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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아래 돼지(豕)가 앉아 있는 글자가 家인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돼지는 동아시아문명의 시초부터 우리와 생활을 같이 해왔던 것 같다.
그러니 돼지야말로 우리 민족의 생활사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을 법도 한데,土種 돼지가 멸종되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돼지뿐 아니라 그 수많은 동물과 식물 가운데 土種이 보존되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
온갖 천재지변과 寒暑(한서)를 견디며 그 種이 보존되고 있음은 이들 土種이야말로 이 나라의 풍토에 가장 적합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면서 생존해왔다는 뜻이기도 한데,그러한 土種들이 改良(개량)이란 미명 하에 인위적으로 멸종되어 간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土種들은 생산성을 앞세운 '종자 改良'이란 거대한 담론에 밀려 그렇게 사라져갔다. 土種 기술과 土種 학자라고 어디 예외일 수 있었으랴.
생산성과 경쟁력이란 구호에 밀려 우리의 '꾼'과 '장이'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서구의 문화이론과 윤리의식에 함몰된 논객들에 의해 土種 학자들은 골동품과 같은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土種의 土는 '흙'을 가리키는데,흙으로 상징되는 '나라'와 '고향'이란 뜻이기도 하다.
'토박이' 또는 '본토박이'의 土가 그러한데,이때의 土는 대대로 그 땅에 붙어 살아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土民(토민),土人(토인) 또는 土着民(토착민)은 여러 대를 그 땅에서 붙박이로 사는 백성이라는 뜻이고 土班(토반)은 한 지방에서 붙박이로 사는 지체가 낮은 양반이란 뜻이다.
그리고 土俗(토속)과 土風(토풍)은 특정지방의 풍속을 나타내는 말이다.
土는 水 火 木 金과 함께 오행의 하나이기도 한데,방위로 보면 중앙이 된다.
土克水(토극수)라 해서 오행 가운데 서방에 해당되는 水를 이기는 것이 土이기도 하니,서구화로 대변되는 세계화의 격랑을 이길 힘은 어쩌면 土種에 있을 것 같기도 하다.
種은 벼를 뜻하는 禾에 무겁다는 뜻의 重이 결합된 글자이니,벼 이삭의 무거운 부분인 볍씨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서 유추되어 동식물의 씨는 물론 혈통까지 뜻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蠶種(잠종)은 '누에알'이란 뜻이며,賤種(천종)은 '비천한 혈통'이란 뜻이다.
土種의 種도 그러하거니와,種에는 種鷄(종계) 種豚(종돈) 種馬(종마)처럼 대를 잇게 한다는 뜻도 있다.
種을 동사로 쓰면 '씨를 뿌리다'는 뜻이 되는데,'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속담을 한문으로 옮긴 것이 種豆得豆(종두득두)이다.
출처:부산일보 글.<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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