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LG전자 소속 헬기가 정면 충돌이 아니라 건물에 스치듯 부딪쳤다는 국토해양부 사고조사위원회의 발표가 나오면서 충돌 사고 순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파트 충돌 이전에 사고 헬기 기체에 이상이 발생했거나 사고 당시 헬기 조종사들이 정면 충돌을 모면하기 위해 노력해 더 큰 인명 사고를 막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열린 브리핑에서 사고 헬기가 잠실헬기장 부근에서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헬기가) 마지막 사고지점에서 아파트 스치듯 부딪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이 아파트 102동 23~26층의 외벽이 일부 무너졌고 헬기는 곧장 맞은편 101동 아파트 앞 화단으로 추락했다.
실제 사고를 입은 아파트의 외벽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체가 건물로 처박힌 것이 아니라 헬기의 프로펠라가 회전하면서 피해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26층 유리창 등 외벽에 부딪쳐 떨어지면서 아래 3개 층에 프로펠라가 다시 충돌한 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정면 출돌했다면 동체가 건물을 뚫고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고 헬기가 건물가 부딪치기 직전에는 최대한 벗어나려 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아파트 충돌 이전에 이미 헬기가 일부 파손돼 있었다는 아파트 주민의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사고 아파트 맞은편 101동에 사는 한 주민은 "날개인지 꼬리인지 어떤 부분인지는 못 봤는데 이미 충돌 전에 파손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에 LG그룹 소속 민간헬기가 충돌 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 사고로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사망했다. 2013.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뻔 했던 이번 헬기 충돌 사고가 그나마 조종사 2명만 숨지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아파트 충돌 직전 조종사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고 헬기의 조종사들은 모두 군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조종한 베테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헬기 기장 박인규씨(57)는 공군사관학교 26기로 공군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지난 1999년 LG전자에 입사해 수석기장으로 재직해 왔다. 총 비행시간은 6516시간, 사고 헬기 기종 비행시간도 2759시간인 베테랑 조종사로 알려져 있다.
부기장 고종진씨(36) 역시 공군사관학교 48기로 공군에서 13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지난 2월 LG전자에 입사해 선임기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총 비행시간은 3310시간이며 이 헬기 기종 운행 시간은 141시간이다.
박씨의 친구 친구 김종찬씨(57)는 "평소에 기상이 안 좋으면 절대 비행을 안 하던 친구"라며 "이전에도 기상이 안 좋을 때 '비행을 못하겠다'고 해 LG 임원들이 KTX열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기상악화로 이륙이 다소 늦어져 LG전자 임직원을 태우려다 무리하게 비행을 강행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터라 사고 당시 헬기 상태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도 요구되고 있다.
사고 헬기의 아파트 충돌 순간과 직전 운행 상태에 대한 정확한 실상과 사고원인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로 규명된다.
이날 사고 헬기의 잔해는 오후 6시50분께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로 옮겨져 해체된 뒤 본격적인 사고원인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사고조사위는 시야를 가리는 짙은 안개의 기상 상황에서 예정된 한강 위 비행 경로를 이탈해 고층 건물 밀집지역으로 비행을 하게 된 경위와 충돌 순간 헬기의 상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