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자(80)가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에 있는 고려극장 무대에 오른다.
박정자는 오는 11월 19~20일 고려극장에서 ‘꿈속에선 다정하였네’(연출 한태숙)를 공연한다. 2020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에서 예술학 명예 박사 학위를 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마련된 무대다. 박정자는 “우리 민족의 언어와 정서를 간직한 고려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을 만나게 돼 가슴이 벅차다”며 “고려극장이 요즘 추진 중인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응원하는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려극장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창립돼 고려인 강제 이주 후 중앙아시아를 떠돌다 알마티에 정착했다. 카자흐스탄 인구는 2000만명이 안 되고 고려인은 약 10만명이다. 고려극장은 ‘춘향전’ ‘심청전’ 같은 공연으로 그들에게 뿌리를 일깨우며 지난 90년 동안 모국어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 왔다.
1962년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는 60년간 연극 200여 편에 출연했다. 이번에 고려극장에서 공연할 ‘꿈속에선 다정하였네’는 연극과 문학, 영상과 연주가 섞인 낭독 공연이다. 박정자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중록’을 쓴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라며 “영조의 며느리이자 사도세자의 아내, 정조의 어머니로 모진 삶을 견뎌낸 여인의 내면 풍경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수교 30년. 이번 특별공연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 김용호 사진작가, 김숙희 전 아시테지 이사장, 정상진 아트나인 대표, 시인 박용재 등이 서포터즈 겸 문화사절단으로 포함돼 있다. 박정자를 비롯해 모두가 자비를 들여 참가하는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다. 고려인들에게 줄 선물(롱패딩)은 신시컴퍼니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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