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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간섭』
“위대한 커프커우니이시여, 사악한 음유시인, 미르내가 한 말씀 올립니다. 현자 아이도께서 생전에 남기신 말에 의하면 세상에는 세 가지 행동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건을 발전시키는 행위요, 다른 하나는 사건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며, 마지막 하나는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마로대륙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현명한 사람 중 한명으로 알려진 아이도께서는 위 행위들 중에서 마지막 행위가 가장 나쁘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음유시인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악한 직종이 아닐까요? 음유시인들은 늘 먹고 놀며 방탕하게 세상을 떠돌아다닙니다. 돈이 궁하다 싶을 때야 겨우 노래 몇 가락 뽑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행동으로 돈을 벌고, 또 떠돌아다니지요. 이렇게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무의미한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요? 따라서····”
- 내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저 빌어먹을 광년 바리의 표정은 처음 만났을 때의 침착한 표정 그대로였다. 틀림없이 자신이 살아남으리라는 표정이었다. 오! 제길, 이런 말도 안 되는 모험을 걸어야 하다니! 이런 승산 낮은 도박에 거는 것은 내 신조에 어긋……나지는 않구나! 이런 쉬파박!!!! 사실 도박판에서도 자주 되지도 않는 똥패 들고 배짱부리는 나니까. 하지만 아무리 내가 도박판에 기웃기웃 거리고, 연주해서 받은 돈으로 가끔 유곽 탐구생활을 하러 다니기는 하였지만, 어떻게 음유시인이 도둑보다 훨씬 악한 직업임을 입장해야하나? 게다가 목습을 걸고!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네요! 대체 어쩌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배짱을 부려야 하는 상황이 온줄 모르겠다.
- 역시 그 때 오른쪽을 선택했어야 했어!
- 그러니까 날씨는 지랄 맞게 좋은 날이다. 상업국가로 유명한 아다치왕국의 수도 루니아에서 축제에 참가하여 연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축제는 즐거웠다. 스피카의 신관들이 주제하는 단체결혼식, 아다치 왕국 특유의 천옷갑옷을 입은 병사들의 행진들, 춤과 노래,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소녀들 등등,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그러나 축제의 기운이 슬슬 떨어지자,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그래서 떠났다. 나는 방랑의 음유시인, 허리춤에는 장검을 차고, 등에는 우쿨레레와 각종 여행 물품이 든 가방을 매고 여관을 나왔다. 가는 길의 노점상에서 루니아 특제 레드 와플을 잔뜩 샀다. 이 맛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 나는 한 손엔 빵봉투를 들고, 입으로는 그 빨간 와플을 씹어 삼키며 경쾌하게 걸었다. 아마도 그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음유시인은 나였을 터였다.
- 나는 걸었다. 아다치 공국은 나라 곳곳의 길들이 다 잘 닦여져 있다. 덕분에 걷는 데 피로도 별로 쌓이지 않는 나는 지치지도 않았다. 얼마쯤 걸었을까, 새로운 만남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안녕하세요. 여행 중이신가요?”
- 햇살이 높게 솟아 눈앞을 어지르고 있을 때였다. 갈색머리를 길게 느려놓은 한 아가씨가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와서, 상냥한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말을 건냈다. 그녀는 여행을 하고 있는지 품이 커 보이는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왼쪽 허리에는 특이하게 생긴 단검을 하나 차고 있었다. 아마 호신용인 듯하다.
- 하지만 자연스러운 복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모는 아름다웠다. 특히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는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졌다. 꾸미면 틀림없이 엄청난 미인일 듯이다. 나는 미인에 약하다. 덧붙여 참고로 난 남자가 경계해야할 3가지 악덕(술, 돈, 여자)에 모두 약했다. 그녀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솟구쳤다. 이 때 그냥 생까고 갔어야 했는데···.
“오! 아름다운 레이디시여. 미천한 음유시인 미르내 모리기비가 답하옵니다. 저는 루니아를 지나 이제 게르카 왕국으로 갈까하여 여행길에 올랐사옵니다. 그런 걸 한눈에 알아맞히시다니 레이디께서는 현안을 가지신 듯하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아름다운 레이디의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아, 저는 바리 코라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사실 좀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말을 걸었어요.”
“오! 레이디 바리양, 아름다운 외모만큼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으시군요. 그대와 같이 사랑스러운 이라면 마지막 자궁에라도 갈 수 있을 듯 하군요. 말씀하시지요.”
“음, 가지고 있는 짐 다 주세요.”
- 응? 뭐라고? 잘못 들은 거겠지?
“하하하하···, 아 제가 말귀가 좀 어두어서요 레이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번만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 실례될 건 없어요. 다시 한 번 말할게요. 가지고 있는 짐 다 주세요.”
-긴 침묵. 당황. 어의 상실
“혹시 어느 유명한 가수가 ‘가지고 있는 짐 다 주세요.’라는 제목의 새 곡을 만들었고, 그 곡의 연주를 제게 요청하시는 겁니까? 레이디 바리?”
- 제발 이 말도 안 되는 가설이 정답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무표정으로 정중하게 내 말에 답하였다.
“아뇨, 말 그대로의 뜻이에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로 하고, 재산축적의 대상으로 사용하는 물건인 돈과 그 돈으로 바꿀만한 것은 모조리 다 내놓으세요. 저 도적에요.”
-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춤에 있는 그 특이한 단검을 뽑았다. 일반 대거보다 약간 큰 반미터정도의 크기였는데, 신기하게도 손잡이를 중심으로 두 개의 칼날이 양쪽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몸에다 찌르면 구멍이 두 개 나겠군. 예쁘겠네. 그녀는 단검이 든 손으로 의미심장한 손짓을 하며 말하였다.
“만일 내놓지 않으면 전 강제로라도 당신의 물건을 강탈할거에요.”
-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아가씨가 완전 어의를 상실하셨나 보네. 나를 물로 보는 거야? 음유시인 중에는 홀로 다니는 부류가 있다. 나도 거기에 속한다. 그러나 그 부류들은 혼자 다니는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을 방어할 수단을 몇 개쯤은 가지고 있다. 그 것은 그 어떠한 적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뛰어난 화술이기도 하고, 다른 무장세력(예를 들면 물건을 운송하는 상인들)들에게 얹혀 다니는 놀라운 수완력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쉽게도 그런 능력은 없다.
- 하지만 신세를 진 어느 귀족가에서 음악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그 가문 검술 선생으로부터 검술을 1년 정도 배웠다. 마지막 수업의 마지막 달 즈음에 그 선생이 말하길 음악만 하던 사람치고는 감이 좋아서 이 정도면 하급 병사 정도는 가볍게 처치할 수준은 된다고 한다. 실제로 도박판에서 내가 약간의 실수를 했을 때도 이 검술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디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 엉덩이 좀 두드려줘야겠군.
- 나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낮의 햇살이 검에 부딪쳐 부서졌다.
“죄송하지만 레이디, 제 짐은 줄 수가 없군요.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라서. 죄송하지만 다음 분을 노리시는 게 어떨까요?”
- 내가 검을 뽑을 때 그녀는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원래 얼굴에 감정이 잘 들어나지 않는 여자이거나, 혹은 조금 정신이 이상해져서 이런 상황에 대한 감각이 없는 여자일 수도 있다. 이상하게 후자 쪽이 그럴듯해 보였다. 어찌되었거나 자신감이 터지다 못해 오만할 지경이라, 솔직히 그녀를 제압한 후에 일에 대한 음흉한 상상까지 할 여유까지 있었다. 그 상상을 실행에 옮기는 쓰레기가 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진다는 상상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나는 남자 바리는 여자, 나는 롱소드, 바리는 쪼금 긴 단검. 어떻게 내가 진다는 상상을 할 수 있겠는가.
- 그러나 그녀는 진지한 얼굴을 했다.
“그럼 실력행사를 해야겠군요. 조심하세요. 조금 아플 거에요.”
- 오 사랑은 원래 아픔을 동반하는 것이니까 용서하지요 레이디. 하지만 제 사랑은 더 아플거에요. 여자에 대한 매너 좋은 나지만, 도적에게까지 할애할 정도는 아니라 선공은 내가 들어갔다. 가급적이면 몸에는 손대지 않지요. 케케케
- 첫 공격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그녀의 손목을 향해 그어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그 공격을 가볍게 단검으로 가볍게 뒤로 피했다. 오 제법하는데? 나는 검이 튕겨 내지자 마자 이번에는 바로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놀랍게도 검을 흘린 후 바로 공격에 들어왔다. 나는 의외의 공격에 당황했다. 단검은 검이 짧아 그런 기술을 쓰기 불리하다. 거리조절을 잘못하면 까딱하다 손이 날아간다. 마음 속에 그려진 그녀의 검술 실력을 약간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우위는 변함없었다. 왜냐면 나도 그 정도는 할 줄 아니까.
- 그렇게 검을 스무 번 정도 휘둘렀을까? 그녀가 내리치는 나의 검을 자신의 단검의 양 검신 사이를 끼워 넣었다. 나는 재빨리 검을 빼려고 했으나 그녀의 동작이 더 빨랐다. 그녀가 내 칼날이 끼인 그 단검을 쥔 손을 한 바퀴 돌리자, 검은 날 버리고 도망갔다. 그녀의 세련된 기술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컸기에 그 순간 어떠한 감정 표현도 하지 못했다.
“승부가 났네요. 당신의 영혼과 육체가 잘 결합해있을 때 짐을 내놓이시겠어요? 아니면 당신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 마지막 자궁으로 가고 난 후에 제가 당신의 짐을 가져갈까요.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어요.”
- 그녀는 거의 싱긋 웃으며 말하였지만, 나는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 말도 안돼!! 내가 여자한테 지다니! 으아아악 다시는 유곽의 아가씨들에게 내 검술 실력을 자랑할 수 없겠군! 흑흑흑 하지만 요건 어떠냐? 이 침착하게 미친 도둑년아!
- 나는 짐을 주는 척하면서, 루니아 지역의 특산품이 빨간 와플을 그녀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그녀는 설마 이렇게 행동할지 몰랐는지 와플을 눈에 정면으로 맞았고, 나는 북쪽 방향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그녀는 와플을 입에 물고 나를 쫒아 달렸다.
-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무조건 달린다는 각오로 달렸는데, 도무지 이 힘겨운 추격전은 끝이 나지 않았다. 상업으로 흥한 국가라 길가에 심심하면 보는 것이 상인인데, 축제가 끝나고 한동안 쉬는 때여서인지 도통 보이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려서인지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폐는 뜨거운 쇳물을 삼킨 것 마냥 갑갑했다. 그리고 가끔씩 확인을 위해 돌아보면 침착하게 미친 그 여자가 입에 빨간 와플을 물고 한결같은 표정으로 쫒아와 나를 반쯤 돌아버리게 만들었다. 오 제발 아무나 나 좀 살려줘!!!
- 그렇게 계속 달리다가 얼마 후에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 길은 좀 작은 오솔길이었고 왼쪽 길은 뻥 뚫린 대로였는데, 나는 혹시나 사람들을 만날까 하여 망설임 없이 대로를 선택했다. 저 미친 듯 체력이 좋은 여자를 상대로 산길을 간다면 금방 따라잡힐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길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 계속 달리고 달려도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나는 결국 체력 소진으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 바리 그 미친 여자는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입에 빨간 와플을 물고 있는 체 단검을 들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날 죽이려 들지는 않고 그 와플을 오물오물 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미침에 순도가 있다면 그녀는 순도 100% 광년이 틀림없었다.
- 그녀는 식사를 하고 나는 숨을 헉헉 대며 슬슬 이승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최후의 남길 말을 생각하고 있을 그 때였다. 길 밖 숲에서 커다란 형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것은 그 광년이의 바로 뒤에 섰다. 3개의 머리를 가진 개 커프커우니였다.
- 오, 고래와 노래의 우쿨이시여! 이것을 도대체 무슨 상황이라 할 수 있을까?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아니면 광년 도적 피하다가 커프커우니 만난 꼴? 세상에 이렇게 지지리도 복이 없을까? 커프커우니 의해 생긴 그림자를 느끼고 그녀가 뒤돌아 그놈과 마주했을 때, 놀랍게도 그놈은 말을 했다. 그 것도 3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만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히드라만 아니었다면 나는 하늘에서 내게 계시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여는 마지막으로 떨어질 자의 종으로써 이 세상에 악의를 퍼트리기 위하여 존재하는 자이다. 마침 여가 배가 고파 그대들을 만났으나, 여가 허기를 달래기 위하여 필요한 이는 그대들 중 한 명으로도 족 할 듯하다. 비록 3개의 머리를 가진 여이나 몸은 하나이니 말이다. 그래서 여는 둘 중에 보다 착한 자를 먹고, 악한자를 살리려 하나 그렇게 한다면 각자가 서로 자신의 악행을 거짓으로 꾸밀 수 있어서 이 기준은 신뢰성이 떨어 질 것이라 사료된다. 따라서 직업을 너희들의 특성으로 삼고 너희 둘 중 보다 사악한 일에 종사하는 이를 선별하려 하는 데 누구의 직업이 세상에 악의를 퍼뜨리는 일에 더 기여했는가?”
- 커프커우니가 말을 마치자 내 뇌는 바드가 세상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한 검색으로 폭주했다. 내가 알고 있는 대화의 기술을 모조리 써먹어야만 해! 나는 사뭇 비장해졌다.
“……실제로 이 바닥에서 이름을 날린 전설적인 바드 노팅겐조차도 그 역사에 어떠한 실질적 영향도 주지 못하였습니다. 이를 보아 현자 아이도의 관점에서 이 바드라는 직업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직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바드는 사회적으로 잉여 그 자체····…”
- 흠, 흠 죄송합니다. 달의 노래라 불리시는 노팅겐이시여. 언젠가 당신처럼 되리라 믿고, 류트하나차고 집밖으로 나왔는데 목숨하나 아까워서 이렇게 배신해서요. 하지만 당신께서도 훗날 위대한 바드로 이름이 길이 남을 제 목숨이 당신에 대한 잠깐의 배신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마지막 자궁에서 인정하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도둑을 보십시오. 도둑은 언제나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며 세상에 돈 되는 일이라면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 합니다. 어떤 이는 그들을 세상이 지루해지지 않을까 늘 걱정하는 존재라 하며, 그들을 부르는 호칭으로는 도적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윤활제···”
- 음 이렇게까지 살기위해서 주장을 하니, 스스로가 비참해지는 군. 하지만 저 순도 100%로 광년 도적이의 목숨보다는 내 목숨이 훨씬 훨씬 훨씬 훨씬, 오 한번만 더 할게요.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최후의 최후까지 피를 토하며 변론을 하였다.
- 내가 한 변론에 비한다면 그녀의 변론은 소박했었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자신의 직업이 세상에 미치는 사악한 점에 대하여 이야기했었는데, 무려 커프커우니 앞에서도 별다른 표정 변화나 감정표현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침착하게 ‘음··, 전 제 일에 자부심을 갔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제 직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더군요.’ 따위의 몇 마디 말만 하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의 전부였다.
“…···해서 저는 역시 바드가 도둑보다는 몇 배나 사악한 직업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
- 겨우 끝났다. 달리는 것보다도 더 숨 차는 것 같아. 근처에 물이라도 있으면 한 드럼이라도 단숨에 마실 수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그 것들의 표정들을(3개니까) 살폈다. 오 제발 나의 화술이 먹혀들기를!
“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잘 들어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아무래도 여가 느끼기에는 도둑보다는 바드가 더 사악한 직종으로 느껴졌다.”
- 예스! 예스! 요년아 용용 죽겠지?
“……그러나 아무래도 이 결론은 바리보다 페디가 자신의 직종에 사악함에 대한 변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를 하였다는 점에서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 응 뭐라고? 무슨 얼어죽을 객관성이야!! 그냥 저 미친년을 먹고 나를 보내주라고! 저 미친년이 나보다 100% 착한 년이 맞아! 미치도록 착한년이라고!!제발 나 좀 살려줘!!!
“하지만 여가 슬슬 허기가 져 계속 식욕을 참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 따라서 여는 저 나무의 그림자가 여의 꼬리에 닿기 전까지 누군가 온다면 그에게 너희 둘 중 누구의 직업이 더 사악한지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대답에 따러 둘 중 한명을 잡아먹을 것이며 만일 오지 않는다면 나는 바리를 잡어 먹을 것이다.”
- 오 안돼!! 망할 놈아! 나는 아까 바리에게 쫒길 때와는 정반대의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제발 오지마! 아무도 오지마! 대륙 최고의 바드가 되기 전에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던 말던 시간은 흘러갔다. 나무 그림자는 원래 꼬리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생각해보자. 누가 히드라가 있는지 뻔히 보이는 데 이 길을 그대로 지나갈 건가? 바리처럼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럴 일은 없다. 안심하자. 나의 승리다.
- 하지만 오늘 나는 평생 받을 불운을 오늘 하루에 다 가불 받는 것 같았다. 나는 나무 그림자가 꼬리에 닿을랑 말랑 할 때, 저 멀리서 커다란 가방을 맨 상인 한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히드라가 보일 충분한 위치에서도 불구하고 계속 이 길을 걸었다. 아 바리같이 미친 녀석이 또 있다니.
- 그 녀석은 커프커우니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비켜주시지 않으십니까? 저는 오늘 저녁까지 루니아로 가야만합니다.”
- 커프커우니 앞에서 저 당당함이라니! 나는 저 녀석이 순도 95%미친 녀석이라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순도 100%는 바리이니까. 그보다는 낮을 것이다.
“여는 마지막으로 떨어질 자의 종으로써 이 세상에 악의를 퍼트리기 위하여 존재하는 자이다. 여는 오늘……”
- 처음 했던 소개랑 토씨하나 안 틀리게 말하네. 밤에 몰래 연습한 것이 틀림없어.
“……해서 이 둘 중의 직업 중에 사악한 직업에 종사하는 자를 뽑아 먹기로 하였는데, 그대는 누구의 직업이 더 악한 직업이라 생각이 되느냐? 만일 대답한다면 여는 그대가 가는 길에서 비켜주리라.”
- 죽었군. 설마 바드가 더 사악하다고 말하겠나? 아까 생각하던 유언이나 마저 생각하자.
“저의 기준으로는 바드가 더 세상에 보탬이 안 됩니다.”
- 그래 바드는 세상에 보탬이 안되지. 응 뭐라고???
“여에게 왜 그런지 설명해 보거라.”
“저는 아다치 공국의 상인 카테치[Katech]라고 합니다. 저는 상인을 이 세상 최고의 직업 즉, 세상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직업이라 여기기에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상인은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인은 돈을 매개로하여 저 물건을 이쪽으로 이 물건을 저 쪽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여, 문화를 만나게 하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세상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저희가 있기에 이 나라를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저 북쪽의 게르카 왕국의 문화와 문물을 접할 수 있습니다.
나와 서로 다른 타인을 만나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세계적인 범위에서 저희가 하는 것입니다. 이는 아다치 공국의 국교 약속과 바느질의 스피카의 말씀에 근거하는 일입니다. ‘내가 있고 너가 있으니 약속은 이루어지리라.’ 우리는 그 말씀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판매자가 있고 수요자가 있으니 상품은 팔리리라.’ 약속과 상업 모두 타인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유사히지요. 실제로 상업은 잘 만들어진 약속입니다.
도둑도 이러한 관점에서 타인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을 필요로 하지요. 이 관계는 상업보다도 더 강렬하게 맺어 집니다. 따라서 우리는 도둑이 우리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기는 하지만 그들 또한 우리처럼 타인을 필요로 하는 직업임에는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바드의 관계 맺기는 도둑보다 덜 적극적입니다. 오히려 많은 예술인이 그렇듯 이들은 자신의 안으로 파고드는 일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일은 반드시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타인과는 상관없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바드가 도적보다 세상에는 보탬이 안 됩니다.”
- 오! 바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자네 덕분에 나는 앞으로 위대한 음유시인으로 이름 날릴 나는 살게 되었고, 저 나쁜 도적년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 될걸세! 육체는 멋진 나무들을 키우는 기름진 아름다운 똥이 될거야! 언젠가 자네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 꼭 자네의 물건 하나는 사주겠네. 도박장에서 돈을 잃은 상태만 아니라면 말일세.
- 이런 나의 즐거운 상상과는 별개로 커프커우니는 광년이의 육질보다도 그의 말 아니 그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그 것도 3개의 혀를 낼름 거리면서.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자네가 세상에 가장 유익한 직업에 종사한다고?”
- ……아까 보다는 약간 나쁜 소식이지만 아무래도 나도 살고 광년이도 사는 데, 아무래도 저 앞길 창창한 젊은 상인은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날 살리려고 한 데 감사를 드리며 이 근처에 무덤(시체는 없겠지만)정도는 세워주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여는 자네 보다 세상에 덜 이로운 이 두 명은 제쳐두고 자네를 잡아먹는 것이 더 악을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약간의 침묵. 짜식 똥쭐 빨리겠지. 근데 대체 왜 표정은 안변하는거야? 바리랑 같은 과인게 틀림없어.
“만일 당신의 식사의 기준이 반드시 세상에서 가장 이로운 직업에 종사하는 자라는 저는 기꺼이 잡아먹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당신의 원론적으로 당신 식사의 기준은 이러한 직업적 기준보다 세상에 대한 이로움 이라는 기준이 더 상위의 기준이 아닙니까?”
“세상에 악의를 퍼트리는 것이 나의 사명이니 실로 그러하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대보다 세상에 이로운 것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바로 이 것입니다.”
- 카테치라는 상인은 가방을 뒤적거려 커다란 주머니를 꺼냈다. 가방이 크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섞여 있는 터라 시간이 약간 걸린 듯 했다. 그런데 저 짤랑거리는 소리는···? 혹시 남자의 3가지 악덕 중에 하나인???
“그 것이 무엇이냐?”
“이것은 상인이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돈이라고 합니다. 사실 상인들이 이 돈을 잘 유통시켜주기는 하지만, 상인들이 없어도 돈은 가히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세상의 이 곳 저 곳을 연결시켜줍니다. 돈은 상인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상인은 돈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연유에 우리 상인들은 우리들이 돈을 움직이는 것 아닌 돈이 우리를 움직이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때문에 만일 이것을 없어져 버린다면 국가는 일관된 세금 징수가 까다로워 져서 행정이 힘들어질 것이고, 생산은 믿을 만한 거래 매개 수단이 없어져서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없으면 온 세상이 비탄에 잠길 것이 분명하지요.”
- 그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만 하여도 만일 저 것이 없다면 매번 연주를 할 때 마다 온갖 종류의 물건들, 그 것도 아마 들고 다닐 수 있어야 된다는 종류에서 잡동사니들만 받을 테고, 나는 바드의 길을 계속 해나가는 것보다 농부의 아들이 되는 쪽을 선택하고 말테니까.
- 커프커우니는 잠깐 고민하는 듯한 좌우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결정한 듯 카테치를 향해 말하였다.
“그렇다면 여는 그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직업에 종사하는 상인보다도 더 유익한 돈이라는 것을 먹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여에게 그 것을 다오.”
-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에게 그 주머니를 내밀었다. 아마도 그 크기로 보았을 때 상당한 양의 돈일 터인데 아깝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목숨보다 소중 한 것은 없을테니. 그의 손을 향해 커프커우니의 오른쪽 머리가 그 주머니를 입에 넣었다. 그 것은 마치 새가 물을 먹는 것처럼, 목을 하늘로 치켜 새운 후에 단숨에 삼켰다.
- 그리고 단숨에 쓰러졌다. 쿵!
- 응? 어? 어어어어?? 어라라라? 대체 어떻게 된거야?
- 그러나 정작 그는 그 것을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놀란 기색이 없었다. 사실 머 이때까지 한 번도 표정을 지어보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어 커프커우니를 해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배를 갈라 위장에 들어간 돈주머니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의 심장이나, 간 등을 꺼내어 깨끗한 종이로 감싸는 작업을 하였다. 그가 작업하는 동안 나는 그에게로 가서 물었다. 혹시 그는 마법사일지도 몰라. 최대한 정중하게 물어야지.
“오! 아다치의 용감한 상인 카테치시여. 미천한 소인이 묻나이다. 도대체 어떻게 저 추악한 커프커우니를 물리친 것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 카테치는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작업을 하면서 마치 혼잣말을 하듯이 말하였다.
“돈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이로운 것들 중에서 하나이다. 하지만 그 돈을 단지 가지는 데에만 집착하여, 다른 이의 것을 강제로 빼앗고 안으로 쌓아두려고만 하면 그 것은 독 밖에 되지 않는다. 돈은 세상을 향하여 흘러야만 그 올바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그는 흐르지 못한 돈의 독성에 중독되어 죽은 것이다.”
오!! 그렇구나! 뭔 소리야 이게?
- 그는 요따위 이해하지도 못할 말을 지껄인 후에 부연의 설명 없이 묵묵히 히드라를 해체하고 종이에 감싼 그의 신체 부위를 가방에 담아 루니아 방향으로 떠났다. 그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는 해체된 히드라의 시체와 나 그리고……
- 침착하게 돌아버린 바리 코라가 남아있었다.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래이디 바리양?”
- 그녀는 늘 한결같은 침착하고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그녀가 익숙해져 가는 걸 보니 나도 미쳐가나 보군.
“독을 돈주머니에 발라 먹였다는 군요.”
엉? 돈주머니에 독을 바를 틈이 있었나? 도대체 언제??!?!!!
“설마 가방 뒤적거릴 때 말씀이신가요? 레이디 바리양?”
-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러니까 그는 커프커우니가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알아체자 마자, 돈주머니에 독을 발라 먹인다는 작전을 새웠구만! 그런데 강력한 독을 내뿜는 그 놈을 죽일 독이면 도대체 어떤 종류의 독을 쓴 거지? 정말 대단한 양반이구만! 그건 그렇고 보니 나는 이제!!!!
“푸하하하하하하하! 아 살았다!! 난 살았어!! 야호!!!! 신난다!! 오, 고래와 노래의 신 우쿨이시여 감사합니다. 오! 세상에 내가 살아나다니!!! 오! 내가 살아나다니!!!!”
- 나는 온갖 고난들을 해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 괴성을 질렀다. 그렇게 기뻐하던 나는 음악가전 본능이 소리치는 대로 우쿨레레를 꺼내어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오! 내 이름은 미르내 모리기비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의 오후에
도둑이 든 칼에 도망치고
머리 셋 달린 커프커우니 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나
뛰어난 검술과 화려한 화술은 소용이 없었으니
오! 내게는 절망뿐이었다.
그 때의 날 살린 건
강력한 기사도 변덕스러운 마법사도 아닌
아다치 공국의 카테치
세상과 세상을 나과 타인을 연결하는
실로 아름다운 직업에 종사하는 그는
돈의 마력으로
커프커우니 그를 죽음으로까지 연결시키니
그대가 세상을 연결시키는 것처럼
나도 이 노래로써 세상을 연결시키리라.
“축하드려요. 페디.”
“오!! 고맙습니다. 레이디 바리! 저는 지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아무에게나 키스를 퍼부은 다음 소원 한 개쯤 가볍게 들어줄 정도로요! 산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 일 줄이야!!!”
“그래요?”
- 갑자기 내 앞으로 의시심장하게 다가온 그녀는 자신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타인과 나의 가장 짜릿한 연결. 세상에 이만큼 더 강렬한 연결이 또 어디 있으랴?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그녀가 미쳤다는 몇 시간 전의 가설은 던져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디는 바리 코라가 아닐 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녀는 그윽한 눈으로 날 응시하자 나는 왠지 그녀가 날 사랑하다고 말하면 ‘나도 그렇소. 레이디 바리양.’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감정이 최고로 고조될 쯤에 그녀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페디”
“왜 그러시오? 레이디 바리양”
- 그녀는 단검을 내 목에 대고 말했다.
“가진 짐 다 내놓으세요. 돈이 독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당신의 돈은 나에게로 흘러야만 하네요. 우쿨레레는 특별히 봐드리도록 하죠.”
오, 젠장
뱀발들 : 예전에 썼던 단편입니다. 그냥 소소하네요ㅋㅋㅋ 현재는 꽃잎소설3에서 [키읔 : ㅋ]라는 정신나간 연애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막 달달하고, 애절하고, 그런 소설은 아닙니다. 연애소설을 가장한 병맛소설이라고나 할까?ㅋㅋㅋㅋ 암튼 키읔도 사랑해주시면 감사감사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재미 있습니다. 정당한 간섭=바리의 강도질? 요고 맞나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독자의 해석에 맡기겠습니다ㅋㅋㅋ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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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