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토지 안에 땅 값보다 비싼 수억 가치의 나무가 있을 수 있다
“땅에 있는 소나무들이 실제로 돈이 되나요?”
토지에 대해 컨설팅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언론 등을 통해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의 나무가 있다고 듣고 그런 나무들이 있는 땅을 샀을 때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거래는 되는 지가 궁금한 것이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토대로 재미있는 재테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알아보겠다.
우선 공식적인 조경수의 가격을 살펴보자. (사)한국조경수협회는 지난해 조달청에서 고시됐던 가격을 준용하고 추정해 조경수 가격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소나무를 기준으로 보면 수고와 수관폭에 따라 13만원(식재비 별도)부터 1500만원까지 다양하다. 한 땅에 수고 10m 이상의 소나무가 3~7그루 정도 있다면 나무 값만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나무들이 쉽게 거래되고 있을까?
소나무의 경우 상황에 따라 법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반출을 해당 관청에서 허가 받아야 한다. 또한 수요자를 쉽게 찾기 어려워 사실 개인 간 거래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들의 집 마당에 심는 정도의 나무는 더욱 팔기 어려워 수송비만 직접 내면 무료로 분을 떠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조경수를 심을 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막상 팔 때는 사실상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꼭 맞는 생각은 아니다. 개인 간 거래는 드물지만 분명 수 억원 대의 거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나무들은 나이, 수고나 수관폭과는 관계없이 그 모양이나 개성에 따라 한 그루에 수 천만원 이상의 금액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크지는 않지만 모양이 특수해서 비싸게 매입한 나무들도 상당히 많다.
개인들이 조경수를 거래할 일도 분명 있다. 땅을 사고 집터를 닦기 위한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업자들 사이에 좋은 나무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 먼저 자신에게 팔라는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조경수들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나무 한 그루, 두 그루를 사고 파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토지’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런 나무가 내가 산 땅에 있고 조경수들을 볼 줄 아는 안목치수만 있다면 주변 땅값 시세보다 나무 값이 더 비쌀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번 칼럼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다. 먼저 있는 그대로 땅의 가치를 보는 데 있어 이런 자연 소나무들이 시세대로 땅을 산다는 개념보다 오히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 보다는 의미 있는 ‘자연’이 주는 가치가 크다. 토지를 매입하고 집 터를 닦는 과정에서 공사에 방해되고 토목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가치 있는 나무들을 죽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집을 다 짓고 나서는 다시 조경수들을 사서 심는다.
‘땅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말에는 나무들을 사고 파는 경제적 접근 뿐 아니라 진짜 가치를 알고 자연훼손을 줄이자는 의미가 더 크다. 땅을 정확하게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면 자연 속 나무를 죽이지 않고 집과 조화를 살려 공사를 해 나만의 땅과 집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작은 조경수들을 다시 사와서 심었을 때 보다 기존 자연이 주는 심리적, 미적인 안정감과 행복감이 더 클 것이다. 실제로 이런 자연친화적인 전원주택들이 환금성이 좋고 재테크 역할도 충분하다는 것을 수년간 토지와 전원주택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면서 경험했다.
스포츠서울,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