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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을 들고 셀카를 찍고 피드를 확인하는 여성들. 그들을 향한 날 선 비난에 의문을 품고, 열두 명의 여성과 함께 사진 안팎에 얽힌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사진을 찍기 전 준비 단계부터 촬영 후 보정을 거쳐 SNS에 올린 후 그에 대한 반응을 관리하는 일까지, 그 모든 과정을 통칭하는 인생샷(인생사진)에는 사회현상이나 인정욕구로 일반화할 수 없는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복잡한 맥락이 자리한다. 무엇보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인생샷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며 서로 지지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면서 문화를 일구고 정치를 벌인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여성들은 왜 인스타그램에 아름다운 인생샷을 올릴까?”에서 시작해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타인과 어떻게 만나고 있나?”로 이어지다가 “나는 어떤 타자를 거치며 지금의 내가 되었나?”로까지 확장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생생하게 담은 『인생샷 뒤의 여자들』은 셀카의 문화사이자 인생샷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이며, 더 나아가 디지털 페미니즘 시대의 실천 방식을 탐색한 중요한 시도로 읽힐 것이다. 신진 연구자의 첫 저서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복합적인 논의를 품고 있는 생생한 문화비평서이다.
👩🏫 저자 소개
김지효
학교를 세 번 자퇴하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았다. 한국과 해외에서, 서울과 지방에서, 여대와 공학 대학을, ‘sky대’와 ‘지방대’를, ‘한국 페미니즘의 산실’인 대학과 보수 개신교 대학을 모두 다녀보았다. 여기저기를 오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속한 집단에 따라 SNS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큰 흥미를 느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학과에서 20대 여성들의 인스타그램 셀카 실천을 다루는 석사논문을 썼다. 오프라인에서 개인이 놓인 특정한 조건과 위치가 디지털 미디어를 경유해 드러나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 목차
들어가며 09
PROLOGUE 셀카의 문화사: 인생샷에도 계보가 있다
1. 네컷 사진의 원조, 스티커사진 27
2. 태초에 하두리가 있었다 30
3. 얼짱 신드롬의 시작, 5대얼짱카페 34
4. ‘훈녀 생정’ 공부하던 그때 그 시절, 싸이월드와 얼짱 시대 38
5. 인스타그래머블한 인생샷을 찾아서 43
CHAPTER 1 인생샷: 몸과 사진 사이
1. 콘셉트 선정: 랜선 ‘분위기’ 만들기 55
2. 인공추억 기획: 공간과 의상 준비하기 65
3. 사진 촬영: 100장 찍어서 한 장 건지기 72
4. 사진 선별 및 보정: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 80
CHAPTER 2 인스타그램: 피드와 ‘현생’ 사이
1. 셀카의 관객들 93
2. ‘실친’과 ‘인친’ 사이 113
3. ‘인생샷’과 ‘실물’ 사이 145
CHAPTER 3 페미니스트: #인생샷과 #탈코르셋 사이
1. 인생샷 찍는 페미니스트 186
2. 페미니스트의 인생샷, 탈코르셋 209
3. 인생샷과 탈코르셋의 차이점 234
CHAPTER 4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사이
1. 페미니즘의 관객들 255
2. 인스타그램 × 페미니즘: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운동하기 274
3. 여성 × 페미니즘: 사랑받고 싶은 여성과 사랑의 조건을 바꾸는 페미니즘 286
나가며 320
감사의 말 330
📖 책 속으로
이 이야기가 인생샷을 거쳐간 이들에게는 과거의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지금 인생샷 문화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인생샷 문화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SNS와 셀카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pp.18~19
셀카를 타자화해 바라보는 기존의 지배적인 관점과 달리, 이 책에서는 여성들이 실제로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셀카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셀카가 언제나 ‘사회’ ‘관계망’서비스에 업로드되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셀카는 여성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연관된다.
--- p.48
흔히 ‘셀카녀’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거울만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상상되지만, 실제로 인생샷은 결코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평범한 셀카를 인생샷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닌 아름다움을 승인하는 권력이다.
--- p.112
친밀한 관계, 충분한 시간, 깊이 있는 공부에 접근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을뿐더러, 그 길은 점점 더 좁아지는 상황이다. 이는 인생샷에 집착하는 많은 여성이 온오프라인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 p.145
한국사회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나쁜 여자’의 계보는 ‘강남미인’과 ‘화떡녀’에서 ‘셀기꾼’으로, 또 ‘김치녀’와 ‘된장녀’에서 ‘인스타충’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의식하며 끝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렸다.
--- p.170
페미니즘은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일상을 통째로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관점이다. 여성들은 ‘편하게’ 지내려고 인스타그램에 오지만, 매 순간 느끼는 불편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 p.197
코르셋 논의는 여성에게 강요되는 아름다움을 문제제기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여성의 삶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었다. 탈코르셋은 외모 관리의 궁극적 목적이었던 남성의 선택과 인정, 그리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정상 생애 기획을 포기하는 결단과 맞닿아 있었다. 이것은 자기 안에서 과대 평가되어 있던 남성 존재를 축소시키고, 그만큼 위축되어 있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이뤄졌다.
--- pp.221~222
닮고 싶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걸으면,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 p.316
청년 여성과 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나와 아름다움과 차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인생샷 여성, 그리고 인생샷 문화에 균열을 일으키고 싶었던 탈코르셋 여성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언제나 좋은 것은 내 세계 밖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 p.327
🖋 출판사 서평
촬영과 보정을 거쳐 SNS 게시와 관리까지
인생샷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생샷은 “사진을 찍기 위해 기념할 날을 정하는 점”(65쪽)에서 특별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과 구별된다. 말 그대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인생샷인 셈이다. 콘셉트를 정해 어느 ‘카페’에서 어떤 ‘옷’을 입고 찍을지 물색하고 결정하는 일부터, 어떤 색감이 구현되는 ‘앱’으로 사진을 찍고 얼굴과 몸 어느 부분을 ‘보정’을 할 것인지, 그렇게 찍은 100장 중 한 장을 어떤 시차를 두고 업로드할 것인지(혹은 업로드를 포기할 것인지)까지 꽤 긴 고민과 노동이 들어간다.
이 책의 1장은 인생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담고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무엇보다 인생샷이 ‘혼자’ 완성하는 작업물이 아닌 친구, 가족, 남자친구 등과 “협업 속에서 만들어진다”(75쪽)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가장 적절한 위치에서 무한대로 사진을 찍어줄 뿐 아니라 원본과 보정본 사이의 큰 격차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는 중요한 관계다. 가장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협업자’와의 연대인 것으로,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희생과 신뢰가 깔려 있다. 게다가 협업자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생샷이 진정한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진을 게시할 적합한 공간, 피드에 대한 피드백뿐 아니라 사진의 가치를 두루 알릴 만한 적절한 ‘좋아요’와 댓글 등을 제공해줄 조력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각종 SNS(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중에 인스타그램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인스타그램에는 최근 올린 후 24시간에 사라지며, 누가 게시물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스토리 기능’이 추가되면서 예상 관객에 따라 사진을 구분해 게시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변화하는 SNS에 발맞추며 그곳에서 가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단 한 장을 얻기 위해 수백 장의 비슷한 사진 속에서 옥석을 골라 만들어 내는 현장이 바로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인 것이다.
우리는 왜 사진으로 나를 표현하는가?
인생샷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
이 책은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인스타그램 인생샷 문화에 참여했던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에 둔다. 대부분 중산층 이상으로 여러 지역에 고루 거주하며, 이 중에는 수천 팔로워를 지닌 이부터 지인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계정을 운영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20대 중 무려 83%가 인스타그램을 이용”(111~112쪽)한다는 근거 아래, 한창 진로를 탐색하며 친구 관계 및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기의 20대 여성들이 인생샷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현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이 되고 싶은 ‘나’를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인터뷰이들은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을 대하는 저마다의 태도를 지녔다. 팔로워를 아름다움의 지표로 여기며 남성 팔로워 숫자가 얼마인지를 중시하는 ‘회지’가 있다면,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듬뿍 받을 만한 여성임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럽스타그램을 하는 ‘윤희’도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적인 감수성”을 지닌 “재밌고 흥미로운 사람”(119쪽)으로 보이고 싶어 그에 걸맞은 셀카를 찍어 올리는 영기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공통점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들 모두 ‘관객’을 상정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생샷과 인스타그램은 그들 옆에 누가 있고 그중 어떤 타인을 의식하는지 묻는 “당신은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응답이기도 하다. 현재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가족과 맺는 관계가 어떠한지에 따라 저만의 가치를 정립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과 함께 ‘온라인 속 나’와 ‘오프라인 속 나’ 사이의 간극을 경험하는 가운데 어떤 내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거듭 던질 수밖에 없다.
모순과 간극을 인정하고, 갈팡질팡하며
디지털 페미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들
나선형을 그리며 논의가 확장되는 이 책은 4부에 가까워질수록 저자 자신이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모순을 마주하며 인터뷰이들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으로 향한다. 바로 동일한 공간에서 존재하는 인생샷 문화와 디지털 페미니즘 운동의 관계를 되짚는 일이다. 실제로 저자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은 인생샷을 단호하게 배척하리라고 여기기 쉽지만 (중략) 페미니즘을 지지하며 인생샷을 찍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페미니즘을 근거로 인생샷을 강하게 비판하는 여성들도 있”(183쪽)다고 말한다. 특히 인생샷이 페미니즘을 퇴보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여기며 등장한 ‘탈코르셋’ 여성 중에도 인생샷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공간이 변화한 부분이 배경으로 깔린다. 온라인 페미니즘은 페이스북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지만 이후 페이스북을 비롯해 트위터가 지닌 특성과 한계(“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게시물을 ‘읽는’ 공간이라면, 인스타그램은 ‘보는’ 공간”(190쪽))를 절감하며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해갔다. 이때 페미니스트들 특히 탈코르셋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인스타그램에 ‘멋진’ 나를 현시해 이를 운동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 중 ‘인기’를 얻는 여성이 생기면서 탈코셀렙, 페미셀렙 같은 단어도 등장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인생샷 문화의 일부임을 인정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과 자신을 구분했다(“나는 남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꾸미는 게 아니라 내가 만족하려고 꾸미는 거야!”(213쪽)).
그 결과 이 안에는 인생샷을 완강하게 비판하는 여성, 여전히 인생샷를 찍지만 그 중요도가 덜한 여성, ‘귀여운 나’에서 ‘존나 잘생긴 나’로 스타일이 바뀐 여성(‘한별’) 등이 공존하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로 귀결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직시하자는 것이 저자가 마지막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다. 사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서로 놓인 상이한 위치까지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기에 눈에 보이는 그 자체로 사람을 판단하기가 쉽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일 뿐으로,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운동을 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모순과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모든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에서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있으며, 그것이 지닌 효과도 분명하니 말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페미니즘의 경우 “개인이 공격을 받거나 일상에서 큰 불이익을 얻을 위험이 적다. 또한 서로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동지들과 함께하기에 소속감과 안정감이 있다.”(281쪽)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과 한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운동을 이어가면 어떨까? 여기서 비롯되는 그 갈팡질팡을 하나의 운동 전략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책의 말미에 남긴 문장을 들려주고 싶다. “사실 ‘갈팡질팡’은 이미 정해진 결말이기도 하다. 성차별적 세계의 구성원인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무결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 여러 세계 사이를 헤매며 살게 될 것이다.”(3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