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옛날 내 고향 산골 마을에서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소를 먹이러 다니었다.
소들을 풀어 놓고는 몇 시간 동안 여러가지 놀이를 하기도 하고,
산앵두나 산복숭아를 따 먹기도 한다.
가을엔 도깨비 이야기에 나오는 고소한
'깨금"(개암 열매)를 따 먹기도 하였다.
우리 마을 앞산에서는 산도라지를 캐기도 하고 딱추(잔대)를
캐 먹기도 하였는데, 잔대는 더덕 맛과 비슷하게 달지근하지만,
산도라지는 지금 밭에서 가꾸는 도라지보다 훨씬 맛이 썼다.
정년퇴임한 지 벌써 22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지금도 지인이 빌려준 국유지 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
가꾸는 채소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도라지와 더덕이 필수 종목처럼 들어 있었다.
뿌리를 캐어 반찬으로도 하지만
보라색과 흰색꽃이 피면 보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는 도라지 씨를 심어도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재작년에는 집에서 딴 씨를 뿌려도 안 되고, 종묘상에서 도라지와
더덕 씨앗을 사서 모표장 흙까지 사서 심었는데도
한 포기도 나지 않았다. 불가시의한 일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도라지와 더덕 농사를 접었다.
내 고향 고샅길/ 감나무 밑/ 묵정 밭
흰색 남보라색/ 작은 풍선처럼/부풀어 올라
드디어 개화/ 펼쳐진 다섯 갈래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나/ 너무나 지고지순하여/
'영원한 사랑'이란 꽃말이 붙었나
지금도 내 마음 속 피어나/ 아른거리는 별들.
(선영자님의 시 '도라지' 전문)
<도라지꽃 민요>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여 에헤요/ 에헤야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