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08 7월의 난정뜨락 연못가
김유정 소설 두꺼비(3)
멀리 앉아서 편지만 자꾸 띄우면 그게 뭐냐고 톡톡히 나무라더니
기생은 여학생과 달라서 그저 맞붙잡고 주물러야 정을 쏟는데
하고 사정이 딱한 듯이 입맛을 다신다.
첫사랑이 무언지 후려맞은 몸이라 나는 귀가 번쩍 뜨이어
그럼 어떻게 좋은 도리가 없을까요, 하고 다가서 물어 보니까
잠시 입을 다물고 주저하더니 그럼 내 직접 인사를 시켜 줄 테니
우선 누님 마음에 드는 걸로 한 2~30원어치 선물을 하오,
화류계 사랑이란 돈이 좀 듭니다. 하고
전일 기생을 사랑하던 저의 체험담을 좍 이야기 한다.
딴은 먹이는데 싫달 계집은 없으려니 깨닫고
나의 정성을 눈앞에 보이기 위하여 놈을 데리고 다니며
동무에게 돈을 구걸한다, 양복을 잡힌다, 하여
덩어리돈을 만들어서는 우선 백화점에 들어가
같이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42원짜리 순금 트레반지를
놈의 의견대로 사서 부디 잘 해달라고 놈에게 들려 보냈다.
그리고 약속대로 그 이튿날 밤이 늦어서 찾아가니
놈이 자다 나왔는지 눈을 비비며 제가 쓰는
중문간방으로 맞아들이는 그 태도가 어쩐지
어제보다 탐탁치가 못하다.
반지를 전하다 퇴짜나 맞지 않았나 하고
속으로 조를 부비며 앉았으니까 놈이 거기에 관하여는
일체 말없고 딴통같이 앨범 하나를 꺼내어
여러 기생의 사진을 보여 주며 객쩍은 소리를 한참 지껄이더니
우리 누님이 이상 오시길 여태 기다리다가 방금 노름 나갔습니다.
낼은 요보다 좀 일찍 오셔요, 하고 주먹으로 하품을 끄는 것이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좋을 걸 안 됐다 생각하고
그럼 반지를 전하니까 뭐래드냐 하니까,
누이가 퍽 기뻐하며 그 말이 초면 인사도 없이 선물을 받는 것은
실례로운 일이매 직접 만나면 돌려보내겠다 하더란다.
-난정뜨락 특별회원 안드레아님의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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