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 자동차 38분 34km → 안성팜랜드 → 자동차 34분 23km → 초록미소마을 → 자동차 7분 3.1km →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 자동차 24분 17km → 아르카북스
‘비대면관광지 100’에 선정된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가을은 늘 아쉬운 계절이다. 올해는 더욱 그렇다. 봄의 화사함도, 여름의 싱그러움도 만끽하지 못했는데 찬란하게 아름다운 또 하나의 계절이 지고 있다. 하지만 여유로운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에서라면 가을 끝자락의 정취라도 붙잡아보고 싶다. 드넓은 초원을 자랑하는 안성과 비대면관광지를 보유한 평택에서라면 안전한 가을 나들이를 즐겨볼 수 있다.
어사 박문수도 다녀갔다는 합격 명당 칠장사
곧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온다. 매년, 이 무렵이면 자녀의 합격을 바라는 어머니의 절실한 기도가 모이는 곳이 있다. 안성 칠현산 자락에 안겨 자리한 사찰 칠장사다. 스물다섯 되던 해부터 과거에 응시하며 입신양명을 꿈꿨던 박문수는 두 번의 낙방으로 깊은 좌절에 빠졌다. 서른두 살이 되던 1723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칠장사 나한전에 들러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그날 꿈에 나한이 나타나 시제를 알려주었는데, 과연 그대로 시험에 나와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이후 박문수는 암행어사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병조판서까지 오르며 출세의 꿈을 이룬다. 이 같은 합격 일화가 알려지면서 칠장사는 각종 시험을 앞둔 이들이 찾아와 기도를 올리는 합격 명당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특히 나한전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에선 누구나 마음속 바람을 소원지에 담을 수 있다.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
박문수의 합격일화로 유명한 나한전
벽화 속 궁예의 모습
혜소국사비
박문수의 일화 외에도 칠장사엔 유독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사찰에 들어서면서부터 낯익은 인물들이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끄는데,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와 조선의 3대 도둑으로 꼽히는 임꺽정이다. 궁예가 활을 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활터가 남아 있는가 하면,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스승 갖바치스님이 은거하던 사찰도 이곳 칠장사다. 일곱 명의 도적을 제자로 받아들여 지혜롭게 만들었다는 혜소국사의 전설은 사찰의 이름이 칠장사(七長寺)가 된 연유이기도 하다.
볼거리도 많다. 빛바랜 단청이 고찰의 우아함을 더하는 대웅전(보물 제2036호)과 통일신라의 빼어난 조각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석불입상(보물 제988호), 웅장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 여기에 높이 11.5m에 달하는 철 당간지주와 진흙을 빚어 만들었다는 사천왕상까지 눈여겨볼 문화재들이 그득하다.
대웅전의 빛바랜 단청
칠장사 대웅전
석불입상
칠장사의 가을1
특히 산자락을 따라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고 주황색 황화코스모스가 만발하는 가을은 칠장사가 제일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르신들은 풍요로운 볼거리와 이야깃거리에 무르익은 가을 정취까지 즐기며 오래도록 사찰에 머물렀다. 비탈에 자리한 사찰이라 나한전까지 오르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거리가 짧아 걷기에 무리는 없다. 그러나 사찰 입구가 돌계단으로 연결돼 휠체어나 유아차 접근은 어렵다. 가을엔 낙엽 때문에 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칠장사의 가을3
칠장사 입구 돌계단
칠장사 언덕길
안성에서 만나는 목가적 풍경, 안성팜랜드
안성은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다. 도시발전과 농축산업은 언뜻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안성팜랜드는 그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체험 목장을 통해 농축산업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물론, 탁 트인 초원은 도시인들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사한다. 봄에는 호밀과 유채,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라벤더,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 등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관도 매력적이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스모스가 냉해를 입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어려웠지만, 몽환적인 핑크뮬리 동산과 한적한 목장 풍경만으로도 어르신들에겐 큰 위로가 된다. 11월에는 다양한 모양의 허수아비도 설치돼 볼거리를 더한다. 곳곳에 야트막한 언덕이 있긴 하지만 산책로 대부분 완만해서 어르신들이 걷기에도 좋다. 아기자기한 포토존에서 사진도 잔뜩 찍어보고 우유 아이스크림 한 컵에 아이들 마냥 신난다.
안성팜랜드 입구
대여용 휠체어와 유아차
드넓은 초원
포토존1
핑크뮬리
우유 아이스크림
체험 목장도 어르신들에겐 색다른 재미다. 양과 염소, 귀여운 알파카까지 다양한 가축도 구경하고 새모이 체험관에선 앙증맞은 앵무새들에 둘러싸인다. 먹이주기는 유료로 체험 가능한데,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마음을 동물과의 교감으로 달랠 수 있어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체험승마도 가능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60세 이하만 참여가 가능하다.
체험 목장1
체험 목장의 여유로움
체험 목장2
새모이 체험장
쌀겨 효소로 즐기는 특별한 찜질, 초록미소마을
평택을 대표하는 농촌체험마을인 초록미소마을은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유기농 쌀과자를 납품할 만큼 친환경 농업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선 전통적인 탈곡방식인 벼 홀태를 이용해 벼를 탈곡하고 현미를 도정하는 체험을 비롯해 여름에는 감자 캐기와 옥수수 수확, 가을에는 고구마 캐기와 표고버섯 수확 등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유기농 쌀을 도정해서 나오는 쌀겨를 활용한 효소욕이 큰 인기다. 쌀겨에 유용 미생물을 넣으면 이들이 증식하면서 55~80℃의 자연발효열과 원적외선이 방출된다. 6개월에 걸쳐 발효된 친환경 쌀겨로 전신을 덮으면 세포의 생리작용을 활성화하여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초록미소마을에선 이 같은 효소찜질을 ‘골든테라피’라고 이름 붙였다. 쌀겨의 노란빛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금에 비유할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약 15분 동안 쌀겨효소 테라피를 즐긴 후에는 체온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때까지 1시간 정도 부분찜질과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섭취한다. 갑자기 몸을 일으키거나 움직이면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쌀겨가 눈에 들어가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샤워 할 때는 비치된 쌀겨를 얼굴과 몸에 발라주어 각질과 노폐물을 제거한다.
체험장 규모가 크다 보니 예전엔 한 타임에 20~30명씩 대규모로 찜질욕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규모 인원만 예약을 받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바로 예약이 가능해 어르신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발효된 쌀겨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후각이 예민한 어르신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초록미소마을 입구 경사로
디톡스차
쌀겨 효소찜질
부분찜질 및 회복
샤워실에 비치된 쌀겨
‘비대면관광지’에서 여유로운 산책,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평택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바람새마을 소풍정원이 지난 6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비대면관광지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여유롭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풍정원을 찾았던 날은 주중 오전이라 이용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밀집도도 낮고 야외공간이라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산책하기에 좋았다.
본래 낚시터였던 이곳은 진위천 하천 정비사업을 통해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진위천은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로 시작하는 동요 <노을>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방치되다시피 했던 섬들을 나무데크로 연결해 이화의 정원, 무지개의 정원, 빛의 정원, 지지배배 정원으로 이름 붙이고 각각의 테마에 어울리도록 꾸몄다. 줄배를 띄워 동양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이화의 정원을 지나면 색색깔 조형물이 반겨주는 무지개의 정원이 나타나고, 신비로운 야경을 자랑하는 빛의 정원 다음엔 새소리 지저귀는 자연 그대로의 지지배배 정원이 기다린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름다운 전경을 마치 액자에 담아 놓은 듯 꾸민 포토존과 나무 아래서 책 한 권 읽으며 쉬어갈 수 있는 독서 쉼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이어진다. 입구 오른쪽에는 캠핑장도 자리한다. 독립적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많다.
여유로운 산책길
섬 사이를 연결한 나무데크
빛의 정원
지지배배 정원1
지지배배 정원2
독서 쉼터
허기를 채워줄 쌈밥
소풍정원 근처엔 잠시 걸음을 쉬어가기 좋은 북 카페 아르카북스도 있다. 평택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삼각 지붕을 얹은 목조건물이 아늑한 인상을 풍긴다. 내부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채워져 있는데, 이탈리아어로 방주를 뜻하는 아르카(Arca)란 이름답게 누구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책 한 권에 빠져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전예약제로 인원을 제한하고 한 타임이 끝나면 테이블과 의자를 소독해, 더욱 더 안전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첫댓글 칠장사는 절에서 사귄 여인과 데이트도 ㅎㅎㅎ
말로만 듣던 절 오빠셨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