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불에 절인 위스키
윤아. 나는 이제 뉴스나 신문을 보지 못하겠어. 유튜브도 뭐도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아. 나는 그 사람들의 죽음이 너무 가깝게 느껴져.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일일이, 내가 죽지 않았음을 설명해야 했거든. 그러니까 그 일은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어.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그럴 수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나는 멈춰서 울고 있는데 모두가 나를 스쳐지나가는 기분이야.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 웅크려져 있는 나를 모두가 새치기 해서 지나가는 기분, 나는 매일 그 기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이, 웃고 수업을 듣고 친구들을 만나는 내 삶이 이제 송두리째 거품처럼 느껴져.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29일의 밤이 그랬듯이. 웃어도 진심으로 웃을 수 없고, 그 무엇도 머릿 속에 진실되게 들어오지 않아. 그래서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해? 나는 자꾸 이런 삐뚤어지는 생각을 한다. 별 것 아닌 것에 매달리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을 보면 이런 못된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워. 너도 언젠간 죽어. 그게 그렇게 심각할 일이야? 죽으면 끝날 일이야. 그러니까 사람 목숨이 이렇게나 어이없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안 이후로 나는 내 삶 마저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내 삶도 그렇게 사라질 수 있겠다. 그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지? 나는 그렇게 의미를 되묻고 그렇게, 내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괜찮아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어. 무언가 가슴이 커다랗게 뚫린 것처럼 마음이 무척 공허해. 잠시 웃다가도 슬픔이 곧장 밀려와 어쩔 줄 모르게 만들고 , 기사를 보면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나는 매일 울어. 그러니까 이건 너무 끔찍한 일이야. 친구가 죽었어. 그런데 아무런 잘못이 없이 죽었어. 그게 너무 이상해. 말이 안돼.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난거야. 사람이 이렇게
쉽게 죽었어. 아무도,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발 살아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매일 기도해. 아무도 죽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그건 영원토록 통하지 않을 기도라는 것을 알아. 신은 정말 존재하니? 정말 존재한다면 이렇게 예쁜 천사들을 데려갈 수 있어? 이제 희생자의 가족들은 누구를 믿니.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니. 상실의 아픔을 품에 끌어 안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누가 얼마나 이해해주니.
윤아. 나는 아파할거야. 나는 내 생일 10월 29일을 송두리째 잃었음에도 , 그리고 앞으로 할로윈이라는 단어만 봐도 역겨움에 몸사리를 칠 지라도. 그들을 기억하고 끌어안으려고. 아무리 웃어도 웃는 것같지 않고 아무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려고. 나도 그들이 죽어서 너무 슬프다고, 너무 아프다고. 끊임없이 말해주고 함께 슬픔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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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 이라고 한 데 묶어서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되었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신형철, 인생의 역사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나아지지요.”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 롤랑바르트, 애도 일기
첫댓글 인간이 싫다…………..
마음이 너무아프다진짜
한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건이 일어났다라는 문장이 칼처럼 매섭게 다가와 단순히 사건이라고 묶어버리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사람들이 꼭 알았음좋겠다
글 잘봤어 여샤 눈물이나네.. 마음이 아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 이 문장이 다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어
내가 느끼는 허무함, 분노, 슬픔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오래동안 잊지않고 목소리를 내고 분노할거야
아무런 연도 없는 나도 이렇게나 무기력하고 먹먹한데 여시의 슬픔의 크기는 내가 감히 가늠도 못 하겠지만 같이 기억하고 슬퍼할게 아주 정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
시간은 슬픔을 무감각하게 만드는걸 도와줄뿐인것같아...너무 마음아프다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