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전국영(燈前菊影)
등불 앞에서 국화 그림자를 본다는 뜻으로, 선비들의 풍류를 말한다.
燈 : 등잔 등(火/12)
前 : 앞 전(刂/7)
菊 : 국화 국(艹/8)
影 : 그림자 영(彡/12)
출전 : 이학규(李學逵)의 부득등전국영(賦得燈前菊影)
이 성어는 조선 후기 문인 이학규(李學逵)의 부득등전국영(賦得燈前菊影)에 연유하며, 밤에 촛불을 이용해 꽃과 꽃의 그림자를 겹으로 완상하는 것이 선비들의 풍류였다.
賦得燈前菊影
(등불 앞의 국화 그림자)
燈在菊南花影北。
등불이 국화 남쪽에 있으면 그림자는 북쪽
燈在菊西花影東。
등불이 국화 서쪽에 있으면 그림자는 동쪽
一牀書袠兩壺酒。
상 하나에 책 몇 권과 술 두 동이 있으니
徧要看渠花影中。
그저 꽃 그림자 속에 이 모습 즐겨야 하리
천주교도로 몰려 유배됐던 고단한 선비 이학규도 등불을 따라 움직이는 국화꽃 그림자를 바라보며 유배객의 외로움을 달랬는가 보다.
燈下玩菊 / 朴允默
(등불아래서 국화와 놀면서 / 박윤묵)
燈前叢菊影橫斜。
등불 앞 국화 그림자가 비스듬히 기울어지네.
活畵玲瓏儘可佳。
영롱하게 생동하는 그림자이라 아름답구나.
堪笑淵明還沒趣。
우습구나, 도연명이 도리어 멋이 없어 보이네.
當時不解夜看花。
그 당시에는 한 밤에 꽃 보는 맛을 알지 못하였으리.
다산 정약용의 ‘국화 그림자를 읊은 시의 서’를 보자.
(1)
菊於諸花之中, 其殊絶有四。
국화가 여러 꽃 중에서 특히 뛰어난 것이 네 가지 있다.
晚榮, 其一也; 耐久, 其一也;
芳, 其一也; 豔而不冶, 潔而不凉, 其一也。
늦게 피는 것이 하나이고, 오래도록 견디는 것이 하나이고, 향기로운 것이 하나이고, 고우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면서도 싸늘하지 않은 것이 하나이다.
世之號愛菊, 而自命以知菊之趣者, 不出此四者之外。
세상에서 국화를 사랑하기로 이름나서 국화의 취미를 안다고 자부하는 자도 사랑하는 것이 이 네 가지에 벗어나지 않는다.
余於四者之外, 又特取其燭前之影。
그런데, 나는 이 네 가지 외에 또 특별히 촛불 앞의 국화 그림자를 취하였다.
每夜爲之掃墻壁治檠釭, 而蕭然坐其中以自娛。
밤마다 그것을 위하여 담장 벽을 쓸고 등잔불을 켜고 쓸쓸히 그 가운데 앉아서 스스로 즐겼다.
(2)
一日過南皐尹彛敍, 而語之, 曰; 今夕, 子其宿我, 與我觀菊。
하루는 남고(南皐) 윤이서(尹彝敍; 이서는 윤규범尹奎範의 자)에게 들러 말하기를, “오늘 저녁에 그대가 나에게 와서 자면서 나와 함께 국화를 구경하세.” 하였더니,
彛敍曰; 菊雖佳, 惡得夜觀哉。辭以疾, 余曰; 但觀, 固請與之歸。
윤이서는, “국화가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어찌 밤에 구경할 수 있겠는가.” 하면서 몸이 아프다 핑계하고 사양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구경만 한번 해 보게.”
하고 굳이 청하여 함께 돌아왔다.
至夕, 謬使童子, 持燭逼之於一花, 引南皐觀之, 曰; 不奇異乎。
저녁이 되어, 일부러 동자(童子)를 시켜 촛불을 국화 한 송이에 바싹 갖다 대게 하고는, 남고(南皐)를 인도하여 보이면서, “기이하지 않은가?” 하였더니,
南皐熟視曰; 異哉, 子之言也。吾斯之莫之知有奇異也。
남고가 자세히 들여다 보고는, “자네의 말이 이상하군. 나는 이것이 기이한 줄을 모르겠네.”하였다.
余曰; 然。有頃, 令童子如法。
그래서 나도 그렇다고 하였다. 한참 뒤에 다시 동자를 시켜 법식대로 하였다.
於是, 除衣架書榥諸散漫參差之物, 整菊之位置, 而令離壁有間, 安燭於宜燭之處而明之。
이에 옷걸이, 책상 등 모든 산만하고 들쭉날쭉한 물건을 제거하고, 국화의 위치를 정돈하여 벽에서 약간 떨어지게 한 다음, 촛불이 비추기 적당한 곳에 촛불을 두어서 밝히게 하였다.
於是, 奇紋異形, 焂焉滿壁。
그랬더니 기이한 무늬, 이상한 형태가 홀연히 벽에 가득하였다.
其近者, 花葉交加, 枝條森整, 若墨畵之張焉;
그 중에 가까운 것은 꽃과 잎이 서로 어울리고, 가지와 곁가지가 정연하여 마치 묵화(墨畫)를 펼쳐 놓은 것과 같고,
其次, 婆娑彷彿, 舞弄纖襹, 若月出東嶺, 而庭柯之在西墻也。
그 다음의 것은 너울너울하고, 어른어른하며, 춤을 추듯이 하늘거려서, 마치 달이 동녘에서 떠오를 제 뜨락의 나뭇가지가 서쪽 담장에 걸리는 것과 같았다.
其遠者, 漫漶模糊, 如雲霞之細薄, 滅沒瀅濙, 若波濤之瀰㴐, 閃忽疑似, 莫可名狀。
그 중 멀리 있는 것은 산만하고 흐릿하여, 마치 가늘고 엷은 구름이나 놀과 같고, 사라져 없어지거나 소용돌이치는 것은, 마치 질펀하게 나뒤치는 파도와 같아, 번쩍번쩍 서로 엇비슷해서 그것을 어떻게 형용할 수 없었다.
於是, 彛敍, 謼然大叫, 踊躍欣動, 以手擊膝而歎, 曰; 奇哉。異哉, 天下之絶勝也。
그러자 이서(彝敍)가 큰 소리를 지르며 뛸 듯이 기뻐하면서 손으로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를, “기이하구나. 이것이야말로 천하의 빼어난 경치일세.” 하였다.
叫旣定, 命酒, 酒旣酣, 相與賦詩爲樂。
감탄의 흥분이 가라앉자 술을 먹게 하고, 술이 취하자 서로 시를 읊으며 즐겼다.
時舟臣, 徯父, 无咎, 亦會焉。
그때 주신(舟臣 이유수李儒修의 자), 해보(徯父 한치응韓致應의 자), 무구(无咎 윤지눌尹持訥의 자)도 같이 모였다.
(與猶堂全書 第1集 詩文集 第13卷)
▶️ 燈(등 등)은 ❶형성문자로 灯(등)은 통자(通字), 灯(등)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불화(火=灬; 불꽃)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登(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登(등)은 위에 올라가다, 위에 얹는 일이다. 여기서는 고기 따위를 소복이 담아 신에게 바치는 도구(道具)인 豆(두) 대신 썼다. 그 도구(道具)가 금속제인 것을 鐙(등) 또는 錠(정)이라 하였다. 나중에 불을 켜는 촛대의 모양이 이것과 닮았기 때문에 鐙(등)을 촛대의 뜻으로도 썼다. 촛대는 불을 켜는 것이기 때문에 燈(등)이라고 쓰는 속체(俗體)가 생겼다. ❷회의문자로 燈자는 ‘등’이나 ‘등잔’, ‘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燈자는 火(불 화)자와 登(오를 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登자는 제사음식을 들고 제단에 오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오르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登자에 火자가 결합한 燈자는 높은 곳에 올려져 주변을 밝히던 ‘등’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燈(등)은 불을 켜서 어두운 곳을 밝히는 기구의 뜻으로 ①등(燈) ②등잔(燈盞) ③초(불빛을 내는 데 쓰는 물건의 하나) ④촛불 ⑤불법(佛法)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기름을 담아 등불을 켜는 그릇을 등잔(燈盞), 등잔걸이로 등잔을 걸어 놓는 기구를 등가(燈架), 등불 앞이나 등불 가까운 곳을 등전(燈前), 등불의 아래나 등잔 밑을 등하(燈下), 불심지 끝이 타서 맺힌 불꽃을 등화(燈花), 등불의 빛을 등광(燈光), 불의 심지를 등주(燈住), 등불의 그림자를 등영(燈影), 등불과 촛불을 등촉(燈燭), 등롱을 파는 시장을 등시(燈市), 넓은 지역에 등불이 총총하게 많이 켜 있는 광경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등해(燈海), 인재를 뽑아 씀을 등탁(燈擢), 마음의 등불을 심등(心燈), 등에 불을 켬을 점등(點燈), 등불을 끔을 소등(消燈), 전구에 전력을 공급하여 광원으로 한 것을 전등(電燈), 손에 들고 다니는 네모진 등을 각등(角燈), 어두운 곳에 외따로 있는 등불을 고등(孤燈), 처마에 다는 등을 헌등(軒燈), 수많은 등불을 만등(萬燈), 자동차 따위의 뒤에 붙은 등을 미등(尾燈), 글을 읽으려고 켜 놓은 등불을 서등(書燈), 심지를 돋워 불을 밝게 함을 도등(挑燈), 등불을 끔을 멸등(滅燈), 이마의 앞에 달고 다니며 일하는 때에 쓰는 조그만 전등을 액등(額燈), 등을 높이 닮 또는 그 등을 현등(懸燈), 등불 빛이 밖으로 비치지 않도록 가림을 차등(遮燈),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뜻으로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므로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등화가친(燈火可親), 등잔 밑이 어둡다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것이 도리어 알아내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등하불명(燈下不明),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촉(風前燈燭), 객창에 비치는 쓸쓸하게 보이는 등불이란 뜻으로 외로운 나그네의 신세를 말함을 객창한등(客窓寒燈), 외로이 자는 방안의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한등(孤枕寒燈) 등에 쓰인다.
▶️ 前(앞 전/자를 전)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歬(전)으로 이루어졌다. 歬(전)은 舟(주; 배, 탈것)와 止(지; 발의 모양, 나아가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前자는 '앞'이나 '먼저', '앞서 나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前자는 月(달 월)자와 刀(칼 도)자와 함께 상단에는 머리 모양이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前자의 금문을 보면 舟(배 주)자와 止(발 지)자가 결합한 歬(앞 전)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배가)앞으로 가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과 금문, 소전에서는 歬자가 '앞'이나 '앞서 나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舟자가 月자가 바뀌었고 止자는 ()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刀자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의 前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해서에서 刀자가 더해진 것은 '가위'를 뜻하기 위해서였다. 후에 '자르다'라는 뜻은 剪(자를 전)자로 따로 만들어지면서 뜻이 분리되었다. 그래서 前(전)은 (1)이전(以前) (2)막연하게 과거를 이를 적에 쓰는 말. 그건 (3)어떤 직함이나 자격 등을 나타내는 명사(名詞) 앞에 붙여 전날의 경력을 나타내는 말 (4)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전기(前期)의 뜻을 나타냄 (5)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앞부분의 뜻을 나타냄 (6)연대(年代), 연호(年號) 앞에 붙어 기원전(紀元前)의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앞 ②먼저 ③미래(未來), 앞날 ④미리, 앞서서, 사전에 ⑤거무스름한 빛깔 ⑥가위 ⑦앞서다 ⑧나아가다 ⑨인도하다 ⑩뵙다, 찾아뵙다 ⑪소멸하다 ⑫자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뒤 후(後)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물을 의논할 때 먼저 내세우는 기본이 되는 것을 전제(前提), 앞과 뒤와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전에 가졌던 직업 또는 벼슬을 전직(前職), 지난해나 작년을 전년(前年), 앞으로 나아감을 전진(前進), 이미 있었던 사례를 전례(前例), 앞쪽이나 일선을 전방(前方), 앞쪽에 친 진을 전진(前陣), 지나간 시대를 전대(前代), 앞서의 경력을 전력(前歷), 미리 나타나 보이는 조짐을 전조(前兆), 전번의 시기를 전기(前期), 직접 뛰어든 일정한 활동 분야를 전선(前線), 글이나 편지 전문을 생략함을 전략(前略), 전에 그 임무를 맡았던 사람을 전임(前任), 앞에서 이미 서술함을 전진(前陳), 앞의 부분을 전부(前部), 앞으로 갈 길을 전도(前途), 앞에 게재함 또는 지난해를 전재(前載),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자정으로부터 낮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전(午前),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실행하기 전을 사전(事前), 이전이나 이제까지를 종전(從前), 바로 앞이나 일이 생기기 바로 전을 진전(直前), 식을 거행하기 전을 식전(式前), 살아 있는 동안을 생전(生前),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이란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전거복철(前車覆轍), 앞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뒷수레가 경계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말로 전인의 실패를 보고 후인은 이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전거가감(前車可鑑), 지난 시대에는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매우 놀랍거나 새로운 일을 이르는 말을 전대미문(前代未聞), 이전 세상에는 듣지 못하였다는 뜻으로 지금까지는 들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임의 비유하는 말을 전고미문(前古未聞),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손을 대거나 발을 디딘 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전인미답(前人未踏),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뜻으로 재앙이 끊임 없이 닥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전호후랑(前虎後狼), 앞으로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뜻으로 목적하는 바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남은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요원(前途遙遠), 앞으로 잘 될 희망이 있음 또는 장래가 유망함을 이르는 말을 전도유망(前途有望), 일에 부닥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앞뒤를 재며 머뭇거림을 이르는 말을 전첨후고(前瞻後顧),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전무후무(前無後無), 처음에는 거만하다가 나중에는 공손하다는 뜻으로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전거후공(前倨後恭), 앞길이나 앞날이 크게 열리어 희망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양양(前途洋洋), 앞길이나 앞날에 어려움이나 재난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다난(前途多難),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도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을 문전성시(門前成市),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화(風前燈火), 범에게 고기 달라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림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호전걸육(虎前乞肉) 등에 쓰인다.
▶️ 菊(국화 국)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匊(국)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菊(국)은 풀의 이름으로 ①국화(菊花) ②대국(大菊)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엉거시과의 다년생 풀을 국화(菊花), 국화를 달리 이르는 말을 국군(菊君), 국화가 피는 때라는 뜻으로 음력 9월을 이르는 말을 국신(菊辰), 국화꽃이 피는 가을이라는 뜻으로 음력 9월을 이르는 말을 국추(菊秋), 꽃이 흰 국화를 백국(白菊), 꽃이 노란 국화를 황국(黃菊), 단풍과 국화를 풍국(楓菊), 서리 올 때 핀 국화를 상국(霜菊), 국화를 감상함을 관국(觀菊), 꽃송이가 큰 국화를 대국(大菊), 꽃송이가 작은 국화를 소국(小菊), 먹물로 그린 국화를 묵국(墨菊), 향기 그윽한 국화를 방국(芳菊), 여름에 피는 국화를 하국(夏菊), 가을에 피는 국화를 추국(秋菊), 겨울에 피는 국화를 한국(寒菊), 늦가을까지 남아 있는 국화꽃이나 또는 시들어진 국화를 잔국(殘菊), 핀 지 오래 되어 빛이 날고 시들어 가는 국화꽃을 노국(老菊), 산이나 들에 절로 난 국화들을 일컫는 말을 야국(野菊), 울타리 밑에 핀 국화를 이국(籬菊), 손으로 움킴 또는 펴냄을 읍국(揖菊), 국화는 9월 9일이 절정기이니 십일 날의 국화라는 뜻으로 무엇이나 한창 때가 지나 때늦은 것을 비유하는 말을 십일지국(十日之菊), 봄의 난초와 가을의 국화는 각각 특색이 있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음을 춘란추국(春蘭秋菊) 등에 쓰인다.
▶️ 影(그림자 영)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터럭삼(彡; 무늬, 빛깔, 머리, 꾸미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景(경; 일광, 영)으로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일광(日光)의 뜻으로, 나중에 光(광)은 양광(陽光), 影(영)은 음광(陰光)으로 구별해서 쓰이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影자는 '그림자'나 '형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影자는 景(볕 경)자와 彡(터럭 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景자는 높은 건물 위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햇볕이 건물을 비추게 되면 그림자가 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소전에서는 景자가 '그림자'나 '형상'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해서에서부터는 좀 더 뜻을 명확하기 위해 彡자가 더해진 影자가 '그림자'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景자는 햇볕이 내리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影자에 쓰인 彡자는 건물 옆으로 진 그림자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影(영)은 ①그림자 ②환상(幻像), 가상(假象) ③형상(形象), 모습, 자태 ④초상(肖像), 화상(畫像) ⑤햇볕, 햇살 ⑥빛, 불빛 ⑦음덕(陰德), 도움,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모양 형(形)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물의 작용이 다른 사물에 미쳐 반응이나 변화를 주는 일 또는 그 현상을 영향(影響), 그림으로 나타낸 어떤 사람의 얼굴 모습이나 용태를 영정(影幀), 고승의 초상을 모시는 곳을 영각(影閣), 이름난 이의 화상이나 조각상을 모시어 둔 사당을 영당(影堂),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영자(影子), 실제로 근무는 하지 않고 이름만 빌어 가지는 벼슬 또는 그러한 벼슬을 가지는 일을 영직(影職), 원본을 사진 제판으로 복사하여 인쇄함을 영인(影印), 그림자처럼 따라 다님을 영종(影從), 흰 바탕에 연한 푸른빛의 잿물을 올린 도자기 또는 그러한 빛을 영청(影靑), 글씨나 그림을 비치게 받쳐 놓고 그 위에 덧쓰거나 그림을 영사(影寫), 형상을 사진이나 영화로 찍음을 촬영(撮影), 반사로 비친 그림자를 반영(反影), 도장을 찍은 형적을 인영(印影), 지면이나 수면 등에 물체의 그림자가 비침을 투영(投影), 공상이나 환각에 의하여 눈앞에 있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환영(幻影), 그림이나 사진 따위에 의한 초상을 조영(照影), 뒤에 남은 흔적으로 가시지 않은 지난날의 모습을 잔영(殘影), 크기를 가지고 있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에 의하여 물체가 비취어 그림자가 생길 경우에 다소간 빛이 들어가 있는 부분을 반영(半影), 물체가 그림자를 비추는 일 또는 그 비친 그림자를 사영(射影), 주로 얼굴을 그린 화상 또는 사진을 진영(眞影), 거꾸로 촬영한 모양을 도영(倒影), 섬의 그림자로 희미하게 보이는 섬의 모습을 도영(島影), 최근에 찍은 인물 사진을 근영(近影), 그림자와 형체는 서로 붙어 다님을 일컫는 말을 영형상수(影形相隨), 그림자만 보아도 놀라고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떤다는 뜻으로 잘 놀람을 이르는 말을 영해향진(影駭響震), 술잔 속의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의혹된 마음이 생겨 고민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배중사영(杯中蛇影),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을 이르는 말을 누진취영(鏤塵吹影), 외로운 몸과 하나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몸 붙일 곳 없이 떠도는 외로운 신세를 이르는 말을 고신척영(孤身隻影), 자기의 몸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으로 몹시 외로움을 일컫는 말을 형영상조(形影相弔), 한낮에 그림자를 피한다는 뜻으로 불가능한 일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중도영(日中逃影), 꿈과 허깨비 거품과 그림자와 같다는 뜻으로 인생의 헛되고 덧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몽환포영(夢幻泡影),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붙든다는 뜻으로 허망한 언행을 이르는 말을 포풍착영(捕風捉影), 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쏜다는 뜻으로 몰래 남을 공격하거나 비방하여 해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함사사영(含沙射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