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출장갈 기회가 있었읍니다. 드레스덴은 통독전부터 젬퍼오페라와 드레스덴스타치카페(발음이 맞는지 모르겠군요, 암튼 국립오케스트라란 뜻이랍니다.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은 레코드가 나왔죠) 등 동구권 음악의 중심지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어 기대가 컸었읍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바그너의 작품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파르지팔을 공연하는 날은 저녁까지 회의가 있었던 관계로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구경했읍니다.
젬퍼오페라는 상당히 인상적인 건물로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더군요. 겉모습도 특이하지만, 내부 장식도 볼만 합니다. 하지만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 표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읍니다. 처음에는 호텔에서 알아보았는데 160마르크라고 해서 정말 놀랐었읍니다. 구동독지역으로 물가가 몹시 싼걸 감안할 때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정작 극장앞에서 알아보니 제일 비싼 자리가 100마르크에 불과하더군요... -_-...
독일사람들이라고 모두 정직한 건 아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읍니다.
공연시작 1시간전까지 문을 잠가두는데 그 땐 건너편에서 예매할 수 있읍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늦게 가면 매진입니다(어느 여행안내책자에 보면 아직 동양인이 드물어 표가 없더라도 가서 부탁하면 구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와있던데.. 그거 낭설이거나 옛날 이야긴것 같습니다. 사정해도 소용없었읍니다.. -_-). 하지만 공연 30분전에 극장내에서 취소된 표를 다시 파니까 예약하지 못한 분들은 그 기회를 이용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저희도 거기서 3층 맨 앞자리 표를 60마르크에 구했읍니다.
실제 공연장 안은 4층이지만 각 층마다 좌석수가 적어 아담한 느낌었고, 오케스트라의 숫자도 대략 25명에 불과해 사실 첫인상은 좀 실망스러웠읍니다. 오케스트라의 배치가, 관현악은 전부 좌측에 있고 관악부는 모두 우측에 있으며 첼로파트도 바이올린과 나란히 지휘자 앞에 있는 국내에선 보기 힘든 소위 유럽식인 점이 특이하더군요. 솔직히 첨보니 좀 엉성해보이기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실제 공연이 시작되자 시트라우스의 작품의 특징인 색채감있고 활기찬 연주를 들려주었읍니다. 저로서는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라는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이런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적은 편이죠. 하지만 의외로 아마추어인 제가 보기에도 재미있고 전통적인 오페라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는 작품이더군요. 극중에 극이 시도되는 점과 - 팔리아치의 경우와는 달리 2장은 거의 전체가 극중 극으로 진행됩니다-, 남자 주인공 역에 소프라노를 쓰는 것이 좀 특이하더군요. 하지만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전회장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전시장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데, 너무 지겨울 것을 우려한 주체측이 중간에 희극단공연을 끼워넣으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읍니다. 결론은 인생은 꼭 계획하거나 맘먹은데로만 되지 않는다는걸 깨닫는다는 정도인 것 같긴 한데... 확실히 알긴 힘들었읍니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처럼 자막이 나와주면 좋으련만, 영어프로그램 구하기도 힘들지경이라서 좀 불편하더군요.
좀 아쉬웠던 점은 의도적인 것인지는 몰라도 희극단연기부분의 노래가 무척 거슬리더군요. 게다가 몇몇 출연자의 기량이 눈이 띄게 떨어지는 점도 아쉬웠읍니다. 특히 희극단의 무희역은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장식적인 고음처리 이외의 부분은 매우 평범한 수준이라 어떻게 다른 우수한 가수들 사이에서 주연이 될 수 있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읍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의 노래는 훌륭했고 특히 아리아드네 역의 소프라노는 매우 안정감있는 노래를 들려주더군요. 남장을 하고 나온 젊은 작곡가역의 소프라노 역시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읍니다.
또, 관객들의 태도에서도 스스로의 문화도시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읍니다. 일반적으로 좀 덜 알려진 작품이고 다른 물가에 비해 입장료가 상당히 비싼편인데도(맥주가 0.5마르크) 좌석을 완전히 채우는 높은 관심이 부러웠읍니다.
한번 정도 다른 오페라를 더 보고 싶었는데, 8일간의 출장 중 하루저녁밖에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읍니다.
이번 오페라를 보고 느낀 점 중 하나는... 훌륭한 공연을 감상했다는 뿌듯한 맘 가운데서도, 역시 예술에 있어서도 역사와 전통 보다는 자본이 우선시 되는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번 공연에 결코 나빴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두달쯤 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3번쯤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면에서 유럽의 전통있는 가극장을 압도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하긴 전 아직 서유럽의 대표적인 가극장인 밀라노나 비인에 가보지 못했으니 이런 비교를 할 자격은 없는 것 같군요.
제 동료 중 오페라 매니아는 비인에서의 공연이 정말 훌륭하다고 극찬을 하던데 언제쯤이나 구경할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겠읍니다.
혹시 가보신 분들이 계시면 어떠했는지 글로나마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20000