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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문화] 暗鬪(몰래 암 / 싸울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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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이익이 클수록 이를 차지하려는 暗鬪도 거세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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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은 국회를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고,온갖 暗鬪와 權謀術數(권모술수)가 횡행하는 곳으로 비쳐지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리당략을 위한 暗鬪가 뻔한 데도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국회 다음으로 부패 정도가 심한 집단은 정당과 경찰,세관,법원 등이라 한다. 모두가 세속적 권력을 대표하고 있는 곳들이다. 달콤한 음식이 쉽게 상하듯이,권력이 있고 그에 따르는 이익이 크면 클수록 이를 쟁취하기 위한 暗鬪도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暗鬪란 서로 적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다툰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이 취재진 앞에서 화기애애한 포즈를 취하면서도 슬쩍슬쩍 상대방을 공격하는 뼈있는 말을 주고받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웃음 속의 칼이란 뜻의 笑中之刀(소중지도) 바로 그것이다. 뼈있는 말이란 뜻의 言中有骨(언중유골)도 결국 暗鬪의 언어적 수사일 뿐이다.
暗의 音은 '그늘지다'는 뜻의 陰(음)과 통하므로,暗이란 햇빛이 없어 그늘지고 어둡다는 뜻이 된다. 그렇듯이 사리에 어두운 것 역시 暗이라 한다. 暗澹(암담) 暗室(암실) 暗黑(암흑) 등이 전자의 예이고 暗君(암군) 暗愚(암우) 등이 후자의 예이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거나 숨겨져 있는 것 역시 暗이라 하는데,暗礁(암초) 暗渠(암거·땅 속으로 낸 도랑) 등이 그 예이다.
결국은 비슷한 뜻이지만,남들이 알지 못하게 '몰래'하는 것을 暗이라고도 한다. 남이 모르는 동안이 暗暗裡(암암리)이고,그렇게 남 모르게 살짝 죽이는 것이 暗殺(암살)이며,간첩처럼 남 모르게 활약하는 것이 暗躍(암약)이다. 그리고 은밀하게 일의 실마리나 해결책을 찾는 것을 暗中摸索(암중모색)이라 하는데,이때의 暗은 '어둠'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暗에는 '외우다'는 뜻도 있다. 暗誦(암송)과 暗記(암기)의 暗이 그러한데,이때의 暗은 과 통한다. 단,이와 비슷한 용례인 暗算(암산)의 暗은 '속으로'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鬪는 부수가 되는 그 자체가 '싸우다'는 뜻으로,의 갑골문을 보면 두 사람이 마주보고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는 모양을 하고 있다. 言中有骨처럼 말로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는 것이 鬪이며,완력이나 무기로 서로 겨루는 것도 鬪이다. 鬪爭(투쟁) 戰鬪(전투)의 鬪가 그러하며,鬪詩(투시)처럼 우열을 겨루는 것도 鬪라 한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