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비지맥...
20년만에 다시 찾은 백두대간 봉화산... 세월 참 제비처럼 빠르게 지나갔네요...ㅎ~
임도 삼거리에서 철쭉군락지 쪽으로 걷다가
잣나무 조림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가파르게 오르면 곧바로 봉화산과 만납니다.
정성스레 준.희.님의 산패 다는 중...
교교(皎皎)히 흐르는 달빛이 우리를 감싸 주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 오르고 싶은 山 .. 비조봉...
연비산
남원에서는 아영면 봉대리에 있는 서당의 이름인
열락재(悅樂齋)에서 나온 열락재팔경이라는 말이 전해오며,
연치조양(鳶峙朝陽)이란 오언절구가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연비산의 아름답게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일컫는 뜻으로
산의 모습이 솔개가 날아가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솔개 연(鳶)을 써서 연비산
유곡마을의 뒷산으로 마을에서는 솔개산이라 부른다는데
연비는 솔개가 날아가는 뜻으로 솔개에는 닭이 있어야 하는데
마을의 형태가 닭장 모양이고 마을 앞 안산은 닭장 가리개 모양이라 하여
닭유(酉)자를 넣어 유곡리라 하였다 합니다.
문필봉에서 바라본 거망산.. 황석산..
그곳에 오르고 싶은 山 .. 문필봉
그러나 준.희.님의 산패는 보이질 않고 ㅎ~
곰실재 갈림길에서 왕복 .. 1km 남짓 떨어져 있는데
산죽밭과 험한 바위지대라서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왼쪽에 .. 백두대간 봉화산..
가운데 뾰족한 산이 문필봉...
경기도 가평 53산인 옥녀봉처럼 .. 깜짝 놀랄만한 풍광이 통렬하게 펼쳐집니다.
지리산 반야봉...
오봉산...
연비지맥에 '연'이
흥부마을이 있어서 제비 연(燕)일 줄 알았는데
공중에 날리며 즐기는 놀이 기구인 연(鳶)이네요... ㅎ~
팔령재에서 연비지맥 1구간 마무리합니다...
..
♥
사는 것이 기뻐서
눈물이 나는 날은 술을 마신다
사는 것이 힘들어서
발이 무거운 날은 천천히 걷는다
사는 것이 뭔지 몰라서
외로운 날은 사람을 찾아간다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 차 덜그럭거린다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거룩하다
우리는 그대의 빈 그릇을
무엇으로든 채워야하느니,
우리가 죽음으로 그대를 배부르게 할 때까지
죽음이 혹은 그대를 더 배고프게 할 때까지
신성한 시간이여
간지럽고 육중한 그대의 손길
나는 오늘 낮의 고비를 넘어가다가
낮술 마신 그 이쁜 녀석을 보았다
거울인 내 얼굴에 비친 그대 시간의 얼굴
시간이여,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그대,
낮의 꼭대기에 올라가 붉고 뜨겁게
취해서 나부끼는 그대의 얼굴은
오오 내 가슴을 메어지게 했고
내 골수의 모든 마디들을 시큰하게 했다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뺑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에는 빨리 취하는 낮술을 마시리라
그대,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시간이여.
- 정현종 詩 < 낮술 > ...
♣
어느 하루도 시시한 날은 없다
내가 되는 나의 시간,
익숙한 오늘에서 낯선 행복을 만나다
마음엔 숨표를, 삶엔 쉼표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하루를 마시다
오늘 하루 수고한 나에게
뽀송뽀송한 옷감처럼 살갑고 쾌적한 인사를~!
“마음에 드는 옷도 여러 날 입으면
자연스럽게 때 묻고 먼지도 탑니다.
안타깝고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옷을 빨아 탁탁 털어 볕에 말리면
뽀송뽀송 맑게 회복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 시간과 삶도 가끔은 그렇게 햇살 좋은 날
꺼내 말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코로나 팬데믹으로 달라진 일상,
어색했던 마스크가 피부처럼 익숙해졌다.
끝날 것 같던 상황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의 무게와 의미를 지금처럼
온몸으로 느끼며 산 때가 있었을까?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이
어느새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이지만,
그저그런 하루가 아니라
올올이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시간들을 짚어보면서
그런 하루 살아온 대견한 나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삶은 날씨처럼 변화무쌍하다.
햇빛 쨍한 날이 있으면 구름 낀 날,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있고,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날,
눈으로 흠뻑 덮이는 날도 있다.
그 어느 날에 하루를
탁탁 널어 말리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소소한 우리 일상에 따스한 햇살 한 컵,
상큼한 바람 한 모금이 되며,
마음에는 숨표를, 삶에는 쉼표를
선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내게는 한 가지 습성이 있습니다.
생각이 막히거나 온갖 생각들이 엉켜서
도무지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일단 책상머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무작정 걷습니다.
일부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걷기를 위한 걷기처럼 보입니다.
딱히 목적을 갖고 걷는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 걷겠다는 계획도 없습니다.
그런데 걷다보면 어느새 헝클어지고 엉켰던
생각들의 갈피가 하나씩 정리되는 걸 깨닫습니다.
걷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생각도 따라 걷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생각의 속도가 몸의 속도를 따라간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앉아있을 때는 제어되지 않던
생각의 속도가 걸을 때는 순하게 누그러집니다.
그러니 걷기는 단순한 몸의 이동이 아니라
생각의 이동이기도 합니다.
♣
사랑받을 만한 자격과 가치로
똘똘 뭉친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단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쓸모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만나는 나를
어떤 눈으로 볼 것인지는 내가 정합니다.
오늘 내가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만나는 나에게
‘오늘의 나여서 고맙다’라고 말을 건네 봅니다.
♣
마음만 먹으면 일상도 여행이 됩니다.
익숙한 길을 걸을 뿐,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보면,
같은 곳에서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합니다.
비슷한 구름을 볼 뿐,
같은 구름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처럼 같은 음식점에서 같은 음식을 주문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닙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장면을 만나듯
우리는 날마다 다른 하루를 여행하며 삽니다.
날마다 처음 만나는 아침을 맞이하고,
날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스치고,
날마다 처음 만나는 저녁과 이별합니다.
♣
바람과 불의 관계가 참 묘합니다.
등불이나 등잔불, 촛불은
바람이 불면 견디다 꺼지고 맙니다.
작은 불은 바람 앞에서 약하디 약합니다.
그런데 불씨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합니다.
입으로 직접 바람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부채나 송풍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때 바람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을 일으킵니다.
♣
숲은 나무들이 서로 어울려 있는 공동체입니다.
한 그루 나무로는 거센 바람 견뎌내기 어려울 때도 많지만
숲의 나무들은 서로 지탱해주고 막아주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냅니다.
서로를 막아주고 지켜주며 함께 거센 바람 이겨냅니다.
숲의 나무들이 어찌 모두 다 만족스러울 수 있겠습니까.
마음껏 옆으로 가지와 잎을 내고
하늘 위로 마냥 솟아오르고 싶겠지요.
그런데 옆의 나무들이 그 자리를
내주지 않으니 야속할 듯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옆의 나무들이 자라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서로 허락하면서
조화롭게 자신에게 허락된 만큼의 공간 안에서
겸손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자랍니다.
그런 공존의 지혜와 양보가 없다면
숲을 이루지 못합니다.
♣
〈김경집의 프롤로그 중에서〉
여러 해 전 히말라야에 갔을 때
5,100m의 하이캠프에서 산소가 부족해서
숨이 가빠 채 5분도 잘 수 없었을 때,
그리고 5,500m 고갯길까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천근만근 무겁고 숨이 찼을 때,
한 가지만 생각났습니다.
산소만 있다면,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물론 내려온 뒤,
그리고 귀국한 뒤 까맣게 잊고 삽니다.
그러나 조금 힘들고 어렵거나 지칠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아무렴 어때. 지금 산소는 충분하잖아.”
그러면 제법 견딜 만합니다.
어떤 기준과 근거 하나를 확실히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잘 이겨낼 힘이 되는 걸 깨닫습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하루를 마감할 때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입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아무 일 없이 산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조금 게으른 하루나 절망감을 느끼는 하루도 허다합니다.
그런 날에 적당히 너그러워야 합니다.
자책하고 후회한다고 이미 된 일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쉼표와 숨표도 마련하며
살아야 버텨내는 게 인생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매듭이 엉키지만 않게
잘 정리하라고 스스로에게 충고합니다.
♣
〈김건주의 에필로그 중에서〉
홀로 자신만의 리듬으로 걷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자주 그 즐거움을 경험하려 합니다.
분주한 일상에 쫓기면 잃어버리기 쉬운 즐거움이지만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때로 느리게, 때로 빠르게 걸으며 자신을 만납니다.
자칫 덧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소모되고 잃어버릴 수 있는 자신과 대면하면서 자신을 살핍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내가 아니라
매일 새로운 오늘 속에 있는 나를 만납니다.
어제와 달라진 나를,
오늘과 달라져야 할 나를 살피며 걷습니다.
이런 걸음을 즐기는 사람은,
상황보다는 자신과 자신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목표를 따라 살아갑니다.
- 김경집 & 김건주 共著 <햇살 좋은 날, 하루를 널어 말리고 싶다> 中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