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우산이 뭔지
무더위가
간다는 처서(處暑)였던 금요일 출근길이었다
아무래도 계절(季節)이 바뀌면
무더위뿐이 아니라 장마철도 이젠 물러갔다고
생각을 한 것이 오해(誤解)를 불러 일으켰다
출근하는 도중에
안산역(安山驛)이 다가올 무렵부터 소낙비가
쏟아지는 것이다
불과 며칠전 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은 날에 불구하고
비가 쏟아지는 날
비상시(非常時)에 쓰려고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그날따라 집에 두고 나온 것이다
지하철 4호선 종점(終點)인 오이도 역에 도착해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전철역 대합실의 편의점에 들어가니 우산을 사려고
줄을 길게 선 모습이 웃음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이나 우산을 파는 사람은 그날의 날씨에
따라 장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수수께끼로 들리는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내가 줄을 선지 5분 여만에 우산을 하나 사가지고
밖에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우산을 산지 20여분이 되니 비는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춰진다
그놈의 햇살 때문에 돈 9천원을 길바닥에 버린 마음이
드니 속이 뒤집어진다
그래서 때로는 여유(餘裕)를 가지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게 만든다
그렇다고 우산을 버릴수는 없고 지팡이처럼 짚고
느긋한 표정으로 직장(職場)에 도착했다
책상 구석에 우산을 놓으니 자그만치 4개가 되니까
현금(現金)으로 따지면 4만원 정도이다
미리 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고사성어(故事成語)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이 떠 오른다
그날 퇴근하고 집에서 아내한테 출근길 소낙비가 와서
우산을 샀다고 했다
그러니까 올 여름 동안 우산을 산 것이 4개가 직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자 아내가 하는 이야기가 돈이 4만원이면
계란(鷄卵)이 몇판이 되는지 묻는데 밥맛이 떨어지는
기분(氣分)이 든다
아무리 장마철이라는 여름이라고 하지만
매일마다 우산을 가지고 다닐수 없는 노릇이다
우산이란 날씨가 좋은 날은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고
비가 오는 날은 아주좋은 디딤돌이 되는 것 사실이다
그놈의 우산이 뭔지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