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잘 놀고, 잘 먹고, 잘 즐긴다.
2024년 2월 12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정월 초사흗날
날씨의 변덕스러움을
재밌다고 할까, 아님 이상 야릇하다고 해야할까?
하늘의 뜻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것, 그저 그러려니
해야겠지만 하도 이랬다 저랬다 종잡을 수가 없을
만큼 변덕이 심하여 하는 말이다. 어제도 오전에는
파란 하늘이 좋고 이따금씩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너무나 보기좋았다. 하지만 오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고 이내 함박눈을
펑펑 쏟아놓았다. 그것도 잠시 또다시 햇볕 쨍쨍,
그랬는데 초저녁에 또다시 잠시지만 눈이 내렸다.
땅바닥이 안보일 만큼 덮었다.
다행이고 고맙게도
제설작업을 하는 수고는 덜었다. 어제 늦은 밤에
제설작업을 맡긴 젊은이가 바람돌이로 진입로와
주차장의 쌓인 눈을 치웠고, 이른 아침 이서방이
집주변과 중앙통로에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쓸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눈이 장난 아니다. 이 많은
눈이 언제 다 녹을까 모르겠다. 눈을 치워서 많이
쌓인 곳은 거의 1m가 넘고 그냥 내린 그대로 쌓인
곳도 못해도 50cm 정도는 쌓여있다. 우리 단지는
북향이라 건너편 남향보다는 훨씬 더 늦게 녹는다.
그래도 설경은 정말 기가 막힌다. 불편함은 있지만
남다른 특혜를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자연이 주는 이런 멋진 선물을 받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하면서...
휴일과는 별 상관이 없는 우리,
농한기라서 쉬면 그날이 바로 휴일인 것이 우리들
휴일 개념이다. 설연휴라서 더 그렇다. 명절이라고
있는 일도 하지않는다. 눈이 많이 내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그러다보니 정말로
잘 놀고, 잘 먹고, 잘 즐긴다. 또 이 말을 하게 된다.
사는 것 뭐 별 것 있냐고... 식구들이 단촐하다보니
더 그렇다. 눈이 오면 눈치우고, 할 일 없으면 그냥
푹 쉰다. 책을 조금씩 읽기는 하지만 시력이 좋잖아
그것도 오래 하지는 못한다. 벌러덩 드러누워 영화
채널 이리저리 옮겨가며 못봤던 영화를 보는 재미도
그런대로 쏠쏠하다.
이런 여유를
유유자적(悠悠自適)이라 했던가? 바쁠 것 없으니
세월아, 네월아! 하며 지내는 촌부의 요즘 일상이다.
때마침 어제 저녁에 마을 아우네에서 져녁 초대를
했다. 떡만두국을 함께 먹자고 청바지클럽 회원을
초대한 것이다. 틈만 나면 시도때도없이 모이기는
하지만 설명절 끝자락에 모여 식사 한번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송이 엄마의 제안과 초대가 고맙다.
떡만두국 식사라고 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갈비찜,
온갖 전을 비롯하여 산해진미를 차려놓은 것이라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회원들 중에는 술을
많이 하는 사람은 촌부와 이장 둘 뿐이다. 나머지는
두서너 잔 정도다. 이런 날은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술마시는 날이라서 이장과 함께 소주 두 병을 후딱
비웠다. 이 정도로 흡족할 양은 아니지만 기분 좋을
만큼이라서 더 이상 마시지는 않았다. 온갖 과일과
한과로 후식을 하며 너무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얼마나 배를 든든하게 채웠는지 모른다. 고맙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늘
미소진 얼굴로
멋진 나날을 만드시는 촌부님
마지막 연휴날도 즐겁기만 하세요
시골 민심이 훈훈하네요.
그래도.
이렇게든 저렇게든 잘
살아가시는 모습이
나름 좋게 느껴집니다.
영화도보고
책도읽고
초대도받고
도시와 진배없는 삶인듯
합니다.
아니...더 즐거우신듯..ㅎ
지지고
볶고
여인네들 힘든 설연휴
끝날..와우...쉰난다
집밖안나가려고 애쓰며
쉬고 있습니다...ㅎㅎ
잘 먹고, 잘 놀고,
잘 즐기기 위해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며
삶을 꾸려 나가겠지요.
열심히 땀 흘리며 준비하신 뽀식이님의 일상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