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친구’란 고립을 극복한 중장년을 대상으로 치유활동가로 양성하는 사업이다. ©엄윤주
사회적으로 고립 상황을 극복한 시민들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나섰다. 지난 6월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에서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사회적 고립가구였던 40~60대 중장년 시민들이 지난 4월부터 역량 강화 교육을 이수하고, 이날 수료식 행사에 참여하며 ‘모두의 친구’ 활동가로 나선 것이다.
‘모두의 친구’란 사회적 고립 상황을 극복한 중장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해 같은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들를 위한 치유활동가를 양성하는 사업을 말한다. 올해 첫 시범 사업으로, 수료 인원은 17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치유활동가로 지역의 사회적 고립가구를 방문하고 관계를 형성해 고립가구 소통에 앞장서게 된다.
고립가구에서 치유활동가로 변신한 '모두의친구' 수료식이 개최되었다. ©엄윤주
올해 '모두의 친구' 수료생은 17명이다. ©엄윤주
‘모두의 친구’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되었다. 자치구, 동주민센터, 지역사회복지관과 협력하여 대상자 선발 과정이 선행되었다. 대상자들은 6월까지 총 8회의 교육 과정을 거쳤다.
자기 소개를 통한 관계망 형성 첫 번째 수업을 시작으로 감정 표출 연습 등 심리적 치유와 회복 과정을 거쳐 공감, 경청과 관련한 대화 방법도 습득했다. 그런 과정의 결과인지 수료식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은 과연 이들이 과거 고립가구 대상자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밝고 화기애애했다.
수료생들은 고립 상황을 극복한 40~60대 중장년 시민들이다. ©엄윤주
관악구에 거주하는 정영택 씨도 수료생의 한 명으로 지역에서 ‘모두의 친구’ 치유활동가 활동을 앞두고 있다.
고립을 넘어 고립가구 치유활동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는 제게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이 겹치며 고립과 단절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다행히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신림종합사회복지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모두의 친구’ 활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육 과정 동안 내 생각을 표현하고,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방식으로 감정을 풀어가는 학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비폭력 대화를 통해 공감과 경청하는 법도 배울 수 있어서 의미 깊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정영택 씨도 과거 고립된 생활을 보낸 적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모두의 친구’ 활동을 앞두고 있다. ©엄윤주
“치유활동가 활동을 앞두고 저 스스로도 기대가 무척 큽니다. 한편으로 치유활동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도 앞서지만, 일단 제 자신이 고립에서 치유를 받았던 당사자로서 고립 대상자들과 솔직한 대화나 경험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저와 같은 또 다른 고립가구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 하루 속히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힘찬 포부도 밝혔다.
참여자 중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갑자기 목소리가 변하고 발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출을 꺼리게 되면서 고립을 선택한 사례자도 있었다.
이번 ‘모두의 친구’ 대상자를 40~60대의 중장년층으로 정한 이유는 시범 사업을 거쳐 활동하게 되는 치유활동가를 향후 사회적 일자리로 제공하려는 취지도 있다.
총 8회의 치유활동가 양성 교육을 마치고 받은 '모두의 친구' 수료증 ©엄윤주
수료식에는 치유활동가로 변신한 참가자들의 교육 과정을 담은 영상과 그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심리적 치유 과정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과 긍정적 자아 형성을 위한 소금색 입혀 담기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소금은 이제까지 힘든 과정을 정화한다는 의미를 담은 소재로, 흰 소금에 색을 입혀 알록달록해진 색감들이 밝아진 참가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마치 세상과의 소통의 시작을 나타내는 신호 같기도 했다.
색소금병 등 수료생들의 교육 과정 작품들 ©엄윤주
고립가구 당자자에서 고립가구 치유활동가로 변신한 교육 과정을 담은 영상 ©엄윤주
최근 1인가구가 빠르게 늘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사회적 고립 위험에 처한 가구가 늘었다.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화되며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현상도 크게 늘고 있다. 고립가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에 처하거나 고독사 등 위험에 빠지기도 쉽다.
서울시는 2022년 서울시복지재단 내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두의 친구’ 외에도 접촉을 거부하는 고립가구의 마음의 문을 여는 ‘접촉활동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복지기관 30개소와 함께하는 ‘잇다+(플러스)’ 사업을 통해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고립가구를 알고 있는 복지 분야 종사자·지역 관계자 등 누구나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로 상시 접수할 수 있다. 시민들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는 주위와 이웃·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서울시복지재단 내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고립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엄윤주
다른 곳과의 왕래나 교류가 없이 홀로 떨어짐을 뜻하는 '고립'은 왠지 단어에서도 스산함이 감돈다. 수료식 말미 소개된 <서로에게 기대어 보기를>이라는 시에는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에 전문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이라는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고립 당사자에서 이제 자신과 같은 고립가구를 세상과 소통하게 하기 위한 치유활동가로 나선 ‘모두의 친구’들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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