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뇌관…
‘빚더미 지방정부’ 시한폭탄 터졌다
권지혜별 스토리 •14시간
지난 17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공사 현장 근처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비구이위안은 30일 올해 상반기 489억 위안(8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AP연합뉴스© Copyright@국민일보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으로 꼽히는 지방정부의 자금조달용 특수법인(LGFV)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인 비구이위안은 올해 상반기 약 9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은 전날 상반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부 지방정부의 LGFV에서 디폴트가 발생해 은행 자산의 질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류젠둥 중국은행 위험총괄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방의 자금조달 플랫폼은 디폴트를 포함해 일련의 위험한 사건을 겪었다”며 “일부 지역의 리스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로 인해 자산의 질은 떨어졌지만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수익성의 핵심 척도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3월 1.7%에서 6월 1.6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NPL) 비율은 1.18%에서 1.28%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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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정부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시설을 건설할 때 LGFV를 세운 뒤 그 법인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실제로는 지방정부가 조달한 자금이지만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아 숨겨진 부채로 불린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4월 기준 지방정부 채무가 37조 위안(6644조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방정부의 LGFV 조달 자금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0조 위안에서 지난해 말 66조 위안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포함하면 지방정부의 총부채는 23조 달러(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코로나 봉쇄 3년간 막대한 방역 비용을 지출한 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주요 수입원인 토지 이용료 수익도 크게 줄었다. 일부 지방정부는 부채 규모가 너무 커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던 상황에서 실제 디폴트 사태가 터진 것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톈진·충칭시 구이저우·윈난·산시성 등 12개 지방에 LGFV 부채 상환을 위한 1조5000억 위안의 특별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은 올해 상반기 489억 위안(8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67억 위안 순손실의 7배가 넘는 규모다.
비구이위안은 “깊이 반성한다”며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경우 디폴트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은 또 “현금 유입, 비용 통제, 채권자와의 대화를 포함한 여러 조치를 고려할 때 향후 1년 동안 재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중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본질적 불확실성’(material uncertainties)을 언급해 부동산 부문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