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력증·뇌경색·기억력 증진에 효과 남녀노소 불문…건강에 좋은 ‘불로초’
몇년 전 지인의 아버님께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셨다. 평생 농사만 지으신 아버님은 늙어서 그럴 거라 하셨지만, 그 소식을 들은 자식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발생하는 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이다’고 정의돼 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다급해진 나는 주저 없이 ‘초석잠’을 권했다.
여기서 초석잠이라 함은 초석잠의 뿌리를 말한다. 초석잠은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우리나라 각지에서 잘 자란다. 꽃은 연분홍색이며 5월 중순 무렵부터 9월까지 가지와 줄기의 윗부분에 돌아가며 층층으로 핀다. 뿌리는 오동통한 누에처럼 생겼으며 말갛고 우윳빛을 띤다. 한편으로는 바닷가의 소라고동을 닮은 듯하다.
일본생약연구팀은 “초석잠에 함유된 ‘페닐에타노이드’ 배당체라는 성분이 근무력증·뇌경색·노인성 치매 예방과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초로기(長老喜, 長老木, 長老貴)’라 부르며 에도시대부터 설 요리에 즐겨 사용하고 있다. 설날 아침부터 보름까지 즐겨 먹는다.
초석잠에는 페닐에타노이드·스타키드린·아르긴산·콜린·비타민B₄가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간경화를 개선하고 지방간의 형성을 막는다. 특히 콜린은 혈액과 뇌 장벽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이다.
뇌세포에 직접 작용해 기억력 증진과 노인성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젠 초석잠을 맛있고 효과 있게 먹는 법을 알아보자. 초석잠은 날것으로 먹어도 좋다. 흙을 털고 쓱쓱 문질러서 한입 먹으면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장아찌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장아찌를 담그려면 먼저 초석잠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소쿠리에 받쳐 놓는다. 물과 간장을 끓여 식힌 다음 식초와 약간의 발효액을 넣고 혼합한다. 물기를 뺀 초석잠을 그릇에 담고 혼합한 간장물을 붓는다. 이때 자소엽이나 명감나무뿌리, 초피나무 잎과 열매를 넣어도 좋다.
이 밖에 초석잠을 말린 다음 분말로 만들어 국수·빵·떡을 요리할 때에 넣으면 좋다. 미숫가루·우유·요구르트 등에 타서 마셔도 된다. 천연 양념 재료로도 그만이다. 효과를 빨리 보려면 초석잠과 단삼, 삼칠초, 쇠비름을 같은 분량으로 해 환으로 빚어 장복하면 된다.
초석잠을 택란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석잠과 택란은 같은 꿀풀과이지만 잎과 줄기의 모양 뿐만 아니라 성분 역시 다르다. 택란의 뿌리는 삼백초나 어성초 뿌리처럼 가늘어서 금방 구별할 수 있다.
지인의 아버님은 초석잠 덕분인지 약간의 몸 떨림 외엔 별 무리 없이 텃밭 농사를 지으며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 초석잠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맞는 불로초임이 분명하다.
<지리산 약초학교 대표이사 허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