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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뒤에서 워낙 우악스럽게 목을휘어감고 밀어대는 바람에
계단을 올라갈때 그녀의 목은 마치 활처럼 휘어졌다.
옥상으로 나가 철문을 닫고서야 그는 목을감고 있던 팔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여기서는 소리질러봐야 들리지도 않아.반항하면 아래로 던져 버릴 거야."
주먹이 옆구리로 들어오는 바람에 그녀는짧게 비명을 지르면서 무릎을 꺽었다.
그리고 살기등등한 사내의 위협 앞에그녀는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경련하듯떨어대기만 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시키는 대로 순순히 복종해. 그러면 살수 있으니까!"
"네,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그녀는 두손을 비벼댔다.
"저 안으로 들어가!"
그는 이번에는 겨드랑이 밑에다 그녀의목을 처박고 개처럼 그녀를 끌고 갔다.
가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를 안쪽으로밀어버린 다음 문을 닫았다.
한 치 앞도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녀가나가 떨어지면서 무엇엔가 부딪치는 소리가요란스럽게 났다.
그는 준비해둔 플래쉬를비췄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주위에페인트통이 몇 개 나뒹굴어 있는 것으로보아
거기에 가서 부딪친 것 같았다.
그녀가 눈이 부신지 한 손을 들어 얼굴을가렸다.
"그대로 누워 있어!"
그는 가까이 다가서서 그녀를내려다보았다.
스커트 자락이 말려올라간바람에 허벅지는 물론 팬티까지 드러나있었다
. 팬티는 연분홍빛이었다.
그는구둣발로 그녀의 음부를 눌렀다.
"이 쌍년아, 양방희라구? 본명 말해봐!다 알고 있으니까 바른대로 말해봐!"
구둣발로 힘을 가하자 그녀의 얼굴이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정...우희예요. 용서해 주세요.
"뭐, 용서해 달라구? 넌 날 죽이려고했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내가구두 뒤축으로 음부를 비벼대자 울음 대신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해! 내가 경찰에서 당한 고통을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구둣발로 거기를 찍어대자 그녀는금방이라도 숨 넘어가는 것 같은 소리를냈다.
그는 여자의 핸드백을 열어내용물들을 바닥에다 쏟았다.
동전지갑,화장품, 거울 따위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지갑을 집어들어 열어보았다.
돈을넣어두는 곳에는 두툼한 만원짜리 지폐와모두 백만원짜리였다.
그는 돈과 수표를모두 빼내 자신의 주머니 속에 찔러넣은다음
이번에는 지갑 속에서 신분증을꺼내보았다.
주민등록증과 함께운전면허증, 신용카드, 현금카드 같은것들이 나왔다.
모두 정우희라는 이름으로발급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름이본명임이 분명한 것 같았다.
그는 준비해온녹음기를 꺼내 그녀의 입 가까이로가져갔다.
"넌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나한테접근했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말이야.
너 때문에 나는 하마터면 사형대에 앉을뻔했어.
네 덕분에 말이야. 왜 그랬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전 당신을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적 없어요.
그녀는 말을 맺지 못한 채 비명을질렀다.
그는 아예 그녀의 배 위에 걸터앉았다.
"오해라고?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지?
이름도 가짜로 대고...대구까지 나를데리고 갔어.
한우섬유회사의 양사장딸이라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어.
너때문에 나는 그 호텔에서 하루종일기다렸어.
결국 내가 알리바이를 대지못하게 하기 위해
나를 이리저리 끌고다니면서 골탕먹이고 나서 넌 사라져버린거야.
하지만 내 손을 벗어날 수는 없어.
내가 어떤 놈인데 너 같은 년한테 당해.
내손에 걸린 년치고 지금까지 작살나지 않은년이 없었어."
그는 녹음기를 머리맡에 있는 페인트통위에 놓았다
칼로 그녀의 눈꺼풀을 건드렸다.
그녀가 비명을지르면서 발버둥쳤다.
그러나 눈이찔릴까봐 얼굴을 흔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 예쁜 눈을 애꾸로 만들어줄까?"
날카로운 칼 끝에 찔린 눈꺼풀에서 피가번져나오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신한테 잘보이려고 거짓말한 것뿐이에요.
그것이죄라면 달게 받겠어요.
하지만 제가 당신을함정에 빠뜨리려고 한적은 없어요.
그건오해예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전 정말억울해요!"
"이 망할 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계속 거짓말하기야?!"
널려 있는 신문지를 집어서 그녀의 입 속에쑤셔넣었다.
"사실대로 말하겠으면 고개를 끄덕여."
그녀가 입 속에 틀어박힌 신문지 뭉치를손으로 빼내려고 하자
그는 그 손을 발로짓밟았다.
"내 허락없이 그걸 빼내지 마. 자,
사실대로 말해. 네가 아무리 거짓말해 봐야결국 불게 돼.
결국 불게될 걸 빨리 말하면고통도 당하지 않고 좋을 거 아니야"
그가 날카로운 칼 끝으로 눈을 겨눌때마다 그녀는 두눈을 질끈 감으면서온몸을 떨어댔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고있는 것이 호흡이 곤란한 모양이었다.
"난 너한테 해를 끼친 일이 없었어.
원한을 살만한 짓은 한 적이 없어.
그런데 왜 나를 제물로 삼으려고 했지?
왜나를 함정에 빠뜨려서 사형수를 만들려고했지?
너를 경찰에 넘길 수도 있어. 하지만그전에 내가 먼저 알아야겠어.
경찰에넘기는 일은 네 이야기를 듣고 나서결정하겠어.
네가 솔직히 털어놓고 용서를구하면 봐 줄 수도 있어.
하지만 계속거짓말을 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경찰에 넘겨질 거야.
자, 말해봐. 왜 나를제물로 삼으려고 했어?"
정우희는 공포에 떨면서도 머리를가로저었다.
그것을 보면서 영대는 입가에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대답 안하겠다는 거지? 어디, 네가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난 여자한테고통을 가하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이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일회용 가스라이터를꺼냈다.
그리고 가스불을 최대로 높은 다음주저없이 그녀의 눈썹에다 갖다댔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면서 온몸을뒤틀어댔다.
그러나 입이 막혀 비명소리는윽윽하는 괴성으로 변해 조금 흘러나왔을뿐이다.
그리고 그의 육중한 몸 아래에깔려 있었기 때문에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수도 없었다.
한쪽 눈썹이 순식간에 타버렸다.
조화를잃은 그녀의 얼굴은 이상하게 일그러져보였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푸들푸들경련이 일고 있었다.
"흐흐....한쪽 눈썹이 없어지니까 더예쁜데 그래.
사실대로 자백하지 않으면이쪽 눈썹까지 태워버릴 거야.
빨리즐거움을 맛볼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고문이란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어.
네가 유밀라를 죽였지?"
그녀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그를올려다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흥, 부인하겠지. 네가 그 여자를죽였던가
아니면 넌 죽인 놈과 한 패이던가그러겠지.
그러니까 나를 범인으로 몰기위해 함정에 빠뜨린 거야.
유춘지의 편지도네가 보낸 거지? 그렇지?!"
그녀가 다시 머리를 가로저었고,
그는즉시 가스라이터 불을 그녀의 눈에다갖다댔다.
그녀가 고통을 못 이겨발버둥치자 그는 가방 속에서 철사줄을꺼내
그녀의 두손과 발을 묶었다.
눈썹이모두 타버린 그녀는 이제 완전히 다른사람처럼 보였다
변형시키는데 재미를 붙인 그는 더 좋은방법을 생각해내고는
페인트통 하나를곁에다 옮겨다놓고 나서 뚜껑을 열었다.
거기에는 페인트 붓도 여러 개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캐묻지도 않고 장난치듯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네 얼굴을 화장시켜주지.
예쁘게 말이야. 머리털까지 하얗게칠해놓으면 아주 예쁠 거야."
그녀가 버둥거리면서 머리를흔들어댔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린 다음 성기를 꺼내통 속에다 오줌을 갈겼다.
"기막힌 화장품이되겠는데...흐흐.."
그는 붓으로 오줌과 페인트를 잘 섞은그것을 그녀의 얼굴 위로 가져갔다.
그것을보고 그녀는 기겁을 하면서 얼굴을돌렸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는가차없이 붓으로 그녀의 얼굴을 철벅철벅칠해 나갔다.
숱이 많은 머리칼에도페인트를 칠해 버렸다.
그녀는 부들부들떨면서 울음을 터뜨렸지만
입이 틀어막혀있어 울음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그녀의얼굴은 눈과 코만 빼놓고 이제 모두 하얀색으로 도색되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얼굴이라기보다는 무슨 괴물의 모습같았다.
"야, 멋지구나. 미스코리아에 나가면당선되겠는데..."
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항복을 뜻하는 신호였다.
그는 그녀의 입 속에 틀어막혀 있던신문지 뭉치를 꺼내주었다.
종이뭉치가빠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는
격렬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페인트를허옇게 뒤집어쓴 채 괴물 같은 모습으로흐느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참담하기 이를데 없었다.
"진작 손을 들 것이지...뻗대다가 이모양 요꼴이 된 거 아니야.
자백하기 전에내 말을 잘 들어.
여기서 당장 위기를벗어날 생각으로 거짓말하면 안 돼.
거짓말하면 금방 들통이 나니까 아예거짓말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네가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나는 금방 알 수가있어.
기회는 딱 한번밖에 없어.
두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그것으로 넌끝장이야. 내 말 알아듣겠어?"
그녀느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만일 거짓말을 해서 여기서풀려난다 해도 난 너를 끝까지 추적할거야.
네가 어디를 가든 나를 피할 수는없어.
그리고 난 너를 경찰에 고발할 거야.
네가 유밀라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말이야.
경찰이 전수사력을 동원해서 너를 쫓으면네가 체포되는 건 시간문제야.
내가사실대로 털어놓으면 경찰은 내 말을 믿을거란 말이야. 자 말해 보시지."
흰 페인트로 뒤덮인 그녀의 얼굴에는표정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동안 떨고 있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한거예요
왜인지는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무슨 일인지 내용은 알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냥 시킨 대로했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부분적으로시킨 대로 했을 뿐이기 때문에 전체적인것은 알지 못했어요.
.당신이살인범으로 체포된 것도 신문을 보고서야알았어요..
죽은 사람이 유밀라라는여자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리고 그때서야 제가 무슨 일에관계되었는지 알게 됐어요..
하지만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어요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너는 범인이 아니고.무슨일인지도 모르고 약간 도와주었을 뿐이다이 말이냐?"
"네....전 뭣도 모르고 했을뿐이예요
"흥, 다른 사람한테 모두뒤집어씌우는구나. 넌 책임이 없다이거냐?"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에요..사실이그래요...
그렇다고 제가 책임이 없다는건 아니에요..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저한테도 책임은있어요...특히 당신한테는미안하구요..죄송해요..."
"여우 같은 년...네 말이 사실이라고믿고..그럼 너한테 그런 짓을 시킨사람은 누구냐?"
그녀는 얼른 대답하지 않고 한참을망설였다.
영대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그것을 그녀의 입 위로 가져갔다.
"마, 말하겠어요. 사실대로 말씀드리면경찰에는 고발하지 않는거죠?"
"난 원래 경찰을 싫어하는 사람이야.사실대로 말해 주기만 하면 그쪽은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실대로 말하면....바로 절풀어주시는 거죠?"
"그야 물론이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가르쳐주면...그사람한테 복수하실 거예요?"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넌 그사람이 누구인가만 말해주면 돼."
그녀는 다시 머뭇거렸다.
"그 사람한테 복수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세요...
그 사람은 해쳐서는 안 될사람이에요."
그래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또머뭇거렸다.
화가 치민 영대는 입에 물고있던 담배꽁초를 손으로 집더니
그것을사정없이 그녀의 입 속에다 쑤셔넣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떼굴떼굴 굴렀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라, 이년아! 그 사람대신 네가 당하면 될거 아니냐?
난 아쉬운거 하나도 없다."
"마, 말하겠어요! 잠깐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으깨진 담배꽁초를 뱉아내면서이상한 발음으로 말했다.
혀끝과 입속을 불에 덴 바람에 제대로발음이 되어나오지가 않는 것 같았다.
"그 사람 이름은 서문구라고해요...
아주 무서운 사람이에요.."
"겁주는 거냐? 나보다도 더 무서운...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벌어진 입 사이로거칠게 숨만 내쉬었다.
"그 사람하고는 어떤 사이냐?"
"애, 애인 사이예요."
"몇 살 쯤 된 놈이야?"
"마흔 살이에요. 그 사람을 건드리지않는 게 좋을 거예요."
"계속 겁주는구나. 어디 가야 그놈을만날 수 있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있어?"
흰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이 무표정하게그를 올려다본다.
흰 페인트에 가려서보이지 않는 공포에 질린 얼굴이 묘하게도그를 자꾸만 자극하고 있었다.
그는발작적으로 라이터불을 켜서 그녀의 옷에다갖다댔다.
값비싼 원피스는 금방 동그랗게구멍을냈다.
"서문구 그놈을 어디 가야 만날 수 있어?
말해봐. 말하지 않으면 옷을 모두 태워버릴거야."
그는 기분 내키는 대로 라이터불을그녀의 옷에다 갖다댔고
그때마다 그녀는팔딱팔딱 뛰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원피스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렸고 구멍사이로는 불에 덴 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리지르지 마. 소리지르면 다시 입속을 틀어막을 거야. 서문구는 어디 있어?"
"부, 부산에 내려가 있어요."
"부산에는 왜 내려갔어? 부산 어디에있어?"
"사건이 가라앉을 때까지 당분간 가있겠다고 했어요."
"있는 곳은 말하지 않았어요."
"이년이!"
그는 그녀의 입 속에다 다시 신문 뭉치를쑤셔넣었다.
그리고 라이터불을 가슴에다갖다댔다.
이번에는 한곳을 집중적으로태웠다
. 가스불은 옷에 이어 브래지어를뚫고 들어가더니 젖가슴을 태우기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을 뒤틀어대면서몸부림치다가 갑자기 움직임이느슨해지면서 조용해졌다.
"이년이 기절했군."
그는 밖으로 나가 손수건에다 빗물을적셔가지고 와서는 그녀의 얼굴에다 물을짜냈다.
몇번 그렇게 해도 그녀가 걔어나지않자 그는 은근히 겁이 났다.
혹시 숨이끊어지지 않았나 해서 맥을 짚어보았는데맥은 뛰고 있었다
그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페인트통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녀의 입을열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생각이 그를 초조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 정도로 고문을 당하면 웬만한사람이라면 술술 불게 마련이다.
그러나그녀는 독종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마지막단계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목숨을걸면서까지 비밀을 고수할 각오가 되어있는 것 같기도 해서
영대는 좀난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나올수록 그는 가슴 속에서
보다 잔인한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어떻게해서든 기어코 그녀의 입을 열게 하고야말겠다고 결심을 다졌다.
. 연쇄살인
서문구가 정우희의 자가용 승용차가주차장으로 굴러들어오는 것을 목격한 것은
새벽 1시20분경이었다.
그때까지 그는 자지않고 비디오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정우희가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동거녀인 정우희는 요즘 들어 빗길로새어나가고 있는 기미가 역력해지고있었다.
당분간 싸돌아다니는 것도삼가라고 했는데 듣지 않고
매일 밤을 계속늦게 들어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불안하고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터에
그녀마저그렇게 빗길로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워낙 느긋하게 안정된 성격이아닌데다
바람기마저 심해 그럴 수도있으려니 하고 이해하려 해도
그 정도가점점 눈에 띄게 심해지는 것 같아 그대로두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았다.
더구나지금은 사건마저 얽혀 있어 근신하지않으면 안 될 때였다.
그래서 그는 오늘밤그녀가 돌아오는 대로 단단히 혼쭐을내줘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다시한번 보여주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정우희를 때릴 때에는 납작한 가죽허리띠를 사용하곤 했다.
그 전에 그는허리띠를 물 속에 담가두곤 했다.
단단하던것이 물에 젖으면 보드랍고 유연해진다.
들어붙으면서 뼛속까지 고통이 스며든다.
정우희의 승용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와멈추는 것을 보고
그는 욕조 속에넣어두었던 가죽 허리띠를 꺼내놓았다.
집안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그는 창가로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차에서 내린정우희가 우산을 받쳐쓴 채 아파트출입구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커튼을 친 다음 거실의 불을 켜고 나서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우희는 열쇠를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몰래 집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그는생각했다.
그녀는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언제나 고양이처럼 살그머니 집안으로스며들어오곤 한다.
텔리비전 화면에서는 면도날이 번쩍이고여인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뿌연 유리를통해 여인의 나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보이고 있었다.
면도칼을 들고 있는 손에는 가죽장갑이끼워져 있었다.
범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바리 코트 차림에 중절모를 깊이눌러쓰고 있었다.
욕실 안 금발의 여인은따뜻한 물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미소를짓고 있었다.
두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애무하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손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범인의 모습이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
소리없이 접근한 범인은 한 손으로 그녀의입을 틀어막으면서
면도날을 그녀의 목에다대었다
두눈을 부릅뜬 여인의 얼굴이 크게확대되고 있었다.
세번째 여인의 피살장면이었다.
문구는 리모컨으로 볼륨을 줄이고현관쪽에 귀를 기울였다.
들어올 때가됐는데 아무 기척도 나지 않았다.
그는어금니를 깨물면서 다시 화면을바라보았다.
그는 40대의 조그마한 사내였다.
거기다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고 시력이 좋지 않아안경을 끼고 있었다.
외견상으로는 그렇게보잘 것 없어 보였지만 그한테는 보스기질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대로부려먹을 수 있는 부하들을 거느리고있었다.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벌떡 몸을일으켰다.
현관이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서출입문을 노려 보았지만 문은 좀처럼열리지 않았다.
아마 경비원과 이야기를나누고 있는 모양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실내를 왔다갔다 하면서 문이열리기를 기다렸다
. 20분쯤 지났을때까지도 그녀는 들어 오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인터폰을 집어들고 경비원을 불렀다.
"1510호입니다. 우리 집사람 혹시 거기있습니까?"
"벌써 올라가셨는데요."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