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한달 정도 행자 아닌 행자 생활을 할 때 였습니다.
저보다 몇개월 전에 오신 상행자님이 계셨는데, 그 때 나이가 30대 중반 정도 되신 땅딸막하지만 다부진 체격에 눈매가 달마스님을 닮은 분이셨습니다.
혼자 행자생활하다가 거의 반년만에 제가 들어와서 그런지 도로 내려간다고 할까봐 무척 잘해주셨습니다. ㅎㅎ
나중에 들은 얘긴데 3천배도 못한다고 도망갈까봐 스님들께 부탁해서 생략시켜줬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그 행자님이 큰형님처럼 참 잘해주셨습니다.
다른 절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상원사는 새벽예불을 상행자님과 저, 해인사에서 천일 지장기도 하러 오신 스님 3명이서 올렸습니다. 저녁예불은 행자 둘이서 올렸구요.
선방으로 유명한 사찰이라 예불대신 다들 참선 수행을 하시는건지... 그래도 이제 막 머리깎은 초보행자 눈에는 그런 것들이 곱게 보이지가 않더군요. 어찌 예불을 행자에게 맡긴단 말인가...
새벽종성을 그 상행자님이 직접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중에서 행자가 하는 새벽종성 들어보신 분 계세요? ㅎㅎ
그런데 그 행자님이 하신 새벽종성 소리는... 정말 마음 깊숙한 곳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셨습니다.
저는 새벽종성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들었는데 뜻도 모르면서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중간에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운율을 탈 땐 저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지장기도 하러 해인사에서 오신 젊은 스님께서도 그 행자님의 새벽종성을 들으시곤 감동하셔서 행자님은 그 쪽으로 타고난 재주를 지녔으니 불교음악 쪽으로 깊은 공부를 해보라고 권유까지 하셨답니다.
새벽종성을 잘한다는 여느 스님의 테이프도 들어봤지만 이제껏 그 때 그 행자님의 카랑카랑한 새벽종성처럼 저의 가슴을 움직이는 종성을 아직 못들어봤습니다...
아마도 그건 그 행자님의 탁월한 음성이나 운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법랍 높으신 스님들은 저마다의 공부를 위해 선방에 앉아 계실때, 정식 스님도 아닌 이제 머리깎은지 몇개월 되지도 않은 행자가 그 새벽에 혼자 종을 두드리며 '이 종소리로 일체 중생이 정각을 이루기를 원합니다.'하고 원을 세우는 그 간절함 때문이 아니었을지...
수신오도 게시판에서 여러 도반님들의 글들을 읽다보면 그 때 그 행자님의 새벽종성하시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건, 도를 깨치기 위해서건 각자 주워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수행에 열심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혼자 깜깜한 새벽에 종을 치며 원을 세우던 그 행자님이 오버랩되어 가끔 눈시울이 적셔지기도 합니다.
그 행자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지 참 궁금하네요. 환속을 하셨을지 아니면 비구계 받고 정식 스님이 되셔서 어디선가 계속 새벽종성을 하고 계실지요. 한소식은 하셨는지요...
가끔 그립습니다. 행자님. 아니 스님.
제가 처음 스님되겠다고 간 날 행자방에서 내주시던 그 차맛을 잊지 못합니다.
언제 한번 뵙게 되면 제가 차한잔 대접하고 싶네요... _()_
願此鐘聲遍法界 鐵圍幽暗悉皆明(원차종성변법계 철위유암실개명)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퍼져
철위산의 깊고 어두운 무간지옥 밝아지며
三途離苦破刀山 一切衆生成正覺(삼도이고파도산 일체중생성정각)
삼도(지옥, 아귀, 축생)의 고통 일체를 여의옵고 도산지옥 무너지며
모든 중생 바른 깨달음 이루어지이다.
첫댓글 그리움 속에 따스함이 묻어 있는 글이네요
소복소복 흰눈이 내리는 먼 옛날의 고향이 생각납니다
이불속으로 발뻣고 옹기종기 앉았던 따끈따끈 온돌방도 생각나는 정겨운 기억 나누어 주셨어 고맙습니다
마음이 많이 이완되고 따스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행하시는분들은누구나따스한여운은다가지고계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옛기억을되살려봅니다
그맘으로수행정진열시미하겠습니다^^
상행자님의 지극정성을 상상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정호님 *^^*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_()()()_
그 새벽종성 저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_()_
저도 새벽종성들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했던 때가 있었네요 !!!
초발심으로돌아가서 이완수행 열심히 해야곘습니다
정호님~! 저도 세벽종성 참 잘해요~~~ ㅎㅎㅎ
행자들을 예불을 올리게 함은 큰 아량인데... ㅋㅋ
네,,,저도 새벽종성이 그리울때가 많아요^^ 습에 젖은 게지요...지금은 세상사 곳곳에서 부처와 중생이 하나임을 느끼곤
하는것처럼 많은 세상의 소리에서 새벽종성을 들을 때면 소스라치게 놀라곤했었어요. 보여지는게 전부 진실은 아니기에
일체유심조일까요? 정호님 덕분에 옛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행자님의 새벽종성 저도 듣고싶네요
정호님의 깊은 원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법당에대한 추억은 전무한 기독교인이었지만
가슴에 서늘히 느껴지는 감흥이 있네요
제 가슴에 새벽종성이 들리는듯 합니다.
아마 어디선가 정진 잘 하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