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전철이 막 도착한 지하철역 계단
사람들이 우루루 얼추 다 내려가고 나만 오른다
중간 쯤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께 짓밟힌 자그마한 쓰레기 하나가 당그러니 놓여있다
무심코 집어들고 버리려다 보니
희끄무리한 천의 손지갑이다
똑딱단추가 열려있어 내용물도 다 보이고
현금 지역화폐 여러장의 카드 명함 등등
참 많이도 들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무원께 맡기면서
나의 핸폰번호도 적어 주었다
행여 주인을 못찾을까 봐
다행히도
이튿날 중년여성인 듯한 지갑주인께 전화를 받았다
얼마나 놀랬을까
감사의 인사를 연신 반복한다
나 역시
걱정과 조바심에
애태웠던 마음이
순간 안도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며
과일을 사서 역사에 맡겼고
역무원께선 빨리
과일을 가져가란 통보전화가 왔다
그런 인사치레란
한사코 마다했는데
왠지 미안코
차라리 그 녀를
만났던들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두를 위해 무더위에 수고하시는 역무원
들께 감사드리고
과일은 나누어
드시라며 전화를 놓았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이러한 일들을 많이도 경험했다
내 것을 잃고나면 당황하다 그만이지만 습득물은 철저히 찾아주려 노력한다
현금같은 습득물은 곧 바로 신고해도 늘 헛수고란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참 좋으네
난생 첨 나의 습득물이 주인을 찾았다니
또 한 그날
병원 내 옆자리에 앉았던 중년남성이 핸폰을 깜빡 잊고 나갈 때 일러주니
넘 고맙단다
다들 무더위에 지친 탓일까
길을 잃고 헤매고
지하철 방향감각을 잃고
여러모로
웃픈 현실이다
입추 지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한여름일까
기후변화가 무지하게 무섭네
에어컨도 별 볼일 없는 칠월 중순 자정 쯤
이 몸도 무더위랑 씨름하다
잠결에 낙상하여 아직도 병원 신세라오
다들 하루 빨리
이 무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길
학수고대 하겠지
기다리지 않아도
때 되면 여름가니
그 때 까지 모두들
잘 버텨야 하리라
살아남는 자가 용기있는 사람이라니
-끝-
2024년 8월 18일
첫댓글 아주 멋진 좋은 작품 감명 깊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무더위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