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부산여자대학교에 계시는 전창호 님께서 도서관 메일링 리스트에 남기신 의견입니다.
2013년 1월 9일자로 최재천 의원 등 16인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문화 다양성 확보 및 출판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도서정가제' 내용을 담고 있다.
10% 이상의 할인을 제한함으로써 출판사와 온라인서점 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각자의
손익계산법에 따라 찬반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도서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진흥법의 제22조 제4항 제2호에서 "도서관이나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인 경우 정가판매의 예외로 규정해왔다. 지금까지 각종 도서관에서는 이 조문을 근거로 출판물을
무제한(실제로는 최대 40% 정도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했다. 이에 대해 출판계 안팎은물론 도서관계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으로 비춰졌던 게 우리가 잘 아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의 하나는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만 인정하고 도서관을 정가제
예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이다. 이는 도서관도 일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최대 10%까지만 할인이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만일 무제한할인의 근거가 삭제된다면 도서관이 구입할 수 있는 자료의 종수는
산술적으로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가령 1,000만원의 예산으로 500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면 할인율이 낮아질 경우 동일한 예산으로 450책밖에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정가제로 인해 도서관은 더 많은 장서를 확보할 수 없게 되고, 도서관 이용자들은 더 다양한 자료를 접할
기회를 뺏기게 된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가제가 반드시 단점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도서관 서비스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능케 할 수도 있다. 일례로, 현재 많은 도서관에서는 최저가 입찰제라는 행정적 절차로 인해 신간이
대체로 늦게 도착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불평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입찰과정이 생략된다면 자료구입의
신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서강도서관, 교하도서관 등이 선도적으로 시행한
수시구매시스템을 다른 도서관에서도 적극 도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심지어는 이용자가 주중에
도서관에서 봤던 책을 토요일자 일간지 북섹션를 통해 뒤늦게(?) 확인하는 일까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할인율만 앞세웠던 부실 업체들을 도태시키고 업계 전반에 걸쳐 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예산 증액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서관에 대한 무제한할인을 폐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도서관 장서를 일정량 감소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도서관계는 정가제 개정안이 도서관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음을 인식하여 환경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관련 업계는 일본의
TRC와 같은 유통 모델을 개발하는 등의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첫댓글 이번 개정안에서 도서관의 도서 구입은 빠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인이 필요하네요~~
이런 고민만큼 출판사에 계시는 분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