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식당(食堂)에서 맷돌을 보고
올해는 어느 해보다 무더위가 앞당겨져 삶에 지장을
줄 정도이다
오늘도 무더위 속에 너무나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듯 점심시간이 되었다
내 직장(職場) 거래처에서 오신 손님이 하는 이야기가
날씨도 무더운데 밖에 나가서 시원한 냉면(冷麪)이라도
먹자고 한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결코 냉면이 아니라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단(工團)에서 벗어나 전철역 쪽의 번화가(繁華街)의
어느 식당(食堂)에 도착했다
단아하게 꾸며진 식당(食堂)의 계단을 살며시 오르는데
내 눈길을 사로잡게 만드는 것이 있다
마치 곰보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맷돌을 보니 반가움이
앞선다
내가 어렸을 때 만해도 시골에 집집마다 마루의 한쪽에
놓여있던 흔한 맷돌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잘 가꾼 전원주택의 정원(庭園)이나
야외 음식점(飮食店) 혹은 골동품 (骨董品) 가게에서나
보게 만든다
예전에 집집마다 같은 모습으로 보였던 그 흔한 맷돌이
지금은 놓인 장소에 따라 달라 보인다.
그 식당은 맷돌을 사용하려고 둔 것이 아니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보여주려고 놓아 둔 것이라 아주 귀중한 대우를
받는다고 본다
점심시간이 한 시간이다 보니 맷돌만 쳐다 볼수가 없어
식당안에 들어갔다
미리 예약(豫約)을 해둔 탓에 여름철의 별미(別味)라는
냉면(冷麪)이 나오는데 아주 시원해 보인다
냉면을 먹으면서 맛을 평가(評價)하기보다 배고픔이 앞서니
입에 넣기도 바쁘게 만든다
짧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맷돌을 다시보게 만든다
시골 고향(故鄕)집에 맷돌은 없지만 대문(大門)을 들어서면
예전에 어머니가 쓰시던 돌절구통은 아직도 남아있다
먹을거리가 너무나 귀했던 그 시절의 어머니 손이란 그야말로
마술 손이었다.
절구통이나 맷돌을 이용해 손만 닿으면 먹을거리로 변해서
나온 것이다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오로지 어머니가 맷돌과 절구통의
손맛으로 먹거리를 해주신 덕분이라 생각든다
무더운 여름날에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