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평형 -이한채
평형
-이한채.
길가에서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나무
흔들릴 때마다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움켜잡을 수 있는 세상일이 없지만
균형은 빈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일이다
늘 위태로운 길가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려가고 있는 순간 쥐고 있는 균형을 잃을 수 있다는
대인의 공포증, 아니, 사는 일이나 신념이나
자주 휘청거렸다
길가에서는 외다리로 평형 유지가 편하다는 것
위태로운 자세지만 보이지 않는 발바닥이 넓어
결코 비관의 자세가 아니다
흔들림은 홀로서는 미래가 열리는 균형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공전으로 태어나 자전하다 좌우를 무한히 섞으며 거들먹거리고
비틀거린다는 것은
무아의 균형이라 굳게 믿으며
[프로필]
이한채 : 연세대 경제대학원, 월간 모던포엠 신인상, 시인촌 동인
[시감상]
흔들림은 홀로서는 미래가 열리는 균형이 될 수도 있다. 갓 돌 된 아기가 걸음마를 처음 시작할 때 뒤뚱뒤뚱 그가 균형을 잡기 시작할 때 비로소 세상은 열리는 것이다. 시가 그렇다. 비틀비틀 위태할 때가 가장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직한 걸음의 보보에는 그 그늘에 위태로운 비틀이 존재하는 것처럼. 삶에는 적당한 간격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