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30 갈릴래아를 가로질러 갔는데,
예수님께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31 그분께서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기 때문이다.
32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33 그들은 카파르나움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집 안에 계실 때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하고 물으셨다.
34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하였기 때문이다.
35 예수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열두 제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36 그러고 나서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37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르코복음 9,30-37)
- 매일미사 2024.9.22(일) https://missa.cbck.or.kr/
제자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은 자주 우리에게 위안을 줍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 다툼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함께 읽으면,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 사람인지를 두고 다툰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들의 행동은 야고보서에서 말하는 평화롭고 관대한 자비와도 거리가 멀고, 평화 속에 심어진 의로움의 열매도 아닙니다(3,17-18 참조). 싸움과 다툼, 분쟁은 욕심 때문에 일어납니다. 시기는 살인까지 불러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바라는 바를 얻지도 못합니다.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 사람인지 논쟁하였을 때, 그들은 위에서 오는 지혜에 따라 행동한 것이 아니라 분쟁을 일으키는 욕정에 굴복한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를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있는 그림들에서 어린이들이 매우 예쁘게 그려져 있지만, 사실 복음에서 말하는 어린이들은 율법을 지키지도 못하고 아무 능력도 없는 이들입니다. 나이가 어린 어린이만이 아니라, 제자들의 공동체 안에서 무능력한 이들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사람이 누구인지 물을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이들을 받아들이라는 말씀입니다.
더 나아가서 지혜서에서 말하는 온유함은 박해자들 앞에서 모욕과 고통을 견디는 인내입니다. 박해자들을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죽임까지 당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녀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이의 종이 되는 것, 여기에서 그가 예수님의 제자임이 확인될 것입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학교),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4.9.22 오늘의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