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 숲을 지난다.
사람의 손길이 없이 잘 자란 나무들이 이젠 경쟁자들을 제거해 준 인간 덕분에
큰 활개를 펴고 있지만 그들이 뭐라 하는지 난 알지 못한다.
토굴도ㅗ 아니고 흙으로 지은 슬레이트 지붕 뒤의 산수유는 노랑 빛이 한창 때를 지났다.
산자고 군락지를 지나 거북바위쪽으로 가는데 공사 정리 중이다.
거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골 고개에서 개천산으로 오르며 노루귀를 찾는다.
안 보이더니 어느 구간부터 잎사귀 속에 누운 노루귀들이 보인다.
분홍도 있고 하양도 있다.
무릎을 꿇고 그들을 낙엽으로 세우기도 하면서 사진을 찍어보는데 호흡은 쉬 멈추지 않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은 낡고 굵은 밧줄을 걷어내고 하얀 철계단을 끝까지 두었다.
월출산 봉우리는 희미하다.
건너 천태봉 뒤로 무등도 흐릿하고 용암산은 그 중 우뚝하다.
막걸리를 개천산 포지석앞에 따뤄 정성껏 올리고 세번 절한다.
세번의 절에 뭘 담을까?
나도 조금 거창해져 볼까?
민족의 평화와 반민주독재세력의 척결, 그리고 내 무릎의 건강과 하심을 넣어볼까?
음복을 한다. 조성 농협마트에서 사 온 빵을 막걸리로 넘긴다.
일기장에 낙서를 하며 한참을 논다.
배가 든든해지자 일어나 화학산쪽을 생각하다 작년에 간 것이 생각 나 건너 천태산으로 간다.
삼거리 능선에서 개천과 천태가 각각 600미터다.
헬기장을 지나 천태봉 표지석에 서서 무등과 화순 벌판ㄴ을 내려다 본다.
하양게 파인 부분도 보인다.
삼거리에서 개천사 방향으로 길이 보인다.
비자나무 숲을 지나 개천사로 돌아와 석축 아래 핀 갓꽃을 찍어본다.
차를 두고 광주극장에 4시까지 가려면 약간의 여유가 있다.
방향이 다르지만 불회사보다는 가까운 운주사에 들르기로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