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축구계가 어려운 때일수록 팬들이 가장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팬들은 끝까지 경기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뒤숭숭한 가슴을 안고 광명시민구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대가 올시즌 들어 신기하게도 홈보다 원정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기에 상대가 권역 2위의 광운대이긴 했어도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선수들은 그런 저에게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보답했습니다.
저번 주 홈경기 한라대전에서 보여주었던 박수가 절로 나오게 하는 화려한 경기력은 7일만에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어제까지 학교 축제여서 선수들이 너무 신나게 노느라 오늘 비실비실대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도 버리고 최선을 다해 훈련한 결과가 이거라면 그거야말로 절망적일 것입니다. 선수들끼리의 콜도 없이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이 너무 많이 보였고,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엔 대평원만한 뒷공간이 계속 생겼고, 수비수들은 걷어내기에 급급하다 못해 걷어내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재공격을 허용했고, 미드필더들은 반칙하기에 바빴고, 공격수들은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없었습니다. 한라대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던 21번 서완택 선수마저 공도 없이 그저 뛰어다니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킥오프 후 10분도 안 되어서 스코어는 3-0이 되어 있었고, 전반에만 8골, 후반 30분경까지 4골을 더 내주었습니다. 도저히 더 지켜볼 수가 없어서, 선수들에게 미안한 줄 알면서도 그 뒤 경기는 보지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래서 스코어는 아마 12-0보다 더 벌어졌을 것입니다. 서울대가 선전을 했다면 기분좋은 마음으로 이후 이어질 동국대와 수원대의 경기까지 관전했을 텐데, 기분이 불편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광운대는 1,2학년 후보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김륜도, 곽해성, 박형순 등의 플레이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U리그가 제법 리그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박형순 대신 골문을 지킨 강훈 선수는 2학년, 라울의 98월드컵 나이지리아전 골을 연상시키는 멋진 왼발 발리슛를 꽂아넣은 정기운 선수는 1학년, 정기운과 함께 공격을 이끈 이한음 선수는 2학년이었습니다. 이 저학년 선수들과 기존의 주축 선수들이었던 조호연, 오창현, 김남춘 등이 섞여 경기를 뛰었음에도 상당히 짜임새돋는 조직력을 보였습니다. 광운대가 지금도 대학축구의 강자이지만 오늘 경기를 뛴 1,2학년 선수들이 성장하면 전력이 또 얼마나 더 강해질지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첫댓글 광운대도 축구에서는 명문이죠.. 설기현도 나왔고.. 어쨌거나 서울대의 축구는 흥미롭습니다. 축구부 전원이 전문 축구선수도 아닌데 멋지죠.
1명 있다던데요;;아닌가;; 다른학교던가;;
선출 총 3명입니다~ 5번 '송준섭'형(4학년) 기성용과 같이 호주에서 축구했던 형이구요, 30번 '정명진'형 (3학년) 서울체고 선출이구요, 28번 김현(1학년) 경희고 선출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일반 체교과 재학생들입니다.
오 저도 김현 선수만 선수출신인줄 알았더니 두 명이 더 있었군요... 송준섭 선수가 고려대전 골 넣은 선수 맞지요? 정명진 선수도 경기 볼 때마다 눈에 띄던데 선수출신이었군요.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네 준섭이형이 고려대전에서 헤딩골 넣으셨습니다~ 선출이 3명이나 있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게임인지라 차이가 좀 나네요 ㅠ ㅋㅋ
서울대 축구부 선수입니다. 창피해서 등번호는 몇번인지 말씀 안드릴게요ㅠㅠㅋㅋ이번에 교생 실습나간 4학년 형들이 모두 불참하게 되어 걱정은 했었는데, 이정도 일줄은 몰랐네요ㅠ 저를 포함해서 평소 경기를 못뛰던 벤치 멤버들이 경기를 뛰니까 팀 밸런스가 하나도 안 맞더군요...진짜 경기 뛰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ㅠㅋ 아 저도 매주 훈련 열심히 하는데 체력, 실력 둘다 늘지를 않는것 같아 괴롭네요..ㅠ 서울대 경기 직관 많이 오시는 것 같은데, 응원 항상 감사드리구요..다음주 부터는 4학년 형들이 교생실습 마치고 모두 정상적으로 참여 가능할 것 같으니 더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ㅠㅋㅋ
서울대생이신가보군요.....열심히 하는거 보기 좋아요..
설대는 공부나 해라..<=요런 비아냥 무시하시고...열심히 해주시길..
서울대 정말 멋집니다. 힘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경기 보고 걱정이 많았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것도 모르고 함부로 글 쓴 것 사과드립니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고 너그럽게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사실 올 시즌 시작해서 경기 관전하면서 오늘처럼 실망한 경우보다, 의외의 선전에 깜짝깜짝 놀라고 감탄하고 즐거워한 기억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 실망이 커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못하고 성급하게 글을 써 버렸네요. 다음주부터 다시 멋진 경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
아니에요~ 사과하실 것까지야...^^ 응원 다시한번 정말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는 더 잘하겠습니다 ㅎㅎ
광운대 고3때 갔을때는 모래운동장이였는데. 바꿨구나..
공부도 잘 하시고...운동도 잘 하시네요...ㅋ
어..광명시청 에서 열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