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와 밤까지 퍼져 자는동안 전두환 정권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가 오갔더군요.
보면서 '다르다'와 '틀리다'란 개념에 접근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어서 제 의견을 아래에 적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 1 장(章) 총강(總綱)
제 1 조(條) ① 대한민국(大韓民國)은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다.
바로 우리나라 헌법에서 전문(前文) 다음으로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첫 장 총강의 첫 조 첫 항입니다.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죠.
'민주공화국': 바로 주인으로서의 권리가 민(民)으로부터 나오며 서로 합의 과정을 통해서 주권이 나오는 국가란 이야기입니다.
이 민주공화국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요?
우리가 인권유린과 독재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북한도 정식 명칭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입니다.
그네들을 민주주의 공화국이라 평가할 수는 없어도 그들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자국의 기치가 바로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순수한 원론적 차이는 생산주체와 소유주체의 차이이며 민주국가란 가치는 동시에 추구합니다.
대신 공산주의에서 '인민독재국가'라는 개념도 있지만 어차피 그 이상적 개념은 '민주'에 있습니다.
물론 공산주의 국가에서 그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는 자체적 딜레마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민주국가로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즉, 왕권사회를 벗어난 문명(文明) 국가사회는 모두 공화국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주권을 국민 또는 인민으로부터 나올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문명국가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라는 고정불변의 불문율(不文律)이며 Common law 와 같은 가치입니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태고적부터 성립된 것이라면, 민주공화국은 다만 성립된지 얼마 안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전 왕권국가에서도 민주공화국의 본뜻을 펼친 경우, 가장 당대에서도 백성들이 가장 추앙했었고, 현재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우린 이것이 국가 사회에 살고 있던, 있는 인류가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은 자본주의/사회주의 같이 우리가 흔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칭하는 가치의 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모두 민주공화국의 이상적 범주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죠. (부정이 아니라 실현 가능이냐 불가능의 차이냐의 차원입니다)
우리가 전두환 정권에 대해서 그렇게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민주공화국'을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들고 나왔던 상품은 '민주공화국'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그들이 치고들어오기 전의 유신정권을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독재자본주의가 있었을 뿐이죠.
자본주의는 민주국가다라는 명제는 틀립니다.
그들이 보여준건 이전에 있던 독재자본주의의 연장이었을 뿐입니다.
정치가 또는 정당은 상인(商人) 또는 기업과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파는 상품은 정책과 정강(政綱)이며 그것으로 그들은 국민의 지지를 투표라는 시장에서 '표'라는 돈을 버는 것입니다.
정치가가 또는 집권자가 성인군자 또는 도덕적으로 완전한 사람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에게 있어 이성적 합리성이란 '보편적 합리성'에도 둘 수 있지만 '이윤적 합리성'에도 기초를 두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있던 글에 '링컨'의 흑인해방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설령 그 내막엔 표를 얻기 위한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링컨의 '흑인해방'이란 상품이 인류가치의 기호에 맞았기 때문에 우린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 겁니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좋은 상품으로 정당한 이윤을 내는 기업을 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이 내놓은 상품은 대한민국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보편적 합리성'을 무시하고, '이윤적 합리성'에만 편중됐습니다.
마치 경로당 노인들을 온천으로 관광시켜주며, 각종 물건들을 은근슬쩍 강매시키는 것과 같은 불공정 거래였습니다.
직업의 자유가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국가의 모습은 그럭저럭 갖고 있었지만,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주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허위광고, 과대광고로 또는 강매로 산 불량품을 산 사람 중에 화를 안내는 사람을 우린 어떻게 봐야할까요.
그 당시는 자신들이 불량품을 샀다는 것 자체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오히려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인 그들이 주권을 가진 국민을 함부로 학살했다는 것이 바로 그들이 민주공화국을 버렸다는 걸 말합니다.
국민의 귀를 막고, 입을 막으며 말이죠.
자기의 이익을 위해 주인을 죽인 하인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그 하인의 힘이 너무 세고 또한 그 사실조차 많은 사람들에게 감춰진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있을까요.
민주공화국에서 국가 통솔자와 그 아래의 관료들과 공무원들은 공복이자 서번트의 개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합니다.
그들이 이걸 잊고 주인을 짓누르고 살해하려 한다면 이건 분명히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버리는 짓입니다.
예전 왕권국가의 사회에 향수에 빠져 국가 원수가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는 시대적 착각에 빠졌다면, 이건 분명 잘못된 겁니다.
민주공화국에 살고 싶어하고, 민주공화국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말입니다.
국회의원과 관료가 만인지하(萬人之下)가 되어야 할 이상적 가치가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깨닫지 않고, 언제까지 왕권시대 백성으로 살려하는건지 안타깝군요.
카페 게시글
非스포츠 게시판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 아래 전두환 관련 글을 늦게서야 보고 씁니다.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글 추천 하나 때립니다^^ 민주공화국..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이 말을 언제쯤이면 제대로 실현되는 날이 올런지. 그나마 민주화(물론 형식적 민주주의지만)는 됐지만 우리사회에서 공(public)개념은 언제쯤이면 실현될지..
좋은글 입니다 특히 두번째줄 글 강추..! 가만 보면 틀린걸 다르다라는 벽을 이용해 방어하는 사람 참 많아 보인다는
대체 그가 우리에게 무슨 혜택을 줬습니까?기업비자금 받아 처먹으면서 대기업위주의 기형적인 경제성장을 촉진시켜서 현재 중소기업 기피현상과 함께 대규모 청년 실업을 유발시켰습니다.박정희 경제성장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섬유공업 국가였습니다.그런데 지금 세계적인 섬유공업기업하나 없습니다.
국제그룹을 전두환이 해체시켜버렸기 때문이죠.그리고, 전두환이 쿠데타로 집권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민주화는 또 늦춰졌으며 아직도 뿌리깊은 민주정신이 박히지 못함으로서 상하수직적인 인간관계가 난무하게 됐습니다.대체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혜택이란게 뭡니까?다 허무한 업적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제도, 민주화도, 집권층의 깨끗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인간이 대체 우리에게 뭘 해줬단 말입니까
글에 추천 한 표.. 그리고 다른 거와 틀린 거 구별 못하시는 분들.. 제발 그러지 맙시다.. 우길 걸 우겨야지.. -_-
글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마오? 체? 그들과 달리 전씨일파의 쿠데타는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보수 반동적인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십수년간 지속되어온 독재 시스템으로의 회귀지 체제 전복적인 것이 아닙니다. '다르다'는 한마디로 끝날 일이라면 더 이상 어떤 토론도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까.
추천 열표
추천 백표 ㅠ.ㅠ 속이 다 시원하네
나이스.
시원합니다. 어떻게 마오쩌둥 체 게바라와 전두환을 비교하는지-ㅁ- 체 게바라의 체가 어떤 체 인데...
아 정말 좋은 글이네요.
Duncan&Kidd홧팅님 국회로 보냅시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