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문화생활]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긴다" - 영화 ＜더 포스트＞ 추천

[그레이엄]

출처 : 여성시대 그레이엄




※ 스포가 많긴 한데 역사가 스포임 ※

나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언젠가 콧멍에 꼭 소개하고 싶었는데
잊고 지내다가 이번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거부 사태를 보면서 이 영화가 자꾸 떠올라 결국 이렇게 글을 쓰게되네

미국 언론사상 가장 큰 사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인데
이 영화는 그 단초가 된 펜타곤 페이퍼 폭로에 대한 실화로, 정부 권력에 대항하는 언론의 연대에 대한 영화이면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듯이 여성 기업인의 성장에 대한 여성영화야

이 영화는 닉슨 대통령이 자신의 딸 결혼식에
워싱턴 포스트의 특정 기자 출입을 불허한 일로부터 시작해

신문의 발행인인 캐서린은 그냥 다른 기자를 보내면 되는 일 아니냐 하지만
편집장인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그렇게 백악관이 특정 기자를 배제하는 것만으로 언론자유의 침범이라고 여기고 저항하지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정신이 투철한 강인한 성격의 벤과 다르게
캐서린은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의 딸로, 자기 남편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고 본인은 가정주부로 살다가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40대 중반의 나이에 갑자기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 된 사업가야

한평생 사회생활을 안해봤던 캐서린은 밤새서 공부를 하고 컨설턴트와의 대화에서도 모르는게 없을 만큼 명석하지만, 평생을 집에서 길들여져 보수적인 교육을 받았고, 늘 한발 뒤에서 걷는게 익숙해 이사회의 남자들 사이에서 모든걸 알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지

메릴 스트립은 보통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많이 연기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나약하고 억압된 여성을 정말 섬세하게 연기해서 보면서 답답하리마치 감탄스러웠어ㅋㅋ

"여자가 설교하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걷는 것과 같다.
잘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사람을 놀라게는 한다."

이런 격언이 유쾌한 농담으로 소비되던 시대,
명석한 딸을 두고 사위에게 신문사를 물려주던 시대,
이사회든 법정이든,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자리에서 홀로 여성으로서 견뎌야 했던 내재적인 억압을 모르는 여성들이 있을까?

기사 발행에 대해 캐서린이 내려야했던 첫 결단은
양측의 남자들이 윽박지르다시피 강요하는 상황에서 얼떨결에 내뱉은 대답이었어

그 결정 이후 심란해진 캐서린은 딸의 방에 와서 자신의 삶을 곱씹지
남편이 죽고 정신없던 장례식장에서 딸이 건내준 쪽지를 더듬더듬 읽으며 손님을 맞이했던 일
자신의 의사로 무엇 하나 큰 소리로 결단해본적 없던 캐서린이 딸과의 대화에서 힘을 얻고
또다시 남자들에게 비슷하게 둘러싸여 두번째 결정을 내리게 되자, 이번엔 힘있고 똑똑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단호한 사업가로 성장해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은 <더 포스트> 이지만
펜타곤 페이퍼를 빼내고 집중적으로 취재한 것은 뉴욕 타임즈이고
포스트는 뒤늦게 특종 경쟁에서 밀려서 고육지책으로 후속 보도를 낸 것이기도 해
(이 영화 개봉후 주인공이 되지 못한게 억울했던 뉴욕 타임즈는 펜타곤 페이퍼 폭로에 대한 특집기사도 썼대)

그런데도 왜 이 영화는 굳이 2인자를 다루고 있을까?
워싱턴 포스트는 이미 본인들은 후행자이고
뉴욕타임즈가 이 건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같은 기사를 내면 국익 침해이자 법정 모독으로 감옥에도 갈 수 있는 사건이라는걸 알고 있었어
기사를 내봤자 본인들에게 이익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워싱턴 포스트는 단지 그것이 "언론인의 일"이기 때문에 이 기사를 발행한거야

결국 두 언론사가 무혐의 판결을 받고, 뉴욕 타임즈 기자단이 당당하게 법정을 나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워싱턴 포스트는 조용히 뒷길로 빠져나오지만
언론 자유를 위해 기꺼이 역사의 뒷편에 서기로 한 정의로운 결단, 그리고 그에 가장 앞서 걷는 캐서린의 모습과 그에게 동조와 경의의 눈빛을 보내는 수많은 여성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어

작은 지방 중소신문사였던 포스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대표하는 큰 언론사가 되었대

스티븐 스필버그는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며 이 영화를 찍었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니 그 의미가 더욱 와닿네...좋은 영화는 정말 시대를 관통하는 것 같아

영화 자체도 스필버그작답게 쫄깃하고 재밌으니
이번 주말 꼭 한번 챙겨보면서 언론의 역할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

[녀부제용..?]

이거 엄청 재밌게 봤었어ㅜㅜ 다른 여시들도 꼭 봤으면.

[loneliest time of year]

7ㅑ악 왓챠있다 오늘 볼게 고마워!

[딥티크 롬브르단로]

이거 진짜 재밌음 ㅠㅠ

[stella_]

이 영화 좋아ㅠㅠㅠㅠ 다시 보고 싶은데 넷플에 없네ㅠㅠㅠ

[네모땡]

메릴 스트립 연가 잔짜 잘하더라 재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