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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에 오르는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산악인들에게 불멸의 경구가 되어 버린 이 말은 영국의
전설적인 등산가 죠지 맬러리(George Hebert Leigh Mallory 1866-1924)가
남긴 말이다.그는 세 번이나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다. 도대체 해발 8.800m가 넘는 산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의심하고 있을 때 였다.
세 번째 정상 정복을 위하여 오르던 그는 진한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더니
다시는 그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것이 그의 최후였으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등반 역사의 전설로 남아 있는 것이다.2004년 1월 2일(금). 새해 첫번째 산행은 북한산 우이령(牛耳嶺)을 경계로
북동쪽의 자운봉(739.5m)을 비롯하여 만장봉(718m), 선인봉(708m) 일대에 웅대
하고 험준하면서 그 형상이 준수하고 기품이 있어 특출한 경관을 이루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한 축을 이루는 도봉산을 오르기로 하고 서울의 목요 산우들은 도봉
산 입구 호돌이 만남의 광장에서 뜻 깊은 산행의 만남을 갖는다. 특히 오늘은
멀리 인천 화요산악회의 산행기 작가인 知山이 동참하여 목요 산우들을 격려
한다.우뚝솟은 자운/만장/선인봉의 병풍같은 암벽이 화사한 아침 햇살을 받아 아름
다운 자태로 눈앞을 가로 막는다. 간밤 내린 서설이 낮게 깔리어 계곡 후미진
곳은 몹시 미끄럽다. 낙상을 우려하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공원 입구
잘 정돈된 보도불럭은 조형미를 뽐내며, 산우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해
덕담을 나누며 도봉산을 오른다. 시간은 오전 10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도봉산을 오르는 길목은 여러갈래로 나누어 진다.
우리가 지금 오르는 도봉산계곡(일명 도봉유원지)을 비롯 우이동/원도봉/안말
/회룡골/송추등 여섯곳에 이르며 우리가 지금 오르는 도봉산계곡은 천축사-
마당바위-자운봉으로 이어지는 등반코스로 용어천계곡을 따라 오르다 능선에서
정상에 오르는 최단코스(7km, 3시간 30분) 이기도 하다. 한편 건너편 문사동
계곡은 여름 한철 시원한 물줄기와 벗하는 휴양의 계곡이기도 하다.산행에 참여한 산우들은
田河鎭 등반대장을 비롯 金在崑. 朴常玉. 尹熙林. 李永圭.
林永植 산우와 筆者등 7명이다.도봉산계곡 입구 좌측으로는 금석문의 암각 글자와 아담한 정자가 우리를
반긴다. 주자학의 대부인 尤庵 宋時烈공의 웅장한 필치의 글로 예로부터 문인
들의 학문 연마와 교우의 장소이기도 한곳이며 지금도 그 옛 모습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한 겨울 임에도 밝은 햇살은 따스하게 비추이고 청량한 하늘은 산행 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금년 한해도 인고 56산악회와 그 가지인 화요/목요
산악회의 장도를 축복해 주는 것 같다.오전 11시. 도봉 대피소에서 일차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산행의 피로를
씻어주듯 길옆 나뭇가지에서 눈꽃 한 송이가 떨어져 목덜미를 시원하게
적셔준다. 멀리 머리 위로는 천축사를 오르는 돌계단이 올려 보이며 李永圭
산우는 아이젠을 꺼내 등산화에 채운다. 그래 매사는 불여튼튼 이라고
그랬지! 한 10여분쯤 지냈을까? 산우 일행은 天竺寺입구 돌계단에 선다."민족통일과 세계 평화, 그리고 가정의 평안과
각자의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원로 불사 도량,
부처님의 가피력이 온 누리에 확산되어 자비와
평화가 향상되며 원하는 소원을 성취하기 바란다"라고 쓰여진 안내판 한 옆에 아담하게 도열된 많은 평화통일기원 불상 앞에서
산우들은 잠시 고개를 숙인다.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자운봉을 배경 삼아 소나무, 단풍나무, 유목등이
울창한 곳에 조용하고 경관이 뛰어나 참선도량으로 이름이 높은 천축사는
북한산 및 도봉산 지역의 60여개 사찰중 제일 오래된 건축물로서 신라 문무왕
13년(673년)에 창건되고 우암천이라 했다. 대웅전을 비롯한 석굴과 관음보전,
나한전, 종각 요사등이 있으며 샘물 뒤쪽으로 보리수 나무가 서있다. 한편
만장봉 바로 밑에는 만월암이 있으며 석굴 법당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1호
로 지정된 단정한 체구의 석굴 미래좌상이 있다.오전 11시 20분. 다음 목표지인 마당바위를 향하여 천축사를 돌아 잘 다져진
돌계단을 오른다. 가파른 오름길에 올라 한숨을 돌리니 천축사가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은은한 목탁소리가 산행객의 마음을 안온하게 한다.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니 만장봉과 선인봉이 손안에 잡힐 듯 다가오며 멀리
서쪽으로는 북한산과 연결되는 우이령 암봉들이 정오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며 시야에 가득히 들어온다. 벗삼아 따라오던 계곡수가 멈추는가 했더니
이어져 능선길에 오른다. 왼편으로 마당바위 30m/만장봉 700m라는 산행 안내판
이 보이며 올라온 방향으로는 도봉산장 630m/도봉매표소 2.400m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2.4km를 오른 것이다.11시 35분. 우리는 제2목표지인 마당바위에 올랐다. 도봉계곡, 천축사를
지나 자운봉 7부 능선쯤에 자리잡은 마당바위는 제법 널찍하여 많은 산행객이
휴식하기에 안성마춤인 장소인 것 같다. 이렇게 피곤함에 지친 산행객을 쉬게
하는 여유로움을 안고있어 산은 항상 좋은 곳이다.산행중에 朴常玉 교수는 人生 五福의 덕담을 들리어 준다.
인생오복은 壽. 富. 康寧. 悠好德. 考終命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壽는 오래 사는 것이고
富는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재물을 갖는 것이며
康寧은 육신의 건강과 함께 영혼의 평안을 갖는 것이고
悠好德은 남에게 덕을 끼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考終命은 주어진 생명의 수를 다 하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오래 살되 강령하여야 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베풀고 살
수 있는 덕행에 삶을 살다가 천명이 다하는 날 오라고 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여보게 산우들! 甲申 새해 우리에게 주는 좋은 덕담으로 알고 건강하
고 아름다운 여생을 즐기시게나. 자 餘生! 同樂! 이요.정각 12시. 일행은 자운봉 바로 턱 밑에 섰다. 둥그러운 반원형의 돌계단이
둘려쳐 있어 안성마춤의 휴식공간을 이루고 있다. 잠시 목을 축이고 고개를
들어 본다. 웅장한 산세가 위압이라도 하듯 자운봉이 우리를 내려다 본다.10여m나 되는 밧줄을 타고 자운봉과 문장봉간 산허리에 오르니 멀리 포대능선
넘어 북쪽으로는 의정부 시가지가 다가오고, 동쪽으로 마들평야 넘어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이어져 남쪽으로 산세를 들어내며, 서쪽으로는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가 도봉산 주능선 따라 멀리 멀리 이어져 종주 산행을 유혹한다.매서운 북풍이 휘돌아 빰을 때리며 서있기도 위험하여 정상에서의 산제는
어려울 것 같아 방금 우리가 휴식했던 반원형의 돌계단으로 원위치, 산우들은
준비한 酒果를 차려놓고 산제를 드린다.시간은 12시 30분. 田河鎭 대장을 비롯 차례로 고개 숙이고 금년 한해 무사
산행을 기원한다. 우람한 기암괴석과 뾰죽히 솟은 암봉들로 장관을 이루는
도봉산 자운봉은 특히 수중에서 피어오른 연꽃을 연상하는 아름다움도 간직하고
있으며 절벽 아래로는 천축사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각자 거금 일만량을 시주로 드리고 백세주를 비롯 사과, 감, 어포등 풍성한
제수로 음복하며 금년 한해도 풍요로운 산행에 식탁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
감으로 한껏 부풀어 진다.오후 1시. 자 이제는 하산 해야지. 도봉산도 북한산과 같이 갈림길이 많아
잘못 길을 잡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정상으로 오를때는 어느
길목도 정상에서 만나게 되지만 하산의 경우는 180도 방향이 틀어지는 수도
있어 반드시 리더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물론 우리의 리더는 田河鎭 등반
대장이다.낮게 깔린 서설은 밝은 햇살을 받아 녹아내려 하산길이 미끄럽지 않아 다행
이다. 다만 나무 잎새에 걸린 눈꽃은 겨울산행에 묘미를 알리기라도 하듯
하얗게 나뭇잎을 누비고 있어 아름다운 산록에 경관을 더하여 준다.편안함과 여유로움 속에 하산을 시작한지 한시간여, 서원교를 건너니 포장
도로가 이어지며 계곡 왼편 으로는 옛 영국사 터에 위치한 도봉서원을 만나게
된다. 1573년 지방유림의 공의로 趙光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곳으로 창건과 동시 "道峰"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고
한다.오후 2시 20분. 오늘 오찬 장소인 명동<교자>칼국수 집에서 산행 여장을
푼다. SBS tv 리얼코리아 "그곳에 가면"의 맛자랑 집으로 소개된 집으로
평양의 왕만두가 별미식인 집을 산행 뒷풀이 식당으로 선정한 것이다. 산행을
마친 후에 갖는 오찬은 항상 즐거운 터, 시원한 맥주와 동동주가 대령되고
이집에 유명한 왕만두와 닭칼국수가 구미를 돋운다.오늘 새벽 파주에서 새해 첫날을 보내고 급히 달려온 필자는 아침을 거른터라
시장기가 앞선다. 田河鎭 대장의 건배 제의 "餘生"에 "同樂"으로 화답 하면서
화기로운 오찬의 시간은 흘러 가고 새해 첫 번째 산행은 이렇게 마감이 된다.자 그러면 산우 여러분!
새해에도 건강 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 하심을 기원 하면서 신년 인사를
대신한다. 다음 만날 때까지 모두 모두 안녕히............
첫댓글 도봉산 시산제에 참석하여 이렇게 재미있는 산행기까지 써주신 지산님 감사합니다. 종종 목요산행에 나와 주세요
사실적이고 교육적으로 잘 묘사한 훌륭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다음 56 시산제에서 만납시다
도봉산 구비구비 발자취가 없는곳이 없는곳인데,지산의 자상한 산행기가,옜날을 회상하게합니다.지산 고맙소.
지산의 산행기는 언제봐도 훌륭합니다. 금년한해도 건강하게 지냅시다" 餘生同樂"
언제 수첩에 산행기를 자세히도 기록했는지 감탄할 따름입니다...먼데서 오셨는데 뒷풀이 대접이 소흘한것같아, 몸둘바를 모르겠읍니다.
지산의 산행기 감탄 또 감탄 10년후 출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