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22 06:36
▲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한미자유우호의밤'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가 '한미자유우호의 밤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정상윤 기자
한국 보수우파의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보수우파 민간단체들과 함께 한국보수주의 운동을 세계화할 '한국보수연합'(Korean Conservative Coalition·KCC)이 21일 새롭게 결성됐기 때문이다. 한국보수연합은 미국보수연합(ACU)을 표방하며, 이들과 연대해 한국판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보수연합집회)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국내·외 보수 단체들이 보수연합의 국제연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자유우호의밤(US·ROK Freedom Friendship Night)'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자유회의와 뉴 인스티튜트(NEW INSTITUTE) 등 국내외 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KCC 설립 소식에… ACU, 함께하자"
국제적 보수단체 행사인 만큼 한국·미국·일본의 정·관계 유명 인사들이 모였다. 미국 최대 규모의 보수연합 집회인 CPAC을 주관하는 미국보수주의연합(American Conservative Union·ACU)의 댄 슈나이더 상임이사, 동아시아 안보 전문가 고든 창 미국 변호사, 앤드류 크릴리 뉴 인스티튜트 대표, 제이 아에바 일본보수주의연합(JCU) 회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김진영 전 참모총장,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이언주 무소속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공동 주최 단체인 한국자유회의 대표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환영사에서 이번 연회의 목적을 설명하면서 '한국보수연합'의 깜짝 출범 소식을 알렸다.
▲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연회의 목적을 설명하면서 '한국보수연합'의 깜짝 출범 소식을 알렸다.ⓒ정상윤 기자
노 전 총리는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국제 협력이 더없이 필요할 때"라며 "한국도 독자적인 한국보수연합을 설립해 미국보수주의연합과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회에 참석한 해외 인사들은 새로운 한국보수연합 결성 소식에 축하와 격려의 말로 화답했다.
댄 슈나이더 ACU 상임이사는 "지난 1964년에 미국보수주의연합가 설립됐을 때 '연합'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저희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며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보수연합 단체들과도 협력하고 싶었다"며 한국보수연합과의 공조를 약속했다.
고든 창 변호사는 "자유의 세상은 여러분들과 함께 있다"며 "저와 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사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반도는 위기… 보수우파 결집해야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보수우파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위기에 직면한 한반도를 수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됐고, 난관에 봉착한 외교·안보·정치·경제 등을 과감없이 비판하며 현 시국을 진단했다.
▲ 댄 슈나이더 미국보수주의연합(ACU) 상임이사가 한국보수연합과의 공조를 약속했다.ⓒ정상윤 기자
이언주 무소속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 몰락'을 주제로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에 관해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주화와 산업화 모두 우리나라가 발전해 온 토대가 됐는데, 어느 순간 민주당 내부에서 산업화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부정하고 지우고 없애려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전 정권이 잘한 것도 있는데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보복만 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보다 북한을 우선시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민족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민족주의적 개념에 사로잡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소중한 개념들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동지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북한만 계속 지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文정권, 출범후 정치보복만 일삼아"
고든 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창 변호사는 청와대가 지난 17일 개성공단 사업주 200여 명에게 공단 내 시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방북을 허락하며 800만 달러의 대북 식량 지원도 결정한 것을 두고 "북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만들게 돕게 될 뿐"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공범자들의 폭정으로부터 싸워야 한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강압과 테러를 목격 중"이라고 비난했다.
▲ 이언주 무소속 국회의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의 '정치보복'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창 변호사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대북 쌀 지원을 받을 만큼 그리 나쁘지 않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이 계속해서 핵과 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자신의 군 보급창고에서 쌀을 반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경제 사정이 한국의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나쁘지 않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끔찍한 김정은 정권을 지지해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만약에 북한이 남한을 전복시키는 것이 대통령의 목적이라면 그는 그 목적 그대로 잘 수행하고 있다. 반역자나 다름없다"고 힐난했다.
연회에 참여한 인사들은 이러한 국가 안보 및 경제 위기가 지속할 수록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반도 위기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한·미동맹
한·미동맹이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돼 안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차장은 "한·미·일의 동맹이 더 강화되면 북·중·러 삼각 구도는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북한 통상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결국 북한을 옥죄어 핵을 포기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이 안보 우산 속에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기민한 외교 전략 때문"이었다며 "이와 대조적으로 친중 외교를 할 때는 사드뿐만 아니라 한·미·일 간의 동맹도 파기하라는 불합리한 조항을 중국이 들이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 고든 창 미국 변호사가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식 대북 지원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미자유우호의 밤 결의문' 낭독이었다. 전국 각 대학의 젊은 보수우파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는 트루스포럼 김은구 대표가 결의문을 읽었다.
김 대표는 "오늘 우리는 자유와 진리의 가치 아래 미국과 한국의 굳건한 동맹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며 "대한민국의 절대다수는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우리는 한미동맹을 해체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만 대통령 아들인 이인수 박사와 그 가족, 천안함의 유가족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상사의 부인, 6.25 납북자 가족 등이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자유회의는 22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보수주의 운동 실천조직인 '한국자유전선'을 출범한다고 했다.
다음은 한미 자유우호의 밤 결의문 전문이다.
한미 자유우호의 밤 결의문
우리는 보수주의자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과, 책임 있는 자유, 거짓을 떠난 진실의 가치를 신뢰합니다. 인간 이성에 바탕을 둔 유토피아를 설계하기 보다는 인간의 부족함을 겸손히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선대의 경험을 존중하고 시장과 정책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당신은 보수주의자입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존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건강한 시장경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소련은 망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악령은 민주주의의 관용과 인간의 증오와 분노를 이용해 여전히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감상적 민족주의에 빠진 사회주의자들이 노예국가 북한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협하고 반미감정을 조장해 왔습니다. 미국에서도 상실감에 빠진 군중의 분노와 증오를 이용해 사랑과 평화의 가면을 쓴 사회주의 사상이 기회주의적인 포퓰리즘 정책들을 통해 다시 발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현재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신과 역사의 전쟁은 우리가 공유하는 자유와 진리에 관한 문제이고 미국의 정체성과 가치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미동맹은 자유와 진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입니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미국의 희생은 고귀했고 헛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놀라운 성공과 번영에는 미국인들의 헌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깊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유와 진리의 가치를 위해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보여준 헌신은 미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고 미국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유와 진리의 가치 안에서 계속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특별히 자유와 진리의 가치를 보수하자는 한미 간 보수진영의 연대는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6.25 전쟁 후, 이승만 대통령께서는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시면서 미국에 깊은 감사를 표시하셨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 중국을 공산주의라는 거짓에 남겨두고 전쟁을 마친 것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후 중국에서는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으로 수천만이 죽었고, 북한은 지상 최후의 노예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이제는 북한을 해방할 때입니다. 우리의 동맹은 북한을 해방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중국이 자유와 진리에 기반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자유와 진리의 가치 아래 미국과 한국의 굳건한 동맹을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 대한민국의 절대다수는 한미동맹을 지지하며 우리는 한미동맹을 해체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또한 오늘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해방을 엄숙히 선포합니다! 전체주의 노예국가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모든 활동을 규탄하며 자유와 진리의 가치를 수호하는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들이 이 숭고한 사명을 위해 연합할 것을 호소합니다! 하나님의 가호 아래 굳건한 한미동맹 안에서 이 모든 일이 결국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