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23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23 부동명왕님과 마요네즈
꼭 칠년 전의 일로, 어떤 영험있는 사람으로부터 “사토 씨는 부동명왕님이 지켜 주시고 계십니다” 라는 말을 들은 이래, 저는 부동명왕님을 믿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부동명왕님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지켜 주고 계십니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 그것을 곧바로 믿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말을 믿고 바로 신자가 되거나 하는 사람은 '단세포' 라고 비웃음을 당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왜 믿을 수 있는가, 무엇을 근거로 그것을 믿는가라고 조소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그것은 고마운 일이다." 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믿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조심스러워 지고 의심이 많아 지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반대로(아주 어린 시절부터 조심성 부족으로 곧바로 남을 믿고는 실패하는 인간이었지만), 노후 점점 그 경향이 강해져, 모든 것을 의심없이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의심스러워, 속임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믿고 싶다는 기분의 강해서 믿어 본 결과, "아무래도 이것은 처음부터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었어." 라고 후회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은 마음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부동명왕님이 지켜 주시고 있다”는 것을 나는 굳게 믿었던 것이다.
그런데 3월에 들어서 처음 맞는 일요일, 나는 문득, "그래, 마요네즈를 만들자!"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마요네즈만들기의 명인이라고 예전부터 자부하고 있었다. 그 밖에 자랑할 만한 요리는 없지만, 마요네즈만은 맛있다고 누구나가 칭찬해 주었다. 딸은 전동식 교반기 (젓는 기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내손으로 거품봉을 저어서 거품을 만드는 것이다.
더욱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속도가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빨리 만들 수 있는가, 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백의 문제" 라고 나는 대답하고 있다. 거품봉을 사용할 때는 강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 느릿느릿 저으면 기름기가 생겨서 맛이 떨어진다(라고 나는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
이야기의 전후가 바뀌었지만, 마요네즈를 만드는 방법은 겨자, 달걀 노른자, 설탕, 소금에 식초를 소량 넣어 혼합하고, 거기에 샐러드 오일을 가늘게 부으면서 젓는데, 뻑뻑해 지면 식초를 더해 묽게 한 후 또 샐러드오일을 더한 후 뻑뻑해 지면 식초를 더해 묽게하는 등의 과정을 반복해서 양을 불리면서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 나는 달걀 노른자 3개분으로 마요네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달걀 노른자 3개분일 때는 겨자는 3스푼, 소금, 설탕도 3스픈 씩, 샐러드오일도 3컵이다. 식초는 '적당량'으로 여기가 어려운 점이다. 몇 스픈이나 몇 컵이라 할 수 없다. 거품봉을 저을 때의 감촉의 문제인 것이다.
전동식 교반기 따위를 사용한다면, 식초를 언제, 어느 정도 넣으면 좋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과정을 무시하고 요리책에 쓰여 있는 분량을 한번세 몽땅 넣기 때문에 미묘한 맛의 마요네즈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라고 뽑내듯이 자신에게 들려주면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무슨 이유인지 식초와 기름이 분리되어 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일로는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전에도 젊은 가사도우미에게 만들게 하면 자주 이런 분리현상이 생기곤 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내가 따로 새로 만들면서 거기에 가사도우미가 만들다 실패한 것을 조금씩 넣어 가면서 잘 섞이게 하여 실패작을 구해내곤 했다. "어때! 이제 제대로 되었지!" 내 솜씨 어때라듯 으젓해 했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유연하게 다른 그릇에 새롭게 재료를 정돈해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 또 이번에도 분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하구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또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분리 현상이 나타난다. "도대체 이것은---" 라고 나는 실패한 마요네즈의 3개의 그릇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 빠뜨린 것이 있는 것 같다. 겨자, 달걀 노른자, 소금, 설탕 ····하나 하나 확인한다. 나는 40년 전부터 마요네즈 만들기의 명인으로 자부해 온 몸이다. 바로 한 달 전에도 만들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당황해 하며 서둘러서 45년 전부터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요리책을 펼쳤다. 이제 머리가 멍청해진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여러번 다시 읽어도 틀리지 않았다. 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마침내 나는 딸을 불렀다. 딸은 실패한 3개의 그릇 속을 보고, "뭘 이렇게 어질러 놓은거야!" 패잔병을 본듯 의기양양하게 말하면서 예의 그 전동 각반기를 꺼내더니 새롭게 달걀을 깨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실패! 나와 딸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할말을 잊었다. 나는 갑자기 피로감을 느끼고 옆에 있는 의자에 맥없이 앉았다. 딸은 시장바구니를 가지고 나갔다. 달걀을 사러 간 것이다. 사온 달걀로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실패. 이번에는 혹시 식초에 문제가 있나 하고 새식초를 사왔으나 또한 실패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름을 바꾸어 보아도 겨자를 새것으로 사와 시도해 보아도 역시 실패다.
모녀 합계 10개의 달걀을 허비했고, 그 모두가 잘못되어 실패한 것이다. 이제 포기하자, 오늘은 날이 좋지 않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부엌에 늘부러져 있는 그릇들을 마주하니 부글부글 투쟁심이 솟아 올라, 또 달걀을 깨고 있다. 저녁 먹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벌써 날이 완전히 저물어 저녁 먹을 시간에 되어 있는 것이다.
"좋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도전하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양손으로 합장을 하였다. "나무아미타불 대일대성 부동명왕님, 아무쪼록 마요네즈 만들기를, 성취시켜 주십시오." 세 번 큰 소리로 빌고, 새로운 수건으로 머리띠를 두르고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찌된 일인지 기름끼가 분리되지 않고 제대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가!
환희작약. 새로 만든 것에 조금 전까지 실패한 것들을 조금씩 더하면서 샐러드 오일을 첨가해 나갔더니, 무려 우리집에 있는 큰 유리병 6개 분이 되었다! 싱크대는 달걀껍질 더미! "역시 부동명왕님이 도와 주셨다!" 고 나는 감격했던 것이었다. 마요네즈가 기름과 분리되서 실패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더욱더 부동명왕님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