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 철도보조금 조사에 반발…양국 관계 ‘탈선’ 위험
O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16일, 중국 철도차량 국영기업인 중국중처그룹(CRRC)의 자회사 중처쓰팡(Qingdao Sifang Locomotive)에 대해 불공정 보조금 수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층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EU-중국 간 양자 무역 및 투자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음.
- 이번 조사는 외국기업이 제3국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내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EU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역외보조금규정(Foreign Subsidies Regulations, FSR)’의 첫 적용 사례로, 양자 관계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한편, EU의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제거)’ 강화를 시사하는 행보로도 해석될 수 있음.
- 물론, 전문가들은 양측이 지난 수십년 간 무역관계를 이어온 역사가 있는 만큼 심각한 관계 악화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음. 허나,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받은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지 불과 5개월만에 동 조사를 개시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추가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 EU의 이번 조사는 불가리아 교통통신부가 발주한 공공조달입찰 계약과 관련한 것으로, 전후동력형(Push-Pull)전기열차 20대와 유지보수 서비스 및 인력 훈련 등을 포함한 동 계약의 예상 입찰가는 6억1천만 유로였으나, 중처쓰팡의 응찰가는 3억 유로로 예상 입찰가보다 46.7%, 가장 근접한 응찰가보다 47.5%나 낮았음.
- FSR 규정에 따르면, 계약금액이 2억5천만 유로를 넘는 EU회원국의 공공조달계약에 참여하는 기업은 반드시 응찰의사를 알리도록 되어 있고, 중처쓰팡은 1월 22일 입찰참여신고서를 제출했음. 규정에 따라 EU 규제 당국은 조사 착수 110일 이내로 결과를 내놓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7월 2일까지는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임. 조사 결과, 불공정 보조금 수혜로 판단될 경우 중처쓰팡이 받게 될 가장 큰 처벌은 계약 이행 금지임. 한 전문가는 동 사안을 두고 앞으로 양측 간에 대화, 협상, 심지어 법적 절차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음.
- 지난 수십년간 주요 교역국 관계였던 중국과 EU는 EU의 대중국 의존도 감축 행보 개시 이후 양국 관계에 변화를 겪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당국의 자치구 탄압 정책 등 일련의 이슈를 둘러싸고 상호 간에 제재조치를 주고받는 등 관계가 악화되면서, 7년만에 타결한 ‘포괄적투자협정(CAI)’의 비준도 지연되고 있음. 이에, 양국은 지난해부터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신에너지를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지면서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음. 게다가, 올해 유럽에서는 의회선거, 미국에서는 대선을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후보들의 대중 강경 레토릭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역시 관계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음.
- 스티븐 올슨 퍼시픽 포럼 부연구원은 당분간은 EU와 중국 간에 긴밀한 무역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중국의 신중한 행보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음. 즉, EU의 조치에 보복조치로 맞대응하고 싶더라도 EU와 미국 간의 대중국 무역정책 밀착을 막기 위해서는 EU와의 무역관계를 더욱 긴밀히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음.
- 한편, 중국 후단 대학 유럽연구센터장은 2022년까지만해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EU간 교역액이 2023년 전년 대비 7.6%나 감소할 정도로 급감한 원인에 대해 EU가 지난 2016년부터 역외보조금 및 디리스킹과 관련하여 도입하고 있는 일련의 대중국 무역 및 투자 제한 조치 때문이라고 밝혔음.
- 그런 가운데,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CCEU)는 중처쓰팡에 대한 EU의 불공정 보조금 조사 개시 선언에 대해, 정책 도구의 채택과 적용이 “외국 기업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CCEU는 FSR과 FSR 이행법률 입법 과정에서 EU 집행위원회와 입법기관에 다양한 형태로 피드백을 제공했으며, 규정 적용 후 부과된 불합리한 보고 의무에 대해서도 회원사들의 우려를 분명히 표명한 바 있다고 언급했음.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