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아일랜드 출신 배우 "피터오툴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카데미영화상 후보에 7번이나 올랐으나 한번도 수상의
영예를 못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로드 짐"등에서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와
깊고 푸른눈으로 유명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나
"로드 짐"은 그리 잘 알려진 영화가 아닌것 같다.
"로드 짐"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사원에서 로케이션한
죠셉콘트라의 작품으로 나는 "로드 짐"을 20대중반에 중앙극장에서
보고 큰 감명을 받은적이 있다.
로드 짐(짐 추장님)」은 해양 생활, 또는 해양을 배경으로 한
많은 명작들을 저술한 조셉콘라드의 작품으로 줄거리는
젊은 항해사 짐은 배가 충돌할 때 자기도 모르게
승객들을 버려두고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배는 침몰을 면한다.
짐은 치욕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배를 떠나 말레이 반도의
원주민 마을에 들어가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그는 끝내 마음속에 도사린 치욕감을 버리지 못하며,
이 때문에 결국 백인 악당에게 속아 비명의 죽음을 당한다는
줄거리이다.
이소설도 여타의 해양모험 소설과 마찬가지로 미지의 세계에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잇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죄의식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깔려 있으며,
고도의 상징성을 활용한 20세기적인 소설로 평가된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 로렌스'는 전세계 평단으로부터
'생각하는 인간의 서사시'란 평을 받은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광활한 사막의 풍광을 70mm화면에 잡아내 보여주는 장관은 지금봐도
불가사의할 만큼 강력한 시각적 호소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영화의 진짜 장관은 스펙터클 이면에 심어놓은 로렌스라는
특이한 전쟁영웅의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낸 드라마에 있다.
수에즈 운하의 지배권을 두고 영국군과 터키군이 치열하게 대결하던
1918년 중동. 전선의 변화를 노리던 영국군은 아랍군의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고고학자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를 파견한다.
그는 분열된 아랍군을 통합하고 2년여의 전투끝에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한다. 그러나 아랍의 독립을 논의할 시점이 되자
영국을 비롯한 열강은 밀담을 통해 아랍분할 통치계획을 세운다.
상부에 항의하고 아랍부족들에게도 단결을 호소하는 로렌스.
하지만 영국에겐 적성분자로, 아랍에겐 배신자가 되어 버린 그에겐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로렌스는 아랍인들의 이익을 진심으로 염려한 이상한(?)
제국주의자였으며 사막에서 낙오한 아랍병사 구출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불사했지만 한편 적에게는 한없이 포악해지기도 했던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였다.
린은 이런 그의 내면을 격렬한 전투장면이나 감상적 멜로드라마를
통해 전달하지 않는다.
사막의 황혼에 어른거리는 로렌스의 그림자만으로도 그의 고뇌가
절절이 노껴지도록 연출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