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객센터(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상담원들이 통화를 하다가 "야 윗사람 바꿔!" 이러면 출동하는 사람이죠..
오랫동안 고객센터에 근무하다 보니, 각양각색의 고객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 중 소위 "진상고객"인 분들도 더러 있으시구요.
별 이유도 없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정기적으로 욕을 해 주시니
배부를 따름입니다.
저처럼 무덤덤하게 넘기면 이 일이 그닥 힘들지 않은데, 심한 욕설을 하시는
고객으로 인해 어여쁜 우리 상담원들은 상처를 많이 받는답니다.
대다수의 상담원이 여자이다 보니까, 그 욕설이 성적인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부모님에 대한 욕이면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어지죠.. 울기도 많이 울구요~
지금 소개해 드리려는 분은 상담원을 괴롭히는 최고봉의 진상이에요..
맨날 전화합니다. 머 특별한 문의도 없습니다. 이미 본인도 다 알고 있는 사항을
무조건 전화해서 물어보다가, 욕하다가, 욕하다가 윗사람 연결해 달라고 하고,,
늘 반복입니다.
처음에는 욕설이 순진했죠..
하는 욕이라곤 " 야 이 18년아~ " 머 이정도야,, 거친 남자분들 흔히 하는 욕이니
그러려니 참을만 했죠.. (--)
작년에는 욕설이 신선했어요.
"야 이 똥년아!!!! " 그때 당시 베토벤바이러스 김명민님께서 한참 똥떵어리를
외칠때라 드라마보시고 감명받아 우리 상담원들에게 말해주셨나봐요.
귀여웠죠.
근데 요새들어 우리 고객님이 달라졌어요. 욕설이 좀 세졌어요. 야해졌어요.
"야 너 남자 풋고추(많은 분들이 보시는 게시판이라 순화시켰음) 빨아봤냐?"
"야 너 남자 청양고추(순화중 ^^;) 털 몇개인지 알어?"
... 이게 뭔가요?....... 요새 야동을 보시는 건가요..?
우리 상담원들 심히 충격받고 아무말도 못하고 분해서 울고 있는데
그참, 안돼보이더라구요..
근데 더욱 곤욕인건, 저희가 고객들보다 먼저 전화를 끊을 수가 없어요.
우리 고객님 전화도 안끊어 주시고 주구장창 욕하고 계시네요.. 흑흑
전화비가 안아깝냐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실텐데,, 우리 고객님 짱이네요.
대표번호 놔두고 080무료 전화로 전화주셨네요.
시간도 많으신가봐요. 심심하면 맨날 전화하세요.. (ㅠ.ㅠ)
전화해서는 머,, 부끄부끄하게 계속 성적인 욕설 하시구요~
참고로 저희 고객센터에 남자 상담원분들도 있는데 남자상담원이 받아서
첫인사만 건네도 우리 고객님 전화를 그냥 끊어버립니다.
꼭 여자 상담원이 연결되기를 기다렸다가 욕설하시네요. 챗 (- -+)
욕설이 심해지시거나, 전화를 안끊으시거나, 상사 연결을 요구하면
제가 전화를 이어받습니다. 속은 쓰리지만, 어쩔 수 없이 '죄송하다' 사과드리고
바짝 엎드리죠.. 흐.. 저한테두 욕을 하시네요.
"야 너 남자 오줌은 먹어봤어?"
전 그런 말에는 별로 동요하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그런말 다 들어드리고
죄송하다, 양해를 구한다 했죠,, 제가 상처받지 않으니까 고객님은 당황하셨나봐요.
"너 전과자지? 너 지명수배되었지?" 라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상냥하게 웃으면서 대답해 드렸지요.. "전과자 아니에요 ^^" 살랑살랑 예쁜 목소리로
말씀드리니까,, 삐치셨는지 끊으시더라구요..
그 이후부터 고객센터에 전화해서는 매번 저를 바꿔 달라십니다.
우리 상담원들한테는 아직까지도 계속 욕을 하시는데 이젠 저에게는 욕을 안하세요.
아무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에게......
반하신 것 같습니다. ^^...
저의 담대함, 성적인 욕설에도 흔들리지 않는 도도함, 사람의 마음까지 녹이는 애교,
얼음같은 매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아우라???
제가 머 이정돕니다.
심지어는 저에게 "화 내서 미안하다" 이런 말도 하시더라구요.
헉!!!! 이런건 연인끼리 다투고나서 하는 말 아닌가요..? 이게 뭔가요...
요새도 저를 계속 찾으십니다.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지어는 제가 휴가이거나 퇴근한 경우에는 저를 찾다가 없다고 하면
그냥 끊어버리신다고 하네요.. 흑흑
부담스럽습니다 .. ㅠㅠ
"절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절 잊으세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려야 하는 걸까요?
저희 회사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잘해보라고 놀립니다.
저도 뭐. 생각을 안해 본건 아닙니다만,ㅋㅋㅋㅋㅋ
그분 청량고추 털 몇개인지 세어드릴 자신이 없어서, 잘 해 볼 엄두가 안나네요..
혹자는 제 사진을 그분 메일로 보내라고.
그러면 다시는 전화 안할꺼라고 하는데요.
제사진 그 고객님께 보내 드리면, 상담원들에게는 욕을 안하고
저에게만 조홀라 욕을 해대실까봐 그것도 어렵겠네요 ^^ㅋ
저는 어떡하면 좋아요!~!!?!?? 아무래도 저를 사랑하나봐요~~~~ 흥//
같은 동종업계에 일하는 사람으로 글쓴이가 대단한거같아 올리네요..
첫댓글 .. 어느 회사 팀장님이십니까? +_+ 노하우를 좀 전수받아야할듯;;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