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주의보
문병 온 아들에게 아버지가 물으시네
여보소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손판개 손판개요 역거푸 답을 하자 엇박자 음보처럼 어 어, 나도 손간데 당연한 세상 이치에 표류하는 저 눈빛 젋은 날 옛집에 놀던 아이 하나 아릿한지 붕어빵 아들에게 고향이 어디신지? 합천요 합쳔이오 어 어, 나도 합천인데 한 잔술 권커니 잣커니 주고받듯 하더니만 풍속계 바람 따라 수시로 변하듯이 갑자기 이불 끌며 썡하니 돌아눕네 고향을 물었으니 부친 성함 물을 만도 한데 놓쳐 버린 기억 줄을 붙잡을 만도 한데 유유자적, 끝끝내 그 한마디 숙제로 남기시네 지령은 받았는데 암호 잃은 병사처럼 그저 말을 놓으신 채 천하태평 아버지
병실 창 헛도는 바람 잡힐 기미 당최없네
기어코 봄은 와서
중장비 들이닥친 아파트 공사장에
어설피 허물어진 집 귀퉁이 고물댄다 탯줄 갓 떨어진 강아지가 뒤얽힌 채 바들바들, 어미는 함바집에 밥 구하러 갔을까 명치를 짓누르는 저물녘에 괴는 눈물 엉겹결에 보듬고 와 빈 닭장에 달래놓고 수건을 깔고 덮고 우유를 물렸지만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 첫 새벽 들여다보니 아니 이럴수가, 졸고 있는 어미 품에 조롱조롱 젖을 먹네 고단한 몸 이끌고서 새끼 체취 찾았으리 걱정이 사라지자 푸르스름 동이 트고 대문 밖 매화 가지는 부풀린 꽃눈마다 톡톡, 팝콘 튀듯 꽃등을 켜고
햇살도 입춘을 아는지 잔설을 털고 있다.
- <<정형시학>> (2026. 가을호)
첫댓글 발상도, 시상을 끌고 가는 힘도 좋고 그 안에 담긴 시인의 시선도 따뜻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을 뽑아내는 솜씨를 배우고 싶네요.
참고로 많은 사설 시조가 중장의 음보 구성을 안 지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것까지 다 4음보로 운율을 지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