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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泓> 물 깊을 홍 : 물이 넓고 깊은 모양
↑ 1편부터 볼테야
Chapter. 09
부제 : KISS
똑똑-
그만 집에가서 쉬고싶다는 묘헤이를 위해 택시를 잡아주고, 나도 집으로 돌아와봤더니,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고 은영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난 내 방에 들어가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습관적으로 은영의 방문을 노크했다. 나무목재의 단단한
재질과 내 손이 맞닿으니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약 다섯번 똑같은 노크를 해보아도, 안에선 문을 열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숨이 섞인 숨을 내쉬고 문고리를 잡았더니, 왠일인지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단단히 잠궈 놓았을 법한 문은
너무도 허무하게 열렸고, 난 작게나마 ‘들어갈게’ 라는 말과함께 그의 방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어두운 적막이 깔린 그의
방은, 밤이 되니 더더욱 음침했고, 스산했다. 항상 은영에게서 나는 향수 냄새는 이 방안에 가득했고, 인물화가 유난히
많은 이 공간은 꼭 그림속 사람들이 모두 살아있는것 처럼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저 달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간간히 비춰주는 이 방은 나에겐 너무 어두웠다. 형광등을 찾아 손을 더듬 거리는데,
언뜻 달빛에 비춰진 팔 하나가 어두운 곳에서 유난히 드러났다. 손을 보니, 유난히 길고 고운 선이 이건 분명히 은영의
손이었다. 그리고 손을 따라서 점점 시선을 위로 옮기니, 아무것도 덮지않고, 소파에 엎드려 눈을 감고있는 은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악몽이라도 꾸는건지 녀석의 미간은 조금 구겨져있었다. 토끼뜀 자세로 구부려서 총총 그에게로
걸어가니, 곤히 잠든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물어보고 싶었는데, 묘헤이가 누군지.
“가르쳐줘버렸어.”
“….”
“네 전화번호….”
“…….”
“나…잘못한거야?”
아무리 녀석에게 말해도, 녀석은 그저 아기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나와는 단절된 상태였다. 태어날 때부터 말을 못했던게
아니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된걸까. 녀석에게 당장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자잘하게 들다가도, 그방 녀석을 흔들어
깨우려던 손을 내렸다. 괴로워보였다. 움츠려 들어 악몽을 꾸는듯한 녀석의 모습은 괴로워 보였다. 아니, 괴롭다고, 날좀
살려달라듯이 애원하는것 같았다. 그는 이제 내 동생이다. 원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이어진 가족이지만, 그는 나의
엄연한 호적상 동생이다. 괴로워하는 동생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마엔 송글송글 식은땀 까지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녀석의 앞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넘겨주었다. 그제서야 녀석의 매끄러운 얼굴이 윤곽을 드러냈다.
-“세빈이 왔니?”
“아,응!”
어느세 내가 집에 들어온걸 알았는지, 안방에서 엄마가 나와 밖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난 제빨리 일어서서 언제
그랬냐는 듯 은영에게서 손을 뗐다. 그리고 옆에 놓여있는 녀석의 이불을 들어다 그의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따듯한 온기를
피부가 느꼈는지, 그가 잠시 움찔 거린다. 조용히 일어나서 방을 나서려고 하는데, 팔목 부근에 익숙한 따스함이 전이되었다.
돌아보니, 어느새 은영이 눈을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놀라서 녀석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은영은 자신의 선홍빛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며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녀석이 원하는대로 입을 다물고 있으니, 밖에선 ‘내가 잘못 들었나….’
라며 멀어지는 엄마의 소리가 들렸다. 꼭 나쁜짓이라도 하는것 같아서 기분이 찝찝한데, 은영은 그사이 일어나 앉아
나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감싸쥐었다. 이제 이 느낌이 익숙하다. 그는 손금자국이 그득한
내 손바닥 위에 글씨를 써내려간다. 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그여자랑 어울리지 마]
“…어?”
묘헤이를 말하는것이다. 난 살짝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고, 차게 식은 그의 손은 내 손바닥에서 벗어나지 않고
몇가지 글을 더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정교하게 마르고 선이 길쭉한 은영의 손가락은 멈출 생각을 안했다.
[부탁이야]
달빛에 그을린 그의 눈 속엔 흔들리는 눈빛의 내가 들어있었다. 그는 여전히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난 알겠다는 말 대신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는 것으로 끝냈다. 그러자 내 볼을 살짝 쓰다듬는 은영의 손길. 흠칫 놀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난 그대로 내 뺨을 스쳐지나가는 그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스킨쉽이 너무 잦아.”
“…?”
“남매간의 스킨쉽 치곤 좀 심해.”
“….”
“자제해.”
아무 표정없는, 감정이 식은 눈으로 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는 은영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아직도 그가 스쳤던 뺨이 그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다. 괜히 녀석이 스쳤던 뺨을 억지로 어루만지며 잊으려고 하자, 은영이 갑자기 내 어깨를 끌어다
나를 다시 앉혔다. 그리고 다시 내 손을 잡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왠지 여기 있으면 안됄것같아서 내가 녀석의
손에서 벗어나려 그러면, 녀석은 모래늪처럼 나를 더더욱 꽈악 잡는다.
[정해진 스킨쉽 같은건 없어]
동시에 내 눈동자는 떨듯이 흔들렸고, 은영의 눈은 확고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녀석의 말의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뭘 말하고싶은건지, 저 깊은 눈동자 속에 진심은 도데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어, 노은영.
정신차리듯 눈을 한번 깜박거리고 나서, 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깊은 한숨과 함께 녀석에게 잠시나마 흔들렸던 나를
탓하듯이 말했다.
“그건 연인사이일때 얘기야.”
은영은 그저 내 말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머릴 숙이며 고갤 저었다. 조금만 이곳에 더 있으면 이상해질것 같아, 나 혼자
지례 겁먹고는 방문을 열었다. 궁금했다. 묘헤이와 은영의 관계가.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냥 입술을 열지않고 방을 나와
버렸다. 예상대로 엄마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주무시는것 같았고, 집안을 적막한 환경 속에서 어둠으로 가득차 있었다.
핸드백에서 휴대전화기를 꺼내어 그간 왔을 문자를 채크하고 있는데, 익숙한 이름 하나가 나를 구제해준다.
[과산화수소수 또 안필요해요?]
그는 여전히 날 과산화수소수 만큼만 생각하는 반도진이었다.
*
“노세빈!”
“…?”
“어쭈, 왜 그런 눈으로 봐?”
“전 강세빈입니다 선생님.”
“뭐야, 장난해? 어머니 재혼하셨다며.”
어제 뒷풀이에 못온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한 파티. 그냥 회사안에서 간단하게 샴페인만 들고서 모두 즐기기한 하는 곳이기에
나도 거리낌 없이 이곳에 와있었다. 기포가 올라오며 탄산임을 증명하는 샴페인을 홀짝홀짝 들이키고 있을 때, 마녀가 다가와
밑도끝도 없이 나를 노세빈이라 칭한다. 엄마가 재혼하신건 어찌 알았는지, 하여튼 소문에는 빠삭한 마녀다. 가볍게 샴페인
잔을 들고와서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대는 마녀는 밉지 않을수가 없다. 패션쇼가 끝났다고 다들 즐거워하는 분위기
속에 나만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죽을맛이었다. 마녀는 노세빈이라는 말에 인상을 찡그리는 나를 이해 못하겠는지,
잠시동안 나를 노려보다가 샴페인을 한모금 들이키고는 옆에서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위에 빈 샴페인 잔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손목시계를 바라보다가 저쪽에서 와인을 마시는 여자디자이너에게 소리친다.
“유진아! 20분 안에 차 대기시켜놔!”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를 향해 돌아보는 마녀의 뒤로 옆에 친구들과 곧바로 마녀 욕을 하는 유진이라는 디자이너. 나와 비슷한
그녀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나와서 혼자 큭큭대고 있는데, 뭔가 떻올랐다. 잠깐, 그럼 마녀가 어딜 간다는 소리인가?
난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서 나를 바라보고있는 마녀에게 물었다.
“어디 가세요?”
“일본.”
“어,얼마 동안이요?”
“도쿄 패스티발이 내일이니까, 한 모레쯤 오겠네.”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도쿄 패스티발이 내일이었구나. 마녀는 항상 그곳에 빠지지않고 초청되어 일년에 한번씩 일본에
가게 된다. 그게 오늘이었다니, 동시에 난 마녀의 얼굴과 도진씨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볼 수 있다. 약 3일간 그 남자를
내 눈속에 담을 수 있다. 마녀의 눈을 쳐다보면서도 도진씨의 생각으로 가득차서 나 혼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내 이마에 딱콩 소리가 날 정도로 큰 꿀밤을 먹인 마녀. 덕분에 이마가 혹처럼 부어오른 나는, 얼른 후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마녀에게 화냈다.
“왜때리세요!”
“아주 나 없을 거 생각하니까, 웃음이 절로나냐?”
“아, 하하. 아니에요 선생님. 막 눈물나던 참이었어요-”
“어우, 징그러워! 들러붙지마!”
가진 애교는 오늘 여기서 다 해보듯, 난 마녀에게 철썩 달라붙어 기쁨을 맘껏 표했다. 나 정말 이러면 안돼는데, 지금
내 옆에있는 이 여자의 남자를 상상하며 웃는건, 정말 하늘이 용서 못하는 일인데. 마약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생각만
하면 몽롱하고 기분이 좋아지는것이 중독이다. 벌써 중독이 되어버렸다. 한번 보았던 그 미소에, 중독되어버린것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
나를 떼어내고는 다른 무리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마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어색한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외쳤다. 미안하다는 그 말보다 더한 말이 있으면 당신에게 해주고 싶다고.
“언니, 안녕하세요!”
누군가 내 어깨를 장난스럽게 톡톡 두들기며 나를 불렀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본 나는, 몰라보게 맑아지고 밝아진 묘헤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수하게 원피스 차림을 한 묘헤이는, 모델이라는 느낌 보다는, 사랑을 하고있는 여자 같이 매력적이었다.
어제 세상이 무너질듯 그렇게 울더니, 오늘은 180도 달라져서는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 라고
하니, 그녀는 내 어깨를 쎄게 내리치며 무조건 반말 하라고 소릴 지른다. 이윽고,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제 놀라셨죠? 죄송해요, 은영이랑 너무 오랜만이라서.”
“…좋아보여서 다행이네.”
“은영이 괜찮죠?”
“무슨 소리야?”
“어제 괜히 저때문에 많이 놀랐을거에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애꿎은 원피스 자락만 베베꼬는 묘헤이. 나는 그녀가 싫지 않다. 분명 어제 노은영은 묘헤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를 해놨지만, 난 여린 잎사귀같은 그녀가 속에 가시를 품고있을것 같진 않았다. 그저 은영과 잠깐
앉맞았던것 뿐이지, 성품이 나쁜아이 같지는 않았다. 손을뻗어 난 그녀의 머리를 살짝 헝클이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은영이한테 연락해봐.”
“…?”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는게 인간관계거든.”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연애경력도 별로 없고 오직 육체적인 섹스로만 사랑을 확인하던 내가 이런 말을 내뱉는게 영 껄끄러웠다. 하지만, 묘헤이는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금방 우울하게 풀이 죽었던 얼굴을 화사하게 밝혔다. 이윽고 묘헤이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돌아서려다가, 다급히 고갤 돌리고서, 나에게 물었다.
“언니, 수화 할줄 아세요?”
“전혀.”
“저 수화 배울거에요.”
“그래.”
“은영이한테 전해주세요. 한달만 기다려달라구요. 한달 뒤면 수화로 하고싶은 말 다 해줄거라구요!”
“전해 줄게, 꼭.”
나에게 손을 흔들던 헤이는 이내 무리들을 지나쳐 사라져 있었다. 어쩌면 마음을 열지않는 은영이도 헤이가 수화까지
배워오면 그 노력을 알아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눈속엔 항상 은영이 들어있는것 같다. 그만큼 그녀에게서 사랑이 느껴진다.
난 다가갈수도 없을만큼.
*
“미쳤어, 강세빈. 너 정말 미쳤다.”
머리를 아무리 주먹으로 쾅쾅 쥐어박아도, 내 다리는 도진씨의 병실 608호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변명이란 것으로 아무리
치장하고 위장을 해 보아도, 내가 지금 도진씨에게 가는것은 엄연히 가정파괴범이 되는 지름길이다. 요즘에 일일드라마들이
거의 다 이혼, 불륜으로 둘러쌓여서 나도 그쯤은 알고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시시한 드라마속 악녀가 되는건가 싶어 순간
적으로 가슴이 쿵쾅 거렸지만, 여전히 그를 보고싶어하는 내 발은 전진을 한다. 마녀는 이미 일본으로 떠났으니, 잠깐 얼굴
정도는 맘편히 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해원병원 608호실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그럼 몸조리 잘하고, 나중에 또 오마.”
“오빠 진짜 나 없어도 괜찮아?”
“도윤아 가자.”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608호실의 문이 벌컥 안에서 열렸다. 난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옆에 혼자 휠체어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그의 보호자인 척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었다. 내 행동에 깜짝놀란 환자는 ‘뭐에요!’ 라면서 눈을 휘둥그레 떴고
난 아무소리 없이 휠체어만 밀어주었다. 그러고 있을 때, 608호실에서 나온 한 중년의 여자와, 그녀와 이목구비가 많이 닮은
젊은 20대 여자가 나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때 까지 기다리던 나는,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휠체어에서 손을 떼고 608호실로 다가갔다. 조용히 귀를 문쪽에 가져가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고서, 난 조용히 노크를 했다. 그러자 방 안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들어오세요.”
그제서야 난 꽉 잡고 놓지 않고 있었던 긴장의 끈을 놓고서, 당차게 문고리를 비틀었다. 동시에 내 시야에 들어오는것은
깨어있는, 반가운 도진씨의 얼굴이었다. 이제 좀 살만한지, 그는 고개를 숙이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느긋한 그 목소리로 내가 온줄도 모르는지 이렇게 말한다.
“뭐 두고가셨….”
“오랜만이에요.”
번뜩 고개를 든 도진씨는, 내 얼굴을 보자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벌리며 살짝 반가운 눈을 그렸다. 난 당장에 그에게 다가가
단절된 인사를 했다. 그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금세 화색이 도는 얼굴을 하고선 당장에 내 어깨를 잡아 끌어 강하게 나를
자신의 품에 넣었다. 당황한 내가 벗어나려하자, 그는 더더욱 나를 자신의 품에 가둬두었다. 당황하면 얼굴에 금방 표시가
나서, 나는 얼른 붉어진 뺨을 감췄다. 나를 감싸줜 도진씨의 품 안에서 의외로 아기냄새가 났다. 그리고 도진씨는 내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실망이에요.”
“…네?”
“전에 내 핸드폰 만졌죠?”
“아…!”
얼른 그의 품에서 벗어난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당황함을 감췄다. 도진씨는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두었던 책을 제자리에
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난 사생활 침해하는 사람 별론데.”
“미안해요. 그치만….”
“그렇게 싫었어요? 당신이 1번인 거.”
“…….”
머리가 아찔했다. 풀이 죽어버린 그의 모습은 난생 처음보는 것이었고, 또 내 모성본능을 심하게 자극시켰기 때문이다. 찬찬히
훑어본 그의 얼굴은 혈색이 돌기시작해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뺨에난 상처들은 고통스럽게 남아있었다. 아니요, 잠시나마
1번이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다치면 제일먼저 달려와줄 사람. 그사람이 내 1번이에요.”
“그게 무슨….”
“와이프는 말로만 사랑한다하지, 실제론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다쳐도, 항상 일을 먼저 끝낸뒤에 와요.”
“…….”
“근데 당신은, 나를 먼저 생각해줄것 같았거든.”
흔들리는 그의 호박빛깔 눈동자속에 내가 들어있었다. 긴장함이 얼굴에 써있는 그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도진씨의 눈에 들어있었다.
제일 먼저 달려와줄 사람. 도진씨 한테 나는 벌써 그런존재가 되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멋대로 단축번호를 바꿔버린 내가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그리고 도진씨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이런일 자주 당해요. 교통사고, 추락사고…”
“어,어째서요?”
“기면증이 있거든요.”
“…!”
TV에서 언뜻 들어본적이 있었다. 길을 가다가도 수면부족으로 인해 빈혈이 있는 사람처럼 갑자기 쓰러져서 기절한것처럼 자버리는
병이라고. 그래서 깊이 잠든 상태라 무슨 사고가 닥쳐도 깨어나기 힘든 병이고, 완치불가 병이라고…. 난 나도 모르게 한손으로 입을
막으며 그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본인 보다 더 떠는 내 손을 잡아준 것은 오히려 담담한 도진씨였다. 그의 손은
내 손을 녹여줄 만큼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아, 이말 해주는게 아니었는데. 놀랐죠, 미안해요.”
“…….”
“사실 그래서 차도 몰면 안돼는데. 부득이 하게 그날 차를 몰게 됬어요.”
“….”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정신을 잃고 사고가 난거죠.”
살짝 고개를 들어 도진씨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그리고 여태까지 보고싶었던 그 미소가
나를 반겼다. 내 손을 감싸쥔 그의 손은 확고했다. 절대로 내 손을 놓지않고 따듯한 온기를 나에게 전이시켜주었다. 여전히
그를 바라보면 가슴이 요동친다. 심장은 그를 원하고 있다는 듯이 펌프질을 빠르게 했고, 눈은 항상 그를 향한다. 어느세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는지, 도진씨가 링거를 꼽은 손을 뻗어 내 뺨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의 손길이 이젠 익숙한지,
내 피부도 그의 손길을 알아채고 있다.
“…하.”
“이렇게 울면, 내가 미안하잖아.”
내 볼을 쓰다듬으로 눈물을 연신 닦아주던 도진씨의 손이 어느덧 멈췄다. 그리고 어느덧 내 손은 도진씨의 뺨을 향해 다가갔고.
내 손이 그의 볼을 감싸쥐었을 때. 난 정말 나도 모르게 충동적인 행동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내 얼굴은 도진씨의 얼굴을
향해 점점 좁혀졌고. 마른 내 입술은 선이고운 그의 입술과 맞닿았다. 나도 모르게 본능이 저지른 일에, 난 수습할 줄을 몰라
그의 입술을 여전히 음미했고, 도진씨의 눈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그도 살짝 놀란것이다. 감정적으로
다가간 내 입술은 정확히 그의 입술을 파고들었고, 내 입술을 통해 음미해본 그의 입술은, 뜻밖에 달고 진했다. 차가울것만
같았던 그의 입술은 나에겐 너무도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 허둥지둥 그의 얼굴에서 얼른 멀어지려하는
순간.
“…!”
멀어지는 내 얼굴을 다시 감싸쥔 그가 이번엔 리드하듯 목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나를 다시 자신의 입술로 다가가게 했다.
다시 겹쳐온 그의 입술의 느낌은, 여전히 달고 진했지만, 이번엔 뭔가 강렬한 느낌이 더해진듯 했다. 감미로웠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느낌은. 그의 향기가 나에게 전이되듯 아주 강렬하고 매혹했다. 유혹스러운 그의 입술에 취해 난 정신이
혼미해졌고, 그는 내 허리를 감쌌다. 그의 손길, 입술의 촉감, 그의 향기까지 놓치기 싫은 나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얼마뒤에 아쉽게 떨어진 내 입술과 그의 입술 사이에서, 아직 뜨거운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입술을 잔잔하게 매만지며, 내가
그를 바라보니, 도진씨는 이렇게 말한다.
“키스 더럽게 못하네.”
그리고 그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내 목을 다시한번 끌어안았다.
*
담걸이에요! 너무 늦게왔죵. ㅈㅅ해요 T^T
졸업식 성공리에 끝내고 왔슙니당 ㅎㅎ
이제서야 연재하는거 이쁘게 봐주세용.
그간좀 컴퓨터 쓸 여유도 없어서 정말 고생했습니다 ㅠㅠ
아참, 약속대로 깊은 애정담은 댓글 남겨주신 불들께는 걸이의 사랑이 쏟아질거에욤 ㅎㅎ
아참 그리고 도진이가 겪은 기면증은 잠이 많은병(?)이라고하면 이해할실거에요 ㅎ
그냥 길가다가도 픽픽 쓰러지고 그런다네요..ㅠ_ㅠ
에고 불쌍한 도진이 ㅎㅎ
그럼,
오타지적은 쪽찌로 상콤하게
댓글 안해주면 모레반지 빵야빵야
업댓쪽끼원하시면 상콤하게 댓글앞에 <홍> 을 붙여주세요
성의댓글을 올려준 이에게는 걸이의 상콤한 쪽찌가 갈지어니>_<
THANKS TO YOU
캬웅/꽃 눈/핑거문
로벨리아/춤추는 천사 go/코니의유혹
솔나루/여우의발칙한상상/슈르르까2
얘뽀/유애비화/젠이
각도기/TOP./핫초
꽃담이
첫댓글 드디어 일빠했어욤♡
<홍> 도진이랑 키스하다니 우리 은영이는 어떡해요ㅠㅠㅠ도진이는 아내도 있으면서 왜 세빈이 꼬시는건지ㅠㅠㅋ빨리 세빈이랑 은영이의 러브러브모드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작가분들처럼 연재날짜 정해놓고 연재하시길 바라는건 저의 욕심일까요ㅠㅠ매일매일 들어와서 없는거 확인하고 나올때의 그 씁쓸함이란....그래도 작가님 성실연재만으로도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빵야빵야 ♡
<홍> 우와!!! 1등으로 봤어요!!!! 이번편도 역시나 재미있어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음편도 완전 기대하고 있을테니깐 빨리 업뎃 해주세용ㅎㅎ:-)
너무너무재미있어요 ㅜㅜㅜ 은영이는어카라구 ㅡㅜㅜㅜㅜ
<홍> 우와재밌어여~ 담편기달리게여~
은영의 맘이 조금 보여요...세빈이 너무 도진 바라기하니 ...아픈과거가 있는 은영은 어떻케...ㅠㅠ
<홍>오오오오 훈훈한데?ㅋㅋㅋㅋ
<홍> 재밌어요^^
<홍> 아 좋다좋다~ㅋㅋㅋ
전 은영이가 조아여 엉엉
<홍>역시 기대를 져버리시지 않는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홍>재미잇게봤어요 다음편 기대할게욤
<홍> 담걸님, 흐흐흐. 오랜만에 제대로 된 편에서 만나고 있는. 지금 구경하다가 필 받는 노래인 외톨이야 듣고 있는데. 한 며칠간 들을 듯. 뭐랄까? 참........................ 마음이 씁쓸해요ㅠ^ㅠ 아, 도진군 안쓰럽군여. (흑흑) 하필, 기면증이라니. 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그나저나. 은영이 알다가 마음 아파할지도. 참. 에매하네요. 역시... 전 3자로서 구경이나. (말릴 생각 없음-0-ㅋㅋㅋㅋ)
<홍> 아아... 전 그 둘의 킷쑤신도 제 머릿속에 남아있질 않아여... 우리 세빈님, 은영이 말 안듣는 게 아주 맘에 안드는군요... 쿨럭.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요 전 이런 녀자..ㅋㅋㅋ 암튼 담편 기대하겠숨니다!!!!!!
ㅋㅋ 많이 기다렷어요~!
<홍>되게 기다렸었는데ㅋㅋ
<홍> 은영이랑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궁굼하구요 >< 재밌게 봣어요 !! 담편도 기대할게요 ><
<홍>재밌어요!
<홍> 아 ㅠㅠ 너무늦게왔써요 ㅠㅠㅠㅠㅠ 재밌어요!ㅠㅠ
너무 좋아요 ㅎㅎ 달콤한 연애 ㅎㅎ
대박재밌네요 신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