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상봉(上鳳) 터미널을 보며
예전에 80년대 후반부터 20여년 동안에 이르기까지
수도권(首都圈)쪽으로 등산(登山)을 많이도 다녔다
우거진 푸른 나뭇잎처럼 젊음을 불살랐던 시기라서
지금 생각하면 추억(追憶)이 그리워진다
양평이나 가평 그리고 의정부를 비롯해 강원도 원주와
속초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북부지역을 등산(登山)했다
그 지역(地域)에 등산(登山) 가려면 상봉(相鳳) 터미널로
간 것이다
예전에 마장동 터미널이 상봉(相逢)으로 옮겨진 건물이
오래도 되었다
그래서 주말인 오늘 세월(歲月)이 많이도 흐른 만큼이나
상봉 터미널이 얼마나 변모했는지 궁금해졌다
전철(電鐵)에 올라 상봉(上鳳)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풍경(風景)이 말해준다
상봉 터미널이 안 보여서 어느 행인(行人)에게 물어보니까
작년 말쯤 폐업(閉業)을 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上半期)중에 상봉 터미널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지 가림막이 쳐 있었다
예전에 내가 등산을 많이 할 때 찾은 이곳의 상봉 터미널이
없어지게 되니 하나의 추억(追憶)으로 만드는 듯하다
2~30년 전만 해도 서울 북부지역의 시외버스 운행을 책임졌던
상봉터미널은 이용객(利用客)도 많았다
등산을 하고 이곳에 도착하면 주변의 가게에서 뒤풀이도 했던
그 장소엔 팔각정(八角亭)도 있었다
세월(歲月)이란 게 말해주는 것이 사실은 사실인가 보다
아무래도 주변에 접근성이 편리한 지하철(地下鐵)이 생기고서
이용객(利用客)이 줄다 보니 적자(赤字)가 난 모양이다
터미널 부지의 가림막에 건축 조감도를 보니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는 것 같다
금강산(金剛山)도 식후경(食後景)이라고 했던가?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에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해도
배는 채워야 할 것 같아 식당가(食堂街) 주변을 맴돌다
낙지구이 집을 발견했다
들어가 낙지구이에 소주 한잔을 하면서 생각에 잠겨본다
강원·경기북부 지역 시외버스와 중부 이남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버스 기점(起點)과 종점(終點) 역할을 했던 상봉터미널을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젊음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창밖에 바라보이는 짙은 나뭇잎을 가진 나무도 가을이 되면
색깔이 바래지듯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내 얼굴도 같다고
생각이 든다
흐르는 세월(歲月)에 못이겨 오래된 건물(建物)도 없어지면서
새롭게 변하는 모습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말해준다
서로 만난다는 의미(意味)를 지닌 것을 상봉(相逢)이라 하지만
상봉(上鳳) 터미널이 없어졌구나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