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신완철씨 좀 부탁합니다!”
“네? 전데요! 누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느끼한 목소리의 낯선 사내가 반갑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그러니까 그는 근 30년 만에 날 찾은 것이다.
뭘 해먹고 살다가 갑자기 나타난 걸까?
사실 내가 초등학교 친구인 그를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보다 덩치가 컸던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고서부터는 완전히 못된 길로 빠져 들었다.
소위 서클에 가입하여 마치 6.25때 완장 걸친 인민 위원장처럼 거들먹거렸을 뿐만 아니라
서클 후배를 시켜 친구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그를 피해 왔고 어쩌다 마주쳐도 북한 가극단 소녀들이
억지웃음 짓 듯 마지못해 아는 체를 했다.
그런 그를 딱 잡아떼지 못하고 5일장에 팔려가는 소처럼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과거로 시계바늘을 되돌려 놓은 듯 잊고 싶은 기억들이 떠올라 씁쓰름하다.
녀석의 노는 가락으로 보아 비싼 곳에서 바가지 씌울까 두려웠지만
내가 먼저 적당한 돼지갈비 집을 잡아 놓은 것도 내 딴에는 머리를 굴린 것이다.
녀석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을까?
풍문에 의하면 대전 어디선가 주먹으로는 알아 줄만큼 잘나간다고도 했다.
음식점으로 들어서자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녀석의 얼굴이 빈대떡처럼 넓게 다가왔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녀석의 의중을 몰라 솔직히 편한 건 아니었다.
원래 말주변이 좋았던 그가 벌써 여주인과 농을 주고받을 만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화류계에서 놀던 가락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소주 네 병을 비웠지만 긴장한 탓인지 술이 취하지 않는다.
“야! 근데 너 먼 바람이 불어서 올라왔냐?”
어서 빨리 녀석의 속내를 알아야 편할 것 같았다.
녀석은 목을 젖혀 박력 있게 소주를 털어 넣고는 느릿하게 말을 뺀다.
술 마시는 폼에서 옛날의 녀석이 떠올라 기가 죽었다.
녀석의 사연인 즉 고향 집 밭을 용도 변경하여 ㅇㅇ가든이라는 음식점을 개업했단다.
시골이지만 풍광이 수려하여 사업도 그럭저럭 잘되고 있어 바람도 쏘일 겸 올라왔단다.
하여튼 식당이 잘 된다니 마음이 놓였다.
당초 녀석의 출현을 찜찜해 했던 속내가 드러나는 듯싶어 미안했다.
잊었던 동창 녀석들 소식을 퍼즐 맞추듯 기억해내며 술에 빠져들었다.
난 가슴이 열리고 이미 소년이 되어 있었다.
2차로 맥주한잔 사겠다며 일어서는 녀석의 등이 든든해 보였다.
카페의 불빛이 아름다운 밤!
나와 마주앉은 그가 깜박 잊었다며 한마디 건넨다.
“완철아! 200만원만 빌려줄래?”
난 갑자기 어릴 적 고상받기(1)하다 거꾸로 처박혀 눈에 불이 튀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히 올라오느라 깜박 수표를 놓고 왔단다.
내려가면 바로 갚아주겠다며 호탕하게 웃어 제친다.
첫댓글 그래서 어쨋나요~? 그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사기치는 사람은 늘 아주 가까운 사람한테 불쑥 다가 와서 맘 턱 놓게 했다가 느닷 없이 거절 못하게 옭아 매서 먹고 나 몰라라~하는 거라데요.늘 사람 조심.
인생을 살아 가면서 정말 피하고 싶은사람이 있습니다.누구한테나 돈 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은데 ~ "내일 모레 사이에 줄께 돈 좀 빌려 달라"는 말을 밥 먹듯하는 사람 저도 정말 싫어요...
가끔 주변에서 오랜만에 찾아와 그런분들이 있다합니다.신용을 잘 지키면 별문제 없이 우정을 간직할수 있을련만 현실은 그렇지요.좋은 하루가 되세요.
고향친구라며 돈을 빌려가는 신종 사기꿈도 많다하더이다. 친한사이일수록 돈거래는 불편하지요
돈관계 참 어려운일이지요.
또..당하신것같은 분위기라..돈빌려주면..사람잃고 돈잃는거 맞죠?
없다 해야지 뭐 안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