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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펩시 사이에서 닥터 페퍼가 살아남는 법
동네의 인기 음료였던 닥터 페퍼는 어떻게 미국 전역, 아니 세계까지 진출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 열린 ‘만국박람회’에 닥터 페퍼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세상은 코카콜라도, 펩시도 지금처럼 당연하게 엄청났던 시절이 아니었다. 수백, 수천의 지역 탄산음료들이 있었던 시기다.
만국박람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닥터 페퍼의 맛에 열광했고, 2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음료는 제대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 드디어 성공적인 전국 진출을 하고 탄산음료의 왕좌를 차지하… 는 일은 없었다. 코카-콜라와 펩시가 너무 커버렸거든. 하지만 닥터 페퍼는 그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 탄탄한 매니아를 남길 수 있었다.
코카콜라에서 닥터 페퍼를 견재하기 위해 ‘Mr.Pibb’이란 음료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후 닥터 페퍼는 유럽과 아시아, 남미, 호주 등 전 세계에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남기게 되었다. 한국에는 1980년대에 처음 모습을 선보였다.
음료계의 평양냉면, ‘닥터 페퍼 증후군’을 아시나요?
닥터페퍼에 과몰입한 닥터페퍼…
어떻게 보면 ‘코카콜라’와 ‘펩시’가 너무 유명해져 버려서 ‘닥터 페퍼’가 매니아틱한 팬덤을 얻었다. 두 콜라의 맛과 다르게 독특한 향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 닥터 페퍼는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맛이 나는 콜라로, 누군가에게는 향긋한 향이 느껴지는 콜라로 기억이 되었다. 첫 번째 경우의 사람은 닥터 페퍼를 다시 마시지 않지만, 두 번째 경우의 사람은 닥터 페퍼를 열렬하게 변호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닥터 페퍼 증후군’이다.
인터넷에서는 닥터 페퍼 증후군을 ‘인기 없는 닥터 페퍼를 마시며 남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병’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마시는 사람만 마시는 음료지만, 이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독특함’과 ‘개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자신의 선택이 대중과 달라도 개의치 않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를 채용할 때 역량이 비슷하다면, ‘콜라 중에 뭘 좋아하냐고 묻고’ 닥터 페퍼라고 말한 사람을 뽑았다는 사장의 인터뷰도 있었다(자신은 코카콜라를 좋아하지만, 사람은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다). 닥터 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것 같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음료 관심법 아닌가?
이런 논란과 이야기가 닥터 페퍼의 팬심을 똘똘 뭉치게 만든다. 대중문화에서도 닥터 페퍼를 다루기도 했지만, 서브컬처로 정점을 찍은 것은 텍사스주 알링턴에 살던 ‘엘리자베스 설리번’ 할머니가 104세 때 한 인터뷰였다.
콜라 계의 명언을 남기신 설리번 할머니
저는 닥터 페퍼를 하루에 3캔 마십니다. 의사들은 ‘그 음료가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지만, 그렇게 경고한 의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우.
이분의 닥터 페퍼 사랑은 인터넷에 퍼지게 되었다. 닥터 페퍼 스내플 그룹 회장은 할머니의 생일에 닥터 페퍼 캔 모양 케이크를 선물했고, 106세에는 역대 최고령 메이저리그 시구자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료의 특징은 무엇일까?
세상에 닥터 페퍼보다 맛있는 음료는 많다. 하지만 닥터 페퍼의 매력은 맛에서 그치지 않는다. 닥터 페퍼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모여 닥터 페퍼를 마시는 나를 정의해준다. 오랜 시간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음료에는 ‘체리향 콜라’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원문: 마시즘
첫댓글 닥터페퍼 예전부터 하도 맛있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사먹는다 하는데도 희한하게도 한번도 못먹어봤네요, 이거 마셔본 사람 있는지요?
맛있어요~ 예전 커피숍에서 자주 마셨는데
그렇군요
스우파 보다가 노래에서 ‘닥터페퍼’ 처음 들어봤는데 이게 음료인지 오늘 처음 알았네요 ㅎㅎ 오늘 꼭 사먹어봐야겠어요 맛이 너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