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룡혀니님의 이벤트 끌어올림 글을 보고 몇 자 적습니다. '짠내 폴폴'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글 쓸 생각을 안했었습니다. '신내', '단내'라는 말을 생각해서, 인심이 야박하다는 뜻이거나, 짠맛의 땀을 많이 흘릴 때 옷에서 나는 신냄새를 가리키는 신조어인가 보다 했는데... '탁구에 담긴 애환~ 짠내 나는 스토리'라는 적룡혀니님의 표현을 보니, 아마도 짠맛이 나는 눈물과 관련해 생긴 말인가 봅니다. 하여간 가지가지 추측만... 각설하고.)
탁구를 2010년에 처음 시작했는데요. 레슨이고 뭐고, 기본적인 모양새도 배울 여건이 없던 프랑스 소도시에서 살던 때였습니다. 의사의 '운동 좀 하라'는 권고(를 가장한 협박)에 따라 동네 탁구 동호회에 가입은 했는데요. 차로 한 시간 떨어진 도시의 학교 체육 선생이 한 주에 한 번 와서 아이들 연습하는 것 봐주는 것 빼고는, 레슨도 체계적인 훈련도 없는 막탁구의 향연장이었습니다. 이곳 카페에서 읽는 정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동영상, 동호회의 다른 사람들 치는 모습을 참조해가며 제 기본 타법 자세를 마음껏 창조했지요.
한 해 뒤, 2011년 여름, 휴가 기간에 부모님 뵈러 한국에 들어가게 됩니다. 레슨의 천국, 한국! 개인 레슨을 받아서 기본적인 모양새라도 좀 배워 돌아오고 싶은데... 일 년에 겨우 한 번 가는 한국입니다. 여행하고 싶어하는 아내 내팽겨치고, 아들과 며느리 얼굴 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 내팽겨치고 탁구장에 가자니, 면목이 없군요.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다가, 꼼수를 하나 고안했습니다. 아내를 꼬드겨서 한국어 학당 프로그램에 넣는 것이었죠.
– 자기, 이번에 한국 가서 한국어 집중 코스 한 번 다녀보면 어때?
– 나, 혼자서도 잘 익히고 있어. 괜찮아.
– 그래도... 예전에 나 다녔던 학교에서 3주짜리 여름 집중 코스가 있더라. 우리 한국 일정하고 딱 맞아.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 그럼 당신 혼자 오전에 심심해서 어떡해?
– 아... 나는... 학교에 아직 남아서 가르치는 예전 친구들, 선생님들도 좀 만나보고... 학교 근처에 탁구장 있으면, 이 기회에 거기서 개인 레슨도 좀 받아보고... 어쨌건 이 기회에 3주짜리 집중 코스에 가서 네 한국어 한 번 확 늘려봐!
그렇게 생애 최소의 탁구 레슨을 받았습니다. 아침 9시까지 거기 가려고 7시 반에 부모님 댁에서 나와, 출근길 시간 만원 버스, 지하철 타고. 아내 수업 시간 동안 저는 탁구 치고. 아내 수업 끝나면 밥 먹고 서울 구경 아주 쪼~끔 하고, 오후에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서, 저는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아내는 숙제(!!!)를 하고. 3주 휴가를 저는 꽤 보람있게 보냈는데, 아내는 고생만 했지요. (아참, 저 때문에 일부러 아침 일찍 나오셔서 1년 동안 갈고 닦은 엉터리 폼 교정해주시느라 고생하셨던 코치님, 어디서 잘 살고 계시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그 다음해 2012년 여름 휴가 때는, 부모님 댁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양화 학원에 가도록 아내를 꼬드겼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오후 시간. 그 시간에 저는 탁구 쳤습니다.
속셈을 간파한 아내가, 그 다음해부터는 "가끔 탁구 치게 해줄테니, 한국에서의 휴가는 휴가처럼 보냅시다", 해서 그 말씀에 순종하고 있습니다 ㅠㅠ (그래도 지난 8월에 한국 가서, 바다본다고 동해안까지 놀러가서도, 속초에서 탁구 한 번 치고 왔네요. 혹시나 해서 챙겨간 탁구채. 배탈났다고 숙소에서 쉬겠다는 아내에게 허락받고 저녁 시간을 탁구장에서 보냈죠^^)
이정도면 '짠내'가 좀 나는 건가요?
첫댓글 [짠내 폴폴 탁구 이야기] - 다같이 셰이크
접수 4번 감사합니다.
저랑 수법이 비슷하셔서 너무 공감이 가네요.
알면서도 속아주는 아내에게 잘 하자구요~
진짜 손만 잡고 잘거지? ㅎㅎㅎㅎ
예, 아내 사랑은 무탈의 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