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에서 온 이를 먼저 맞으라
菩 薩 心
미황사를 찾은 이들, 우리의 만남이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면 어떤 도움들 주어야 할지 마음이 쓰이고
그렇게 하루가 금세 가버린다. 그들은 아마도 벼르고 별러 이 여름,
간신히 시간을 내어 땅끝마을까지 찾아왔을 터이다.
그 생각에 이르면 한 사람 한 사람 '무겁게' 만날 수밖에 없다.
물론 내 공부의 덕화가 그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땅끝마을이라는 지역과 천 년 도량이 주는 덕이 그들의 수행을 돕는 것이다.
거기에 비단 위에 꽃그림 하나얹듯이 친절한 말 한마디와 웃는얼굴이 평안함을
더해 줄 터이다. 몸이 조금 피곤하면 모른 척하고 쉴까 하다가도 밥 얻어먹으며
이 좋은 곳에 살면서 그것도 못 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싶으면 벌떡 일어나게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60세가 될 때까지 대중스님들과 똑같이 생활하다가
제자들의 권유로 시봉을 받게 되었다. 대중들이 부처님 시봉 제자로
추천한 아난 존자는, 부처님께 원하지 않는 것 네 가지와 원하는 것
네 가지에 대한 다짐을 받고서야 시봉을 맡겠다고 했다.
그 내용 중에 "멀리에서 부처님을 뵙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먼저 만나기를
원하면 언제든지 만나주십시오,"라는 대목이 있다. 부처님 곁에 있는 이들은
늘 깨달음의 모습을 보고 법문을 들으며 수행할 수 있지만, 먼 곳에서 찾아온
이들을 가까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부처님을 뵙지 못하고 돌아가곤 했다.
사람들에게 늘 유익함을 주고 싶어 했던 아난 존자의 보살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멀리에서 온 분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이 이야기를 마음속에 되새긴다.
물흐르고 꽃은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