걸지 않았어 저녁 약속을 잊기로 했어
혹시 나를 떠날까 봐 떠나기 전에 나를 사랑할까 봐
점괘를 읽기 전에 해설부터 뒤지는 건 나의 장기
카드놀이에서 수레바퀴를 뽑을 일은 없어
모든 저주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 정직한 자세
새로운 것은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 요즘 트렌드는 휘어진 몸
PPL이 많아질수록 구부러진 몸을 체험한다 너는 S자 나는 ㄹ자
너보단 내가 어렵지 너에게만 밝히지만 떨림은 유행을 이해하는 거야
이 거울은 지나치게 정직하다니까
# 드럼과 별나라는 터지는 중
휴일에는 폭죽놀이를 하자 폭약을 먹기 전에 익사하기 전에 터지기 전에 내가 드디어 번식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지 길고양이는 준비된 노래를 부르는 게 좋겠어 나를 투자하고 가치 있는 춤을 춰야지 두근거림도 계획해야 파티장이지
# 입장료는 민주주의의 꽃
자유가 옳다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자 문턱을 낮출수록 문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많아지네 어제는 65세 아가씨가 대리모를 써서 20대 애인의 아이를 잉태했다지 수태고지가 공지에 떴어 우리의 유대감은 랍비의 쿠폰인지 마고할미가 쏜 건지 라파엘이 찔러 준 건지 모르겠어 새로운 낙태 방법을 찾아 줘 황금 대문 앞에 배송된 이불은 푸른 리넨으로
# 민달팽이 껍데기
늙은 아빠에겐 세금 감면이 필요해 우울증 장기보유 특별사면이 어때? 아빠와 본적이 같은 반려 캥거루도 20년째 만삭이야 우리 집엔 루이뷔통도 이브 생로랑도 넉넉하지만 나눠 먹을 것이 부족해 아빠를 어느 도시에 팔아야 하지? 물기 하나 없이 고령에 이른 가야의 후손들은 대도시에 살고 있어
# 창틀에서 바라보자
울지 마
엄마 어디 안 가 서프라이즈에 갇혔거든
수영장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명란 스파게티처럼
*포모(FOMO)
출처: 2024 시흥문학 34집
김광명 시인
<시와 사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