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21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21 삼류 작가의 메모
마치 봄 날씨 같은 따뜻한 1월 저녁, 신쥬크의 레스토랑 빌딩의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한 쌍의 남녀와 조우했다. 여성은 35, 6, 아니면 이미 40 가까이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보기에는 '주부'라는 느낌의 갈색의 타이트한 투피스를 입고 고급 핸드백을 들고 있다. 머리 모양은 부풀려 올리고, 방금 화장을 한듯, 로션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외모는 평범한 편으로 가정주부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남성은 일반적인 일본의 샐러리맨 타입이다. 감색의 정장에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있다. 얼굴은 사각형과 원형의 중간 쯤으로, 통통한 체격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검은 가방을 들고 있다.
한 순간에 이 만큼을 눈에 담을 수 있은 것은, 이런 대화가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말로,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정말, 그래요..? 나는 몰라보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금방 알아 봤어요." "그랬어요? 다행이다..."
귀에 들어온 대화는 그것 뿐이다. 여자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두 사람은 내렸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남자가 앞서서 그곳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삼류 작가의 직업의식이랄까, 습성이랄까, 바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저들은 몇 년 만에 만난 고교시절, 혹은 중학시절의 동급생이다. 어떤 일로 두 사람 모두 지방에서 도쿄로 온 것을 알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일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은 그 옛날, 서로 좋아했던 사이였을 지도 모른다. "혹시 못 알아보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금방 알아 보았어요." "그랬어요? 다행이다..." 라고 하는 말에서 여자 쪽이 더 옛날의 좋아했던 감정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그것은 옆에 타인이 있다는 것을 잊은 듯한 조금 들떠 있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 둘은 이제부터 식사를 하면서 추억 이야기에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공통의 추억은 헤어져 있던 세월의 간격을 훨씬 줄여 줄 것이다. 그래서 옛날의 감정이 되살아날 것이다.
"그 때가 그리워..." 라고 그녀는 반복하여 말한다. 그리움 속에서 새로운 사랑 같은 것이 싹트고 있다. 남자는 그것을 감지한다. 남자 쪽에도 사랑이 싹틀까? 아니, 그녀에게는 안된 애기지만, 남자에게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아무래도 그녀가 '아줌마풍'으로 보였기 때문이어서 일 것 같다. 그래서 남자의 옛날의 꿈은 깨어져 버리고만 것이 아닐까?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라고 인사치레로 말했지만, 그것은 본심인가, 혹은 쇼크를 숨기기 위한 순간의 인사말인가, 아니면 그녀는 옛날부터 '아줌마풍'의 소녀였는지. 만약 이것을 소설로 쓴다면, 어느 쪽으로 할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내 취향으로는 두 번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소설은 흥미롭지 않게 된다. 나의 소설은 나의 짓궂은 전개로 재미를 북돋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가 짓궂지 않고 로맨틱한 인간이었다면, 이 이야기의 시작부터 우아하면서도 궁색한 러브스토리로 전개되겠지만, 나는 그런 전개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는 시부야의 돈까스 가게에 들렸다. 영화를 본 후 돌아오는 저녁 무렵이었다. 나는 각별히 돈까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녁 식사 때라 다른 가게에는 자리가 없어, 자리가 빈 그 돈까스가게에 들어간 것이다.
왠지 내가 돈까스 가게에서 돈까스를 먹은 것은 생각해 보니 태어난 후 두 번째이다. 한 번은 친구가 어떤 돈까스 가게의 할인권을 가지고 있어, 그걸로 얻어 먹었다. 30년이나 전의 일이다. 그런 것을 떠올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점내는 넓지만, 테이블의 간격을 좁혀 많은 손님을 수용할수 있도록 만들어진 대중 취향의 가게이다.
바로 오른쪽 옆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곳에 대학생풍의 남녀가 마주보고 돈까스정식을 먹고 있다. 두 사람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시대의 동급생으로 우연히 만난 것 같아 보였다. 옛 친구들의 뒷이야기를 차례로 말하고 있다. 그러는 중 청년이 말했다. "맛있어? 이 돈까스..." "응, 맛있어..."
소녀는 짧게 대답하고 다음 이야기에 들어 간다. 내 생각에는 "맛없어, 이 돈까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맛없는 돈까스다. 기름도 별로고 돼지고기도 별로이다. 양배추 채도 별로이다!
두 사람은 또 ×쨩은, 라든지 ○씨는, 라고 하는 이야기로 되돌아 왔다. 청년은 공기밥 한 그릇을 추가했다. 소녀는 거의 접시의 밥을 먹지 않았다. 돈까스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은 수다에 열중해서일까, 맛이 없어서 일까. (나는 어쩌면 후자 쪽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잠시 후 청년은 또 이야기를 끊었다. "그거, 맛있어?" "응 맛있어" "정말 맛있어!" "맛있어..." "그래? 다행이다" 안심한 듯이 말했다. "이 돈까스 정식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야. 돈이 있을 때라든가, 뭔가 힘을 내고 싶을 때는 여기에 온다." "그래?"
소녀는 가름한 얼굴의 수재형이다. 청년은 앉아 있어도 땅딸막한 체형의, 피부가 검은 편의 남자다. 이 돈까스 정식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뭔가 힘을 내고 싶을 때는 여기에 온다는 그 말에 나는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 그는 그녀를 만나 '힘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그녀를 옛날부터 좋인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래도 의리로 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비록 의리라고 해도 "맛있어"라고만 하지 말고 "음, 맛있어-, 매우!" 라고 힘을 넣어 대답할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땅딸막한 청년을 위해 의분을 느낀다. 그녀가 '맛있다'라고 밖에 말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돈까스가 맛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탓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작년의 메모장 속에서 이 두 개의 짧은 메모를 발견했다. 그 엘리베이터의 남녀, 돈까스 가게의 두 대학생.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때의 만남이 지금도 그들의 삶 위에 무언가의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밀려왔다 쓸려가는 해변의 물결에 휩쓸려 가버리는 조개껍데기나 쓰레기처럼, 흔적도 없이 의미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