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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 A매치 2연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슈틸리케 2기는 요르단과 이란을 만나 아시아 무대에서의 미래를 가늠해 볼 기회를 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고 자처하긴 했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아시안컵에서 1960년에 우승한 이후 우승 경력이 없다.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훌륭했다고는 해도 아시안컵에서의 우승이 너무 오래도록 없어 ‘맹주’라기엔 사실 머쓱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아시안컵을 우승하면 2017년에 열리게 될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참가할 수 있게 되는데, 월드컵을 앞두고 그렇게 훌륭한 평가전 상대들을 월드컵이 열릴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즉, 이번 아시안컵의 우승은 명예와 실리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서아시아 팀을 만나 이겨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번 평가전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우리와 질긴 악연이 있는 이란과의 경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의미가 깊은 2연전이 될 것이다. 유명 선수들이 즐비한 강팀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것은 아니다. 이번 평가전 2연전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관전포인트를 정리했다.
아시아권 팀들을 압도할 수 있을까.
아시아권 팀들과 치르는 첫 경기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해외 축구에 대한 관심도가 꽤 높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유명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과의 평가전을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팀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게다가 우리는 아시안컵을 앞둔 상황이다. 아시아 팀들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가전은 아시안컵 그리고 그 이후의 월드컵 예선의 모습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시안컵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강호들과의 평가전보다 더욱 의미가 있다.
아시아팀들은 우리가 만나게 되는 강호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갖고 우리를 상대한다. 일본이나 호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와 점유율 싸움을 할 팀들이 없어 보인다. 강호들을 상대로는 우리가 수비에 중점을 두고 제한적인 기회를 최대한 살려 경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대부분 팀들을 상대로 해서는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공격적인 경기를 풀어간다. 특히 서아시아 팀들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우리 미드필더들과 중원 싸움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비 라인을 깊숙하게 내리고, 빠르고 기술 좋은 선수들을 통한 역습이나 세트피스 상황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2014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이란을 생각해보면 된다. 전형적으로 수비라인을 깊숙하게 내리고 수비 라인을 2선 혹은 3선으로 구축하고 우리나라를 괴롭혔다. 선제골이라도 내주는 때에는 단단한 수비와 특유의 ‘침대 축구’까지 더해져 선수들과 팬들 모두를 짜증나게 했다. 이런 수비 중심의 전술을 펴는 팀들을 허물 공격 전술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이번 평가전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두 번의 평가전을 보면 충분히 아시아 팀들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리카는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보인 팀들 중에 하나였다. 득점은 비록 하나뿐이었으나 그 과정은 완벽했고 밀집된 수비를 뚫어내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핵심은 역시 현저하게 향상된 공격 템포에 있다. 이전까지 공을 주는 선수, 공을 받는 선수만 공격 전개 과정에 관여하던 것에 비해, 이제는 공을 주는 선수, 공을 받는 선수에 더해 제 3의, 제 4의 선수가 공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미리 움직임을 취한다. 이를 통해 원터치 패스의 빈도가 높아지고 공격 전개 속도가 현저히 향상되어, 라인을 잘 구축한 상대 수비진을 상대로도 순간적으로 파괴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코스타리카 전 득점장면>
이번 월드컵에서 라인을 깊이 내리고 수비를 하는, 과거의 ‘안티풋볼’을 연상시키는 축구는 그 전술적 가치가 떨어졌다. 독일을 필두로 빠른 공격 템포를 기초로 유기적으로 공격하는 팀은 깊은 라인에서 펼치는 밀집 수비도 뚫어냈기 때문이다. 번번이 밀집 수비에 막혀 공격다운 공격도 못해본 채 경기를 답답하게 마쳐야 했던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털고, 우리나라도 시원하게 공격을 풀어낼 수 있을까? 이번 평가전에서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중동팀들은 우리를 어떻게 막아야할지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원톱 혹은 제로톱, 플랜B를 시험해 볼 기회.
이번에 소집된 대표팀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공격진에 있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진이나 손흥민, 이청용 등이 포진한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비진도 조합 자체가 많이 바뀔 것으로는 보이지만, 부상 선수가 있었다는 점과 새로운 선수들을 시범해볼 기회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전술상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다만, 공격진에서는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술적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다부진 체격으로 전통적인 원톱이라 할만하다. 몸싸움에 능하고 제공권에서 강점을 보인다. 연계 플레이에도 능하고 마무리 능력도 훌륭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라인을 파괴하는 이른바 ‘라인브레이커’형 선수는 아니고, 다른 선수들과 잦은 위치 변화를 가져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동국이 측면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는 중앙이 가장 잘 어울리고 또 편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소집된 명단을 보면 조영철, 이근호, 박주영 정도가 중앙 공격수로 투입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박주영이 소집되면서 논란이 붉어지면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 쪽으로 향하긴 했지만, 누가 선발로 출전할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파라과이 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조영철과 월드컵에서의 활약과 이어 제대(!) 이후에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는 이근호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술적으로 이동국, 김신욱이 있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조영철, 이근호는 애초에 측면 공격수로도 활용되는 선수이고 이, 김 두 선수와는 달리 몸싸움이나 제공권에 특출난 강점이 있진 않다. 박주영 역시도 제공권은 준수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몸싸움으로 싸워줄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결국 이번 대표팀에서는 파라과이 전에서의 조영철이 수행했던 것처럼 ‘제로톱’ 스타일의 공격수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로톱’이라는 명명이 어울리는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은 든다.) 2선 공격수들과 적극적으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공격하고, 수비라인을 한 번에 허물 수 있도록 수비 뒷공간으로의 침투 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가전은 큰 부담 없이 새로운 전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형 스트라이커를 제외한 ‘제로톱’ 공격 전술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슈틸리케는 이동국, 김신욱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파 스트라이커를 놓고 펴는 공격 전술을 메인 전술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적으로 이 두 선수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슈틸리케의 공격 전술이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는 두고봐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전통적 원톱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잘 짜인 ‘플랜B’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번처럼 부상으로 원톱형 스트라이커가 부재했을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팀에 따라 우리도 전술 변화를 꾀해야 할 때도 있다. 과연 플랜B의 핵심이 될 공격수는 세 명 중 누가 될까? 사실 누군가라도 특출난 활약을 보인다면, 이동국이나 김신욱을 밀어내고 플랜A의 핵심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러시아 전에서 득점을 해낸 '중앙 공격수' 이근호.
2기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지난 파라과이, 코스타리카 전에서 소집된 선수 명단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중용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합류했고 그 경기력이 준수했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을 보면 주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이용 등 기존에 주전으로 나섰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선수들이 있다. 박주호 등 본인의 부상으로 지난 번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슈틸리케 감독의 평가를 직접 받게 된 선수들도 있다. 정성룡, 박주영처럼 이전까지 국가대표팀에서 중용 받았으나 현재는 폼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는 선수들도 소집되었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라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려는 의도를 지닌 것 같다.
지난 평가전을 통해서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 등 기존의 핵심 선수들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동시에, 중용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출전해도 훌륭한 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용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발탁하면서 팀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소집된 선수들 역시 2연전 중 최소한 한 경기에는 출전하여 직접 경기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선수들도 얼마든지 주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선수들 간의 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전 경쟁은 보는 우리도 즐겁고, 선수들에겐 실력 향상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고, 팀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너무 잦은 선수단의 변화는 팀의 일관성을 해칠 수도 있겠지만, 부임 초기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폭넓은 선수 선발은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선수들의 전술적 기용과 이에 대한 적응도에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이전과 달리 매우 유기적인 움직임을 요구하고 있다. 공격 시에 선수들 간의 위치변화가 좌측, 우측, 중앙에 걸쳐서 상당하다. 게다가 공격 시에는 좌우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도 적극적인 편이다. 이전에 기성용 한 명에게 집중되었던 볼 전개 역시도 그의 파트너인 한국영 또는 장현수, 심지어 이청용이나 남태희 등 공격형 미드필더들까지 역할을 나눠서 수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기성용의 공격가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위치변화로 인해 생기는 수비적인 불안함은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전진 압박으로 상쇄시키고 있다. 요르단과 이란이 코스타리카처럼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의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공격적 위치에서 많은 위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것은 역습 시에 수비의 불안함을 노출시킬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
이렇듯 공수양면에 걸쳐 전술적으로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맞춰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주전 경쟁에 있어서 중요할 것이다. 기존에 홍명보 감독의 경우 기성용의 파트너인 한국영에게 수비적인 임무를 주로 부여하였고, 측면 공격수들은 측면에 한정된 움직임을 요구했다.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확실히 정해준 것인데, 슈틸리케의 경우 공수 양면에서 팀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동시에 팀의 유기적 움직임을 추구하면서 선수들의 창의성과 전술적 이해도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하는 점을 잘 해낼 수 있다면, 주전 경쟁은 더욱 볼만할 것이다.
뱀다리.
감독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보유한 선수들을 잘 배치하여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감독이 있는가하면,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감독도 있다. 정확히 들어맞진 않겠지만 현재 레알마드리드의 감독 안첼로티는 자신이 가진 자원들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능숙한 감독이라면, 첼시의 감독 무리뉴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여 자신의 축구를 펼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첼로티의 AC밀란 시절과 현재의 레알마드리드를 비교해본다면 엄청난 전술적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무리뉴가 구사했던 축구는 언제나 비슷한 형태를 보여준다. 굳이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의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도 앞으로의 주전 경쟁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긴 하지만 슈틸리케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선발하여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려는 유형으로 보인다. 남태희와 김민우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그들이 가진 전술 이해도와 수비 가담 능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서도 측면에서도 활약이 가능한 선수들로 슈틸리케 감독이 구사하는 축구에 적합한 선수들이고, 활동량이 많아 전방에서의 압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각 선수들 하나하나의 주전 경쟁 가능성을 전부 논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주관이 뚜렷한 감독으로 보이는 만큼 그가 원하는 전술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가가 주전으로서 설 수 있는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술의 완성도
지난 경기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았다. 이전에 무기력한 경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점들이 보였다. 하지만 월드컵까지의 경기력이 너무도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얻은 반사 이익일지도 모른다.(사실 2010년 월드컵 이후 경기력이 꾸준했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코스타리카 전이 나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3실점이나 허용했고 1득점에 그친 것도 사실이다. 2014년 월드컵에서 부진했다고는 해도 우리나라는 이제 월드컵 출전이 목표가 아니라 토너먼트 진출과 그 이상이 목표인 정도의 팀이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코스타리카와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아직까지는 선수들이 들고 나고 있지만, 대표팀에 오면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큰 전술적 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평가전을 통해 눈여겨 볼 점은 주로 수비적 측면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수 간의 조직력이다. 슈틸리케는 선수 시절부터 수비적 역할에 익숙했던 만큼 대표팀의 수비 전술 역시도 기대해 볼만하다. 하지만 특히 4백 라인의 수비 전술과 조직력이 단기간에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 코스타리카 전에서 실점한 장면을 돌이켜 보면 수비수들이 서툰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헤딩 경합 시에 중앙 수비진의 좌우 간격이 벌어지는 것, 수비진 사이에 소통이 부족한 것, 대인 마크가 철저하지 않은 것들이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수비를 수비수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수비의 중심은 4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비진의 조직력이 얼마나 구축되었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4백간의 좌우 간격 그리고 앞 선의 미드필더와의 간격을 중앙 수비수가 잘 조절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물론 바뀐 선수들도 있기에 이번 평가전에서도 허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이 2번째 국가대표팀 소집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가 코스타리카보다는 약한 팀이란 것을 생각해보면 지난 평가전들보단 나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전방에서의 압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슈틸리케 감독은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상대할 요르단, 이란은 수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공을 빼앗겼을 때 역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전방에서의 빠른 압박이다. 공을 빼앗겼을 때 공격을 허용하지 않도록 그 즉시 압박을 가해 공격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수준에서 들어가는 압박은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압박 시에 각 선수들이 일정한 역할을 맡아 팀으로서 전진 압박을 펼칠 때 상대를 옭아맬 수 있다. 당연히 팀 차원의 압박이 행해지기 위해선 감독의 주도 아래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약속이 필요하다. 코스타리카 전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풀리는 경우가 나오면서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압박이 이전 경기에 비해 얼마나 잘 가다듬어졌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파라과이 전과 코스타리카 전에서 공격은 준수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주로 세트피스에서의 한방이나 손흥민, 이청용 등 개인 전술에 의존한 골이 아니라 팀이 함께 합작한 골이 터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개선할 점을 딱히 지적하기 보다는 더 많은 창의성을 가지고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에 소집된 중앙 공격수들의 스피드가 이동국에 비해서 빠른 만큼 중앙에서의 2:1패스나 후방 침투 혹은 순간적인 스위칭으로 상대 수비진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내고 이 공간을 이용하는 유기적이고 아기자기한 공격 부분 전술이 더욱 활발히 나온다면 좋을 것이다. 슈틸리케가 생각하는 공격 전술이 더욱 완숙미를 더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볼만 하다.
주먹감자를 날리는 케이로스 감독.
때려줄 수도 없고.
사실 특별한 의미를 갖는 대회이거나 평가전은 아니다. 하지만 아시안컵 이전에 우리 대표팀을 점검하고 새로운 선수들의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분명한 의미가 있는 경기이다. 설레발은 필패라는 말이 있어서 굳이 꼭지를 만들어 글을 쓰진 않았지만, 늘상 우리를 도발하는 이란을 상대로 수준 차이를 보여주며 그들의 홈에서 박살내버리는 모습도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길게 말은 하지 않겠다. 복수의 칼을 갈다가 지면 더욱 속상하지 않은가. 평가전이기에 과정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고 또 이겨야 하는 팀과의 경기이다. 케이로스처럼 주먹 감자나 날리면서 스스로의 인격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이란을 상대 홈에서 꺾고 일본을 상대로 한 2010년 월드컵 출정식의 박지성처럼 상대를 침묵시킬 필요는 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이기는 경기가 즐겁다. 과정 뿐 아니라 결과도 훌륭해야 한다.
특히나 안타까운 것은 이번 평가전 2연전을 앞두고 박주영(+정성룡)이 발탁되면서 많은 관심이 그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이 박주영이라는 일개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기이고 또 팬들도 그 외에도 충분히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들이 있다. 물론 여기서 쓰는 글들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경기는 충분히 즐길 수 있겠지만.
첫댓글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