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주말에 재방송분 함께 보며 균형잡힌 인식 갖게 ㆍ보는시간 약속 등 규칙 만들어 절제심 길러줘야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학부모 이상미씨는 “요즘 TV 켜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딸이 눈을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드라마 내용 때문에 나쁜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지만 또래들이 다 본다고 하니 무작정 못보게 할 수만도 없다.
서울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김혜경 회장은 “특별히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다면 부모가 함께 TV를 보면서 적절히 지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드라마 내용에 대해 균형잡힌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유한 꽃미남들의 학교생활, 성폭력, 왕따, 자살기도 등 선정적인 소재들을 아이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일단 내용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충분히 듣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판단토록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예컨대 ‘학교에서 친구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따돌리는 진짜 이유는 뭘까’ ‘만약 네가 저 상황이라면 너는 어떻게 하겠니’라고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아이들끼리의 TV 시청은 되도록이면 자제하도록 하는 게 좋다. 정 아이가 보고 싶어한다면 주말 재방송분을 함께 보도록 한다. 아이에게 “아, 이런 프로그램은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함부로 보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부모는 TV를 시청하면서 아이에게는 못보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마련이어서 몰래 TV를 볼 수도 있다.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빈부(貧富)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영상매체에 나온 내용과 자신의 생활 사이에 괴리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부모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청률을 의식해 ‘자극적’으로 가공된 내용이라는 점을 아이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좋다.
‘인스턴트’ 식품 같은 TV만 접하면 아이들은 현실감각이 불균형해질 수 있다. 독서나 삶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매체를 자녀가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삶의 가치관을 알려주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아이는 TV 드라마 내용이 삶의 여러 모습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TV 프로그램 시청에 관한 ‘규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에게 ‘절제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오늘은 이 프로그램을 포함해 1시간30분 보는 걸로 약속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TV를 네가 직접 끄도록 약속하자’라든지 ‘오늘은 동물다큐와 뉴스를 보기로 했으니 끝나면 네 숙제를 마쳐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녀와 합의 하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합의를 거치지 않은 규칙은 아이가 동의할 수 없어 결국 아이가 멋대로 TV를 시청하게 만든다.
김 회장은 “TV와 인터넷에 대한 아이들의 노출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부모들도 미디어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거실에서 TV를 없애고 서재로 꾸미는 가정들도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여전히 TV 시청이 주된 여가활동인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아이들이 즐겨보는 것이 아이들 탓만은 아니다. 서울YMCA는 16일 ‘어린이방송 프로그램 정책포럼’을 통해 “지상파 3사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질적이나 양적으로 형식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YMCA 관계자는 “케이블방송사나 지상파방송사의 장르 편중현상은 날로 심각해져서 어린이들의 시청 편식을 유도하고 어린이들을 성인프로그램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