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주일 입니다.
나는 10시 교중 미사에서 이층에 올라가 성가단 지휘를 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아래로 내려오자 어제의 그 형사가 신부님과 함께 있다가 신부님이 뭐라고 하자 형사가
"나하고 경철서로 갑시다"
라고 합니다.
1964년의 경찰들은 오늘같은 경찰이 아니라 원시적인 경찰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나를 영장 없이 체포해 간다는 것은 위법이지만 그때 내가 그것을 알리가 있는가?
차마 내가 다리병신이기에 수갑을 채우지 못하고 나를 압장세워 2km의 청주경찰서로 연행을 합니다.
경찰서사무실로 들어가자 홀이 무척 넓고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하에서는 고문하는 소리가 위에까지 들려오고 홀에는 조서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형사가 나를 어떤 의자에 앉으라고 합니다.앞에는 책상이 있습니다.
형사가 갑자기 무서운 호랑이로 돌변하며 주먹으로 책상을 꽝 내리치며 나를 쏘아보면서
"야 이 도둑놈의 새끼야! 나 힘들게 하지말고 어서 불어 이씨발놈아 !"
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쑥 빠졌습니다.
형사가 책상에 종이를 놓고 글씨를 쓰면서 질문하여 대답을 하라고 합니다.
내 인적 사항을 먼저 적고
"신부님 방을 매일 청소하지요?"
"예"
"설합이나 캐비넷 도 열어보고 깨끗이 다 청소하지요?"
"열어보지는 않아요"
그런 식으로 유도질문을 하고는 나중에 읽어줍니다.
"잘 들어보고 틀리는 것이 있으면 말 해"
하면서
"나는 매일 신부님방을 청소하면서 캐비넷을 열고 깨끗이 하며...."
"내가 언제 그랬어요? 난 그런말 안 했어요"
"이 거짓말 쟁이좀 봐, 네가 방금 그렇게 말 했잖아 누가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하는거야 이쌍놈아 !"
그 형사는 욕이 아니면 말이 안됩니다.
그런 식으로 하루 종일 조서를 받습니다.
나는 아침도 먹지 못했는데 그들은 점심을 먹으란 말도 안 합니다.
나는 겁이나서 오줌이 마렵거나 똥이 마렵다고 말도 못합니다.
나는 바지에다 그냥 오줌을 싸고 똥도 쌌습니다.
(계속)
첫댓글 와~ 신부란 사람이...
간접적으로 아는 경찰관 이신데
훌륭하게 일도 잘 처리하시는 분이래요
그런데
어느 하루는 다큰 따님이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아빤 눈길이 너무 무서워요 라고 하더랍니다
그 소리를 듣고 내심 너무 놀랐답니다
아마 조사 받으러 오는 사람에게는
먼저 매서운 눈초리로서
제압 부터 하는 버릇이 봄에 베인듯 하다고 하더랍니다
그러니 죄가 없어도 떨수밖에 없겠죠
그런 어려운 세파을 겪으셨는데도
만나뵐때 마다 웃어 주시는
그 인자스러운 미소가 나올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드네요
천성이 고우시니까 인자한 미소도 따라가나 봅니다
항상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