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2년도 거의 마지막을 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되었던 시기이기에 모두 인생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맞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 올해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분명 "동아리"라고 답할 것입니다.
저는 19학번으로 전염병이 발발하기 이전에 신입생이 된 마지막 학번입니다. 때문에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친한 후배 동생이 없고 다른 모임에서도 항상 막내였지요. 그러다 스물세 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후배들과의 교류의 장이 열렸습니다.
얼떨결에 큰 선배가 된 나.
동아리 활동이 중지되었던 20~21학년도에 대부분의 선배들이 졸업을 하고, 한두 학년 선배들은 졸업을 앞둬 제가 반 강제로 동아리를 이끄는 존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머리 싸메는 일은 싫어 동아리의 연습(레슨)을 담당하는 연습부장이 됩니다.
다행히 활동에 적극적이고 탁구를 열심히 치는 신입 부원들이 많이 들어와 바쁘지만 나름 보람찬 임원 활동을 했습니다.
행사 계획하고, 진행하고, 용품이나 레슨 상담해주고, 가끔 입상하는 모습으로 동기부여도 해주며, 탁구에 대하여 깊이있게 논하고.
저는 낯간지러운 칭찬에는 인색한지라 후배들에게 좋은 말보다는 장난과 농담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저처럼 탁구 스타일이나 용품 등에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갈구고 연습과 레슨의 중요성을 입이 마르도록 노래를 불렀습니다.
신입들 눈에 비친 제 모습은 나름 올곧게 미쳐버린 탁구 잘 치는 선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연습 시간인 금요일 저녁을 거의 매주 빼앗긴 것이 아주 가슴아프지만, 그래도 그동안 많이 발전한 후배들의 모습을 3월의 모습과 비교하면 아주 조금은 마음의 용서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그 수많은 금요일의 가치와는 바꿀 수가 없구나.
제 2022년은 길다면 길고 빠르다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일들이 수월하게 풀려 적어도 큰 후환은 남기지 않은 채로 동아리 임원의 위치에서 하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이제 개인 탁구 좀 칠게 얘들아.
마무리는 저답게, 동아리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부원들의 정보를 정리하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회원분들도 연말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K군
전형: 양핸드 드라이브 전형, 전진 랠리 위주
상세: 체구가 커서 신입부원 중 드라이브가 묵직한 편. 집중력에 따라 랠리 안정감이 아주 높아지는데, 문제는 그 집중력의 기복. 백잡이의 길을 빠질 위험이 있어 포핸드로 잡아치는 연습으로 열심히 갈구는 중이다.
뛰어난 안정감을 살리기 위해 포핸드는 간결하게 걸고 백핸드는 하프발리로 공수를 겸하는 전형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사용용품: 프란치스카 ZLC + MX-K + V>01
P군
전형: 올라운드 전형, 전중진 랠리 위주
상세: 대학대회 신입생부 입상자. 운동 센스와 공 이해도가 뛰어남. 공수 모두 안정적이고 신입부원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음. 임팩트 훈련과 강한 회전을 받아내는 요령만 익히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임.
문제는 취미가 많아 탁구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아서 필자는 매번 아까운 재능이라며 혀를 차고 있음.
이 친구가 탁구에 제대로 빠진다면 마음먹고 아예 순혈 올라운더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용용품: (변경중) + 파스탁 G-1 + C-1
Y군
전형: 양핸드 드라이브 전형, 전진 공격 위주
상세: 한 학기 펜홀더를 사용하다 전향한 케이스. 포핸드 스윙이 작으면서도 파워가 좋은 편. 필자처럼 백핸드로 정작 쇼트(하프발리)는 못하지만 드라이브 임팩트는 좋은 저주받은 재능을 가졌다.
저주받은 백핸드를 고치고 장점은 살려서, 클래식하고 정석적인 양핸드 드라이브 전형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용용품: 판젠동 ALC + MX-K + EL-P
N군
전형: 포핸드 드라이브 주전형, 전중진 공격 위주, 왼손잡이
상세: 신입부원 중 구질이 가장 까다로움. 드라이브를 우겨넣는 것을 잘하고 레슨을 받는 만큼 나쁜 습관을 빠르게 지우고 있다. 게다가 탁구를 밥먹듯 치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중.
본교의 전설이었던 L모 선배처럼 단단한 백핸드와 뛰어난 중진드라이브 랠리 능력을 갖춘 전형으로 만들 것입니다.
사용용품: 티모볼 ALC + MX-P + 오메가2 아시아
S양
전형: 드라이브&스매시 전형
상세: 대학대회 여자 신입부 입상자. 공을 잘 넘기고 공격미스가 매우 적다. 다만 어느 수준 이상의 빠르거나 회전이 많은 볼의 대처능력이 부족하고 공격 임팩트가 약한 편. 성장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레슨을 꾸준히 받는다면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임.
스매시주전형이 아닌, 효율적이면서도 잠재력이 높은 드라이브&스매시 전형을 유지 및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사용용품: 슐라거라이트 + 베가 아시아 + 파스탁 S-1
첫댓글 코로나 학번이군요 ㅜㅜ
신입생중에 중펜은 없나요? ㅠㅠ
중펜은 원래부터 없었고 만들 예정도 없습니다. 힘든 길이라는 거 아시면서ㅎㅎ
@곡현 100% 양빠따인가요 ㅋ
@슈미아빠 jw 제대로 배우는 친구들은 전부 셰이크를 잡더군요. 희귀전형으로 배워왔으면 지도해줄 의향은 있는데 없네요
가끔 다른 전형 가르치는 것도 재밌는데 말이죠
@곡현 수비수 1명이 있어야....
걸고 깍고 서로연습되서 참 좋은데요^^
@슈미아빠 jw 전략적으로 수비수, 한방전형, 올라운더 한 명씩 있으면 완벽하죠.
그런데 대학탁구 상황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요ㅎㅎ;
제가 학교 다닐때는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도 눈물도 있었는데... 그런 얘기가 더 듣고싶네요^^ 후배들 분석 재밌게 봤습니다.
사랑 얘기는 직접 만나서 소주로 회포를 풀어야 재밌죠ㅎ
@곡현 소주 한잔 삽니다^^
@왼손짱
신입생중에 곡현수비의 후계자는 없나요 ㅠㅠ
전형은커녕 아직 기본기도 많이 부족한 친구들이라.. 실력을 키우고 나서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알려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